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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냉담교우에 냉담한 한국교회: 성당에 앉아있는 냉담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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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26 ㅣ No.310

냉담교우에 냉담한 한국교회- 성당에 앉아있는 냉담교우


서류상 냉담은 아니지만 ‘허약한 신앙’ 지닌 신자들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예비신자 감소와 냉담교우 증가라는 현실을 적극 인식, 원인 진단과 사목적 지원에 힘써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냉담교우 회개는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선교 관련 전문가들은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사목 정책들이 겉도는 데에는 ‘대상’을 잘못 짚은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냉담교우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하기 위해, 나아가 근본적으로 냉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신자들의 ‘허약한 신앙’부터 돌봐야 한다는 말이다. 

 

냉담교우 회개를 위해 뜻뜨미지근한 마음으로 성당 안에 앉아있는 신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려 그들부터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서류상 냉담과 실제 삶에서의 냉담을 구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식을 탄탄히 하도록 돕지 않으면 냉담교우가 계속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의 선교활동은 ‘대외적’(Missio ad Extra)으로뿐 아니라 ‘대내적’(Missio ad Intra)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한국교회가 냉담 유무를 판별하는 기준은 판공성사(고해성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판공성사는 한국교회에서만 사용하는 고해성사 방식의 하나이다. 사제 수가 부족하던 초기 교회 시절, 평소에는 사제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공소신자들이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고해성사를 드리며 신자로서의 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주교회의는 1990년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3년 동안 판공성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신자를 ‘냉담교우’로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때가 되면 판공성사를 보고 교무금을 제때 납부하기만 하면, 그 내면은 아무리 식어있어도 서류상 ‘냉담교우’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에 따라 일선 사목현장에서는 냉담 유무를 수치를 통한 외적으로만 평가가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적 평가를 통해 실제 복음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구원에 대한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허약한 신앙 상태에 놓인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을 듣고 실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거나 별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 언제든 어려움이 닥치면 보다 쉽게 교회에 등을 돌릴 수 있다.

 

 

도돌이표 그리는 냉담교우 회개 

 

기존 냉담교우 회개 활동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의견을 제시한다. 먼저 교회 안에는 일정 수준의 냉담교우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 냉담교우 회개 활동은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선교학 박사 유희석 신부(수원가대 교수)는 “어디에나 어떤 문제든 있기 마련이고, 마치 상처 없는 존재란 없듯이 교회에도 냉담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안일하다 못해 반복음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하느님 안에서 잘 살아가는 이들만 모여 ‘기쁜소식’을 나누고, 교회에서 한 발을 뺀 채 신앙적으로 올바로 서지 못하는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습도 아니고, 전혀 복음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박종택 위원도 “교회가 정말 냉담교우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혹시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워질 때가 있기도 하다”며 “영세 초기 신자들이 교회 안에 안정되게 자리 잡도록 돌보지 못하고, 이후에도 단순히 고해성사만으로 냉담을 판별하는 것은 냉담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냉담교우들의 입장에서는 삶에 대한 근본 가치를 재정립하지 못하면,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초대해도 교회 안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는 쉽지 않다. 실제 과반수의 냉담교우들은 직장이나 학업 등으로 바빠서 성당에 나오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들에게는 신앙이 더 이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 같은 내용은 수원교구 복음화국 설문조사, 대주대교구 현황과 전망-시노드를 위한 설문조사 보고서, 가톨릭신문 ‘가톨릭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등 각종 설문 통계에서도 여실히 밝혀져왔다. 

 

게다가 냉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들을 도와줄 조력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본당 사목 현장을 예로 들여다보면, 한 사제가 수백 명의 냉담교우들을 돌보기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냉담해져가는 신자들을 돌볼 책임감 있는 신자들을 찾기도 어렵다.

 

 

복음화와 냉담 사이에서 

 

냉담교우 실태를 살펴보면, 냉담을 하는 이유가 제각각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경우 개인적인 삶이 신앙생활보다 우선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냉담교우 스스로도 냉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밝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대형화된 교회 안에서는 가깝게 마주하고 대화할 신자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세례성사 때의 교육만으로는 개개인이 혼자서, 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신앙의 열정을 가졌던 신자들도 영성적인 진보를 체험하지 못하게 되면 때론 신앙생활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먹고 사는데 바빠’ 교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다보면 어느 틈엔가 ‘익명의 신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보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단계부터 시작된다. ‘익명의 신자’로서 누리는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사는데 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태의 이면에는 열심히 미사참례하고, 기도를 하고,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이 ‘열심한’ 신앙생활이라고 착각하는 신자들의 의식이 깔려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은 교회 안에서 먼저 ‘복음화’되어 각자 삶터로 나가 그 복음의 내용을 직접 살며 ‘선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복음화 되어 있지 않으면 외적 선교의 소명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신앙생활도 지속하기 어렵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강신모 신부는 “아직도 우리 교회에서는 ‘복음화’라는 표현 자체를 ‘선교’라는 말과 동일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막연히 열심히 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생활에 대해 올바로 알고 실천하는 근간부터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2013년 10월 27일, 주정아 기자]

 

 

[인터뷰]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강신모 신부


“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지 올바로 인식해야”

 

 

“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면 언제든 냉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환기해야 합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강신모 신부는 “신자들조차 삶에서 중요한 것을 건강, 가정 등으로 답하고, 신앙을 1순위로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복음에 뿌리를 박고사는 신앙인이 아니면 언제든 냉담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혹은 기복적인 심성에서 교회를 오갈 경우, 자신이 처한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성당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 신부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냉담교우가 줄기는 커녕, 갈수록 늘어갈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강 신부는 냉담교우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냉담을 하지 않고 있는 신자들의 내면부터 돌볼 것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 교회 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그리스도를 따라 산다는 것이 어떠한 삶인지 올바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막연한 종교심을 신앙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개개인의 내적 복음화 실태를 들여다보고 재성찰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은 그야말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방편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강 신부는 “다행히 한국 신자들은 ‘열심한’ 신앙생활에 관심이 많다”며 “신앙생활이 단순히 교회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복음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올바로 알게 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강 신부는 “현재 본당 사제 혼자서 공동체 내 다양한 사목을 모두 펼쳐야 하고, 주입식 교리공부 등으로 일관되는 예비신자교리반 운영 등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냉담교우가 양산되는 것은 예상되는 결과였다”며 “느리더라도, 규모가 작더라도 차근차근 복음을 체득하는 과정을 적극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0월 27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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