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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상황에서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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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78

다종교 상황에서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

 

 

공립학교가 문을 열기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사립학교가 설립되어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여전히 이들 사립학교는 물적, 인적 측면에서 국가와 지역사회를 선도하면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수는 3,157개소인데 그중 종교사학은 개신교 246개, 가톨릭 65개, 불교 22개 등 333개소로서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톨릭 학교는 전체 중고등학교의 2.05%에 불과하다. 이들 종교계 사학은 교육부에서 시달된 교육부 고시 제88-7호(1988.3.31.)에 따라 각 종교계가 발행한 교재를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종교교사2)가 종교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우리나라의 다종교적 상황에 부합되는 종교교재를 만들도록 새로운 시행령을 고시하였다. 제1992-19호 교육부 고시는 교육법 제155조 제1항에 따라 만든 새로운 종교교육 교재를 1996년 3월 1일부로 신입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였다.

 

한편, 1974년 중고등학교 평준화가 이루어진 이후 종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립학교가 지역학교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종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정책이 종립학교의 선교기능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이에 종립학교는 학교의 건학이념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종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들의 자유의사와 관계없이 종교신앙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이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의 지시대로 특정 종교의식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가? 2004년 서울 대광고등학교 3학년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 학생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학생들에 대한 종교재단 소속 학교들의 강제적인 종교활동을 금지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처럼 다종교, 다교파, 다종파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사회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교육 환경으로서 종교 다원주의

 

현대사회는 다원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다종교 상황에서 국가의 공교육 이념과 정책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극소수의 비평준화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계 학교는 일반학교와 같이 감독관청이 일괄적으로 신입생을 배정하기 때문에 종교교육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종교과목을 정규과목으로 수업하거나 평가하여 성적표에 기재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시달된 자유 교과과정의 0-8시간을 이용하여 주당 1시간씩 중고등학교에서 종교과목을 개설하여(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은 제외)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위험성을 배제하고 있다.1)

 

종교 다원주의 입장에서는 모든 종교의 가치를 동등한 것으로 본다. 곧 타종교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배타주의나 타종교의 진리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포용주의를 모두 거부하고, 타종교들을 그리스도교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종교로 간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학과 종교철학의 관점에서는 모든 종교의 공통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앙과 신학의 관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구체적 인물과 기원, 그리스도교의 전통 안에서 보편적 구원의 가능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 종교 다원주의가 다분히 지적 유희(遊戱)라면, 그리스도 신앙과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께 의탁하는 실존적 투신이다.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에서도 이러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인 부분을 선포하면서 타종교와 대화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종교 상황에서 종교교육

 

다종교 상황 아래서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은 타종교를 신봉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고백과 복음선포적 측면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 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신자학생들뿐만 아니라, 비신자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리스도교적 교육을 받을 권리2)가 있듯이 비신자 학생들도 신앙교육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종교교육은 하느님의 계시에 응답할 수 있는 인간 형성을 목표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완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교육자는 누구인가? 부모와 종교교사, 신자교사 등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참 신앙인으로 만드는 책임을 맡고 있다. 특히 부모가 자신의 자녀들을 올바른 신앙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자녀를 낳은 보람이 없으며, 가정과 사회의 앞날을 위해서도 매우 암담하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는 바쁜 일상을 핑계삼기보다 시간 나는 대로 기회를 만들어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고,교리, 성서 등을 가르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양심교육, 윤리교육, 신앙교육 등을 통해 한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인격인, 신앙인으로서 세상에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을 늘 대면하게 되는 가톨릭 학교 종교교사와 신자교사의 사명은 무엇인가? 비록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기관은 아닐지라도 유치원을 비롯하여 초·중·고등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신자교사들은 어떻게 학생들에게 그리스도 신앙을 전해줄 수 있겠는가? 이들은 예외없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자와 비신자 학생들을 대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은 그리스도 신앙을 확인하고 전수할 수 있는 축복이 넘치는 기회이다. 특별히 학생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발달과 성장단계에 있는 학생들을 신앙적으로 잘 지도하고 안내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사뿐만 아니라 신자교사와 신자교수의 몫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신앙생활을 지도한다면 놀라운 결실과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계에 있는 신자는 외적으로 주어진 일, 교과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지식만을 전수받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교사의 역할은 매우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는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을 수행하여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성령의 불길을 학생들에게 넣어주는 사람이다. 또한 시대의 예언자를 길러내는 혼탁한 이 세상의 마지막 남은 도덕적 신앙적 보루이다. 

 

부디 교사들은 신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학생들에게 교회정신을 가르치며, 신앙생활로 인도함으로써 교직에 있는 기쁨을 만끽하고 큰 보람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신자교사들의 모임과 교류도 활성화되고, 교구와 지역, 지구 차원에서는 이들 교사들의 사명감 고취를 위해 깊은 관심을 갖고 기도와 희생을 바치면서 물질적 후원과 도움을 과감하게 베풀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 학교가 나아갈 종교교육의 방향

 

가톨릭 학교의 교육 이상은 가톨릭 가치관을 함양하는 데 있다. 학교의 학습 대상이 되는 지식은 복음의 빛에 힘입어 학생들에게 그리스도 신자다운 고유한 덕성을 넣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톨릭 학교의 이상은 학교교육의 모든 측면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이는 종교활동이나 교과목 하나를 부과하는 것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식(儀式)과 생활을 가톨릭 정신에 따라 정립시키는 노력을 요청한다.3)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개개 학교가 나름대로 가톨릭적 의도를 반영하여 계획하고 추진하는 활동을 통해 가톨릭 정신이 구현된다.

 

대체로 가톨릭 학교는 가톨릭 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그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며, 다른 한편 신자가 아닌 아동과 청소년을 가톨릭 가치와 전통으로 이끄는 선교적 노력도 하게 된다. 교우자녀의 신앙을 굳건히 하는 일과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서로 배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톨릭 학교의 건학이념에 합당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 학교가 고유한 이상을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가톨릭 학교는 그 고유성과 독특성을 최대한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일반학과를 가르치면서도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 배어 들어가도록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사명감을 일깨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톨릭 교육의 구현을 위해서는 가톨릭 교육의 이상을 체계화해서 교육할 수 있는 교원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곧 교과 지식, 자격증 소유, 종교 등을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직무나 일상을 통해 사도적 표양을 보일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교원은 가톨릭 학교 고유의 연수와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담당 교과의 지식 변화, 학습 매체의 변화, 직급의 변화 등에 상응하여 받는 교육뿐만 아니라, 종교적, 공동체적 재충전과 쇄신을 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연수과정을 이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4)

 

또한 학교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특별활동이나 방과 후 활동 등을 통해 가톨릭 이념과 복음선포적 노력을 모색해야 하겠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 가톨릭 학교장 모임, 실무자 모임과 연수 등을 통해 가톨릭 학교의 복음선포적 사명구현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더욱 진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맺는 말

 

2004년 말 현재 한국 천주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의 수효는 유치원 215개, 초등학교 6개를 비롯하여 중고등학교 65개, 전문대학교 이상 13개 등 총 303개이다. 신자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신앙교육은 대부분 가정 또는 본당의 주일학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부모와 주일학교 교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것이다.

 

한편, 종교교사들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중에서 선발되어 그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들은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넓게는 한 인간의 미래를 좌우하는 건실한 청사진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고, 좁게는 사제성소와 수도성소를 찾게 하는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교사들을 위한 학교와 재단법인의 도움 이외에도, 인근 본당, 여러 본당이 연합한 지구, 지역, 교구 차원의 후원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연수, 학생들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교구와 전국 차원의 행사도 거행해야 할 것이며, 주교회의에서도 종교교사의 사명 구현과 사기 진작을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가톨릭 정신이 투철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사와 학생, 가정이 하나의 신앙 안에서 화합하고 일치해야 한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모든 교사의 참신한 복음전파 활동을 기대하며,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이 활짝 꽃을 피우고 알찬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2005년 6월 11일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와 가톨릭학교교육포럼에서 “가톨릭 학교 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기조발제를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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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영배, 『종교 사상 교육』, 보문출판사, 1990년, 28면; 장종철, “종교 다원주의 상황에 있어서 종교교육의 목적 개선에 관한 연구”, 『신학과 세계』 29호(1994년)에서 재인용.

2) 교회법 제217조는 세례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인격의 성숙을 추구하고 또한 구원의 신비를 깨닫고 살도록 그리스도교적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3) 강태중, “교육 개혁과 가톨릭 학교 교육”, 『한국의 가톨릭 학교 교육』,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 1999년, 156-160면.

4) 위의 책, 23면.

 

[사목, 2005년 7월호, 이용훈(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 수원교구 총대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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