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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찬미받으소서: 우리 시대, 적당한 타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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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31 ㅣ No.1565

[찬미받으소서] 우리 시대, 적당한 타협들

 

 

사드(THAAD)

 

지난 9월 4일, 사드 추가 배치를 앞둔 소성리에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수천명의 경찰들이 겹겹이 둘러싸 주민들을 고립시킨 다음, 적폐정권 시절에도 없던 소위 ‘종교 케어팀’이란 이름의 경찰들을 앞세워 성직자들을 끌어내고 미사 제구를 탈취하고 주민들을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11월 6일, 트럼프 방한(訪韓) 시기에 맞춰 문규현 신부와 교무, 목사 등 종교인들은 다시 전쟁 반대, 사드 철회의 뜻으로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三步一拜)로 평화 기도를 하였습니다. 트럼프가 광화문을 지나가던 날, 법원에서도 허가한 청와대로 향하던 기도순례를 경찰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막아섰습니다. 문규현 신부는 순례길이 막히자 그 자리에 엎드려 경찰의 방패를 머리로 밀며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함께 있던 목사는 우리가 몇 시간 동안 기어온 거리가 불과 몇 십 센티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것이 촛불혁명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의 본모습이냐고 울며 소리쳤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2016년 12월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문화재위원회 전원 부결로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양양군이 이 사업을 다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올려 2017년 6월 중앙행심위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해 양양군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9월 27일 문화재위원회가 열리는 고궁박물관 앞에는 양양에서 올라온 케이블카 찬성 주민 5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찬성 측 주민들은 대부분 땅을 가진 유지들이라는 지역 주민의 증언을 기자회견에서 들었습니다. 찬성 측 주민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환경 보호’와 ‘산양 사랑’이 적혀 있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는데, 어떻게 멸종위기 종 1급 산양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찬성할 수 있는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양양군 공무원들과 지역유지들, 주민들이 동원된 찬성 집회 앞에서 불과 30명 남짓한 환경활동가들은 설악산을, 산양을 살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심의를 연기하였고, 10월 25일 문화재위원회는 다시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부결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오색 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허가를 들고 나왔습니다. 법률상 문화재위원회는 자문위원회 성격이기에 문화재청장이 결정하면 그 사업은 가능하다는 논리였습니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민원성 사업을 허가하고 있다는 총리실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권과 개발이 아닌 어머니 설악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다시 문화재청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지난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론화 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환경활동가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였습니다. 공론화위원회의 2박 3일 마지막 합숙토론을 앞두고 공론화 위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활동가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종이에 적어 위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저는 ‘창조질서보전, 뭇 생명 함께 살자!’라고 적었습니다. 핵 발전은 뭇 생명을 죽이는 반(反) 생명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론화 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찬성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 보다 19% 더 높았습니다. 사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공론화의 대상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었습니다. 공론화와 ‘숙의’라는 민주주의적 절차는 지난 정권과 달랐지만 공약 사항을, 그리고 우리와 다음 세대의 안전과 생명의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하는 ‘공론화’가 과연 적정했는지는 더 ‘숙의’되어야 합니다.

 

 

4대강

 

지난 6월 1일, 낙동강에 있는 고령보, 달성보, 합천보의 수문이 개방되었습니다. 국민들은 보의 수문이 개방되었는지 알지 못했고, 아는 사람들은 전면 개방이 아닌 일부 보의 수문만 열렸다고 ‘찔끔 개방’이라 비웃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은 ‘무분별한 개발로 창조주 하느님의 소중한 작품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 뜻을 표하였고(2010년 3월 19일, 춘계 주교회의 ‘생명문제와 4대강사업에 대하여’), 천주교 내 많은 단체들이 연대해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를 만들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난개발 사업을 끝까지 반대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4대강 모든 보의 수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한강의 여주보, 강천보는 개방 계획에 아예 빠져있고, 가장 많은 보가 만들어진 낙동강 상류 보들은 여전히 닫혀 있습니다. 낙동강 상류 보들의 수문을 열어야 강물 흐름이 빨라져 재자연화 효과가 커집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모니터링 자문단을 구성하였지만 지역에서 강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환경단체 활동가, 주민들은 단 한 사람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낙동강의 한 어민은 일주일에 겨우 물고기 두마리가 잡힌다고 하루라도 빨리 보를 없애면 예전처럼 살만한 낙동강이 돌아올 것이라 말합니다. 우선 4대강 모든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하면 강은 저절로 살아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연보호와 경제적 수익의 균형, 또는 환경보존과 발전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적당히 타협하면 단지 불가피한 재앙이 조금 늦추어지는 것뿐이라 경고합니다(『찬미받으소서』 194항). 단 1% 남은 생태계보존지역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가하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미군의 미사일 포대를 만들고, 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은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 없이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썩어가는 4대강 보들의 개방을 미루는 작태는 우리 시대, 적당한 타협들입니다. 민주주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적 전망과 교회의 사회 교리에 따라 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보전(Integrity of Creation)의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그 원칙과 행동들은 이어져야합니다. 새로운 한해를 맞으며 수익과 발전의 논리를 교묘히 앞세우는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을 반대합니다. “주님,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 아멘.”(‘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가운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겨울호(Vol. 40), 글 맹주형 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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