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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심각한 기후변화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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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5 ㅣ No.1556

[알고 싶어요] 심각한 기후변화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파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피조물에 피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가난한 나라의 소외당하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제일 크게 고통 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생태계가 겪고 있는 고통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음을 잘 인식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관심을 두고 연대하여 생태계 회복 및 사회 정의를 이루는데 힘쓰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생태계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지구의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기후변화(지구 온난화)입니다. 온난화의 결과로 파괴력이 큰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더 자주 출몰합니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기록적인 강우량과 홍수가 빈번해지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전에 없던 가뭄이 계속됩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기후 탓에 동식물들도 적응하지 못합니다. 한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폭염이 계속됩니다. 지구 곳곳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일부 섬나라에서는 생존의 위협을 겪습니다.

 

위와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증가하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문제 등이 점점 더 커져갑니다. 기후난민의 수가 늘어나고, 이상기후로 사망하는 사람도 늘어갑니다.

 

그런데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왜 일어나고 있습니까? 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그저 자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활동이 일으킨 현상이라고 밝혀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2015년에 발표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 23항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십니다. “많은 과학적 연구는 최근 수십 년간의 지구 온난화가, 대부분 인간 활동의 결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곧 이산화탄소, 메탄, 산화질소와 같은 화학 물질들의 농도가 매우 짙어졌기 때문에 주로 발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기체들은 대기 중에 집중되어서 지표면에 반사된 햇살의 열이 우주로 흩어지지 못하게 합니다. 특히 세계적 에너지 체계의 중심인 화석 연료의 엄청난 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 방식 때문에 문제가 더욱 악화 됩니다.”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의 평균기온 급격히 상승

 

세계기상기구(WMO)는 온실가스 중의 하나로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평균 농도가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45%나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의 증가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시대 이전 보다 섭씨 1도 가까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온실가스가 현재의 속도로 계속 배출된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더 높아지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문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에 이르면 그 후 3℃가 되고, 또 4℃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속도로 짧아지리라는 것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 증가가 2℃에 이르면,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요소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듯 증가하여 평균기온이 더 급히 올라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온상승으로 인해 극지방 주변의 영구동토층 아래에 묻혀 있던 유기물의 부식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방출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학자들은 현재의 속도로 온실가스가 계속 방출되면 21세기가 지나기 전에 평균온도가 섭씨 4도 가까이 오를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러한 지점에 다다르면,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은 훨씬 더 심해지고, 특히 지구상에 있는 생물종의 50% 이상이 멸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물종이 이처럼 멸종된다는 것은 사람도 살기 쉽지 않은 생태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농도의 상승 요인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은 앞서 교황님께서 언급하신 화석 원료의 사용입니다. 현대의 도시 문화는 화석 원료로 인해 가능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원료를 이용해서 생산되는 에너지, 석탄과 석유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물건이 일상생활의 필수요소가 되어왔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화석 원료가 없어지지 않을 것처럼 소비해 왔고, 또 처음에는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지도 충분히 의식하지 않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화석 원료가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화석 원료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독성 물질들이 지구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뜨려 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따라서 생태계 파괴와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화석 원료를 더는 채취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합니다.

 

 

절제와 적은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능력 키워야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대 사회를 소비 중독에 빠진 사회라고들 합니다. 끊임없이 소비해야만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교육하고, 수많은 광고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더 사라고, 더 소비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점 또한 분명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시장이 상품 판매를 위하여 강박적 소비주의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기에, 사람들은 과잉 구매와 불필요한 지출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쉽습니다. 집착적 소비주의는 기술-경제 체계가 개인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찬미받으소서 203항)

 

많이 사고 많이 버리는 생활양식은 바로 지금 지구가 처하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왔습니다. 화석 원료를 소모하며 소비할 제품을 만들어왔고,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국경을 넘어 제품을 실어 날랐습니다. 우리의 후손은 바로 우리 때문에 인류가 역사상 겪어본 적이 없는, 가장 위험한 기후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인류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을 실천하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필요한 속도보다 너무나도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 지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먼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을 줄여나갈 구체적인 방법을 구해야 합니다. 화석연료로 운행되는 교통수단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꼭 필요할 때에만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전기 사용을 줄임으로써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거나 아예 없는 에너지원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동시에 기술에만 의지해서는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전자제품이 나오더라도, 그 제품을 많이 구입하고, 더 자주 사용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따라 “절제를 통하여 성숙해지고 적은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능력”(찬미받으소서 222항)을 키워야 합니다.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은 고통 받는 생태계와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의 가장 작은이들을 기억하고 돌보아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모든 피조물의 모후”(찬미받으소서 241항)이신 성모님께서 아끼시는 이웃들, 생태계 파괴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과 피조물의 아픔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먼저 이번 달부터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 빼놓기, 불필요한 전등 스위치 내리기, 에어컨보다 선풍기 사용하기, 그리고 불필요한 물건 사지 않기 등을 의식하며 실천해 봅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7월호, 백종연 바오로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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