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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조선조 순교자와 근현대 신앙의 증인 214위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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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2-23 ㅣ No.1082

조선조 순교자와 근 · 현대 신앙 증인 214위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로 선정

시복시성주교특위, 3월 주교회의 총회서 확정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와 증거자들 가운데 133위, 한국 교회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으로 81위 등 214위가 제2차 시복 추진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2009년 3월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하기로 한 지 4년 만에 추진 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됐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안명옥 주교)는 5일 서울 중곡1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지난해 10월 열린 선정위원회에서 조선왕조 치하 133위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를 시복 대상자로 선정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1차 시복 추진작업은 2001년 3월 당시 시복 시성 청구인을 주교회의로 하고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에게 순교지 관할권을 위임, 단일 안건으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증거자 최양업 신부'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2차 시복 추진작업의 경우,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시복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에게,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은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에게 관할권을 위임해 2개 안건으로 나눠 통합 추진한다는 점이 다르다.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는 서울대교구 47위를 비롯해 수원교구 45위, 대전교구 12위, 청주교구 9위 등 12개 교구에서 선정됐다. 1차 시복 추진 당시 순교 여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충분한 연구 부족과 자료 미비로 누락됐던 이벽(요한 세례자)과 이승훈(베드로), 김범우(토마스), 권철신(암브로시오)ㆍ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형제,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황사영(알렉시오) 등 한국천주교회 창립 주역과 1866년 병인박해 순교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조선 입국 직전 병사한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와 하얼빈 의거의 주역 안중근(토마스) 의사는 이번 시복 추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한국교회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으로 평양교구에서 24위, 서울대교구에서 22위, 대전교구에서 15위 등이 선정됐다.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은 해방 이후 북녘 공산 치하와 6ㆍ25 전쟁 중 순교한 초대 주한교황사절 방일은(패트릭 제임스 번, 메리놀외방전교회) 주교와 제6대 평양대목구장 홍용호(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 등 순교자가 대부분이고, 20세기 순교자로 1901년 5월 제주 신축교난 당시 순교한 신재순(아우구스티노)이 포함돼 있다.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에 대한 2차 시복 건과 한국교회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 건 명칭 확정 등은 3월 4일 개막하는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 다뤄진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오세택 기자]


조선조 순교자 및 근 · 현대 신앙의 증인 2차 시복 추진 해설

한국 교회사 믿음의 초석 위상 되찾는다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 133위에 대한 2차 시복 추진과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에 대한 시복 추진은 반역과 병사, 행방불명 등 갖은 논란과 자료 미비로 시복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던 초기 조선교회와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작업이 이뤄지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주교회의를 시복 시성 청구인으로 하는 한국 교회 차원의 시복 통합 추진작업이 본궤도에 들게 됐다.


창설 주역 시복 추진이 가장 큰 성과

우선 한국 교회사에서 믿음의 초석이 됐음에도 1차 시복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던 창설 주역들이 시복 추진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이 이번 시복 대상자 선정작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과다. 그간 교회 창설 주역이면서도 그 위상 만큼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유학자들과 중인, 평민들이 시복 대상자에 포함됨으로써 초기 순교자들을 온 세상에 높이 드러내고 이들의 거룩한 정신을 본받기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

 

이벽과 이승훈, 김범우 등 초기 조선교회 창립주역들이 대거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로서 한국 교회의 2차 시복 추진 대상자에 선정됐다. 그림은 김태 작 '명례방 초기 천주교 집회도', 유화, 명동성당 소장.1984년.



이들 창설 주역은 남인 학자들과 교유하며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선교에 힘써 우리나라 천주교 주추가 된 이벽(요한 세례자), 한국인으로는 첫 영세자인 이승훈(베드로), 역관 출신으로 유배사를 당한 김범우(토마스), 이익의 제자이자 서학파의 대가였던 권철신(암브로시오), 남인계 양명학자인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굵직굵직한 유학자들과 평신도들이 망라돼 있다. 창설 주역의 범위는 시기적으로 1801년 신유박해까지로 넓혔다는 점이 특징이며, 신유박해 순교자 가운데에는 정조의 서제(庶弟, 이복동생)이자 철종의 할아버지인 은언군 이인의 부인 송마리아와 며느리 신마리아 등 왕족도 포함됐다는 것도 또 다른 특색이다.

이와 함께 '백서'의 주인공으로 반역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황사영(알렉시오)도 포함돼 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오는 6월 1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황사영의 신앙과 영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황사영에 대한 교회법과 신학, 종교사회학적 조명을 통해 그의 고뇌와 죽음, 성덕을 밝히고, 백서의 본질을 규명한다.

또 그간 세례명 미상이나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1차 시복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던 홍봉주(토마스), 정은(바오로), 김사범, 여기중 등 병인박해 순교자들도 시복 대상자에 포함됨으로써 박해시대 순교자들 가운데 빈약하나마 자료가 남아 있는 순교자들은 거의 대부분 망라됐다. 그간 시복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빈약한 자료와 연구 부족 등이 지난 10여 년간에 걸친 조사와 연구를 거쳐 교회사의 공백이 상당부분이 복원됐기에 가능했다.

교구별로 보면, 서울대교구가 47위로 가장 많고, 수원교구가 45위, 대전교구가 12위, 청주교구가 9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구ㆍ안동교구는 각각 5위, 광주대교구 3위, 의정부ㆍ전주교구가 각각 2위, 마산ㆍ부산ㆍ춘천교구가 각각 1위를 차지한다. 성별로는 남자가 109위, 여자가 24위다. 순교시기별로는 1785~1791년이 3위, 1801~02년이 19위, 1815~19년이 4위, 1831~41년이 12위, 1866~1879년이 95위에 이른다.

- 한국전쟁 직전 순교의 길을 선택한 '평양대목구 사제단'의 생전 마지막 모습. 1949년 교구 사제 피정을 마친 뒤 평양 관후리주교좌성당 사제관 앞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는 제6대 평양대목구장 홍용호 주교와 사제단 18명(성 베네딕도회 사제 3명 포함)의 생전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공산 치하 순교자 시복은

해방 직후 공산 치하와 전쟁의 와중에 신앙을 증거하다 희생된 순교자들도 81위나 시복 대상자에 대거 포함됐다. 공산 치하에서 순교자들은 평양교구가 24위로 가장 많고 서울대교구 22위, 대전교구 15위, 춘천교구 7위, 광주대교구 5위, 수원ㆍ인천ㆍ제주교구가 각각 1위다. 가르멜수녀회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도 각각 2위, 3위가 포함됐다. 메리놀 외방전교회나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파리 외방전교회, 메리놀수녀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등 5개 수도회 출신 순교자는 해당 교구별 시복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이를 신원별로 보면 남자가 74위, 여자가 7위다. 주교가 2위, 신부가 48위, 신학생이 3위, 수녀가 7위, 평신도가 21위에 이른다. 한국인은 58위이고, 외국인도 23위나 된다. 이를 보면 순교 양상이 박해시대엔 평신도 중심에서 근ㆍ현대 들어 성직자들로 이동하고 있음이 뚜렷하다.

공산 치하 순교자들은 피랍 이후 행방불명자가 대다수여서 순교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쟁점이다. 그렇지만 공산 치하 순교자들의 경우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죽음을 은폐하거나 숨기고 유해조차도 유기한 상황이 인정되기에 죽음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순교했다는 '윤리적 확신'만 있다면 시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교황청 시성성의 관례에 따라 시복을 추진하게 됐다.

이같은 윤리적 확신은 단순한 심증을 넘어 현지 주민들이 순교자들의 죽음의 개연성에 모두 동의한다면 비록 확실한 물중은 없더라도 시복 추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공산 치하에서 살다가 전쟁을 전후해 월남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증언을 통해 시복 추진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공산화된 중국에서 체포돼 애국회를 거부하고 반혁명분자로 낙인 찍혀 이국땅 수용소에서 죽어간 김선영 신부도 시복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향후 시복 추진 일정은

이제 시복 추진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시복시성주교특위는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약전을 만들고 있다. 시성성 교령을 받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를 만드는 단계다.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및 증거자에 대한 약전은 현재 작성 중이고,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은 이미 약전 집필을 마무리한데 이어 영문약전 작성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어 올해 안에 시복 재판 개정에 필요한 시성성 교령과 시복 추진에 '장애 없음'을 시성성에 신청하게 된다. 이를 위한 역사위원회 구성은 현재 완료돼 이미 수집돼 있는 기초자료에 추가로 필요한 자료와 증거를 광범위하게 수집 중이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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