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가정에서의 인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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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03 ㅣ No.1567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가정에서의 인권교육

 

 

오늘날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생명과 양심과 신앙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의식 수준을 갖고 있는 걸까요? 어느 정도로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걸까요?

 

인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의식 수준을 나타내는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수치들 - 출산율, 해외 입양률, 낙태율, 자살률만 보자면 인권의식이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IMF 외환 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빈자와 약자들에 대한 상위층, 기득권층의 갑질 문화 역시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신앙과 인권의식

 

신앙의 자유라는 인권적 측면에서도 위기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일부 종파도 문제지만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녀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대물림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자녀에게 신앙의 자유를 주는 것이라는 일부 부모들의 주장은 신앙의 위기인 동시에 인성, 인격, 인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신앙은 강요나 세뇌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제대로 교육하지도 않고, 학원과 입시위주의 교육에 내몰아 물질만능주의적 가치관을 심어 주면서 신앙의 자유를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 할 수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통해 자신의 영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영원하고 진실한 사랑과 은총을 믿는 것이고, 신앙의 자유는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역시 사랑으로 선택하고 응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너를 사랑하시는지 무관심하신지, 천국과 지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네가 알아서 선택하라고 맡기는 결코 그런 하찮은 문제가 아닙니다.

 

가정에서 인권의식을 높이고 감수성을 깊게 하는 첫 번째 길은 신앙을 통해서 인성과 인격을 정립하고 수양하는 것입니다. 사회교리의 4대 원리인 인격주의, 보조성, 연대성, 공동선의 원리들을 삶으로 가르치고 구현하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들로 여기고, 나와 같은 인격을 지닌 동등한 존재로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가정공동체의 일들에 각자의 책임과 권한에 따라 몫을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를 하느님처럼

 

가정의 일에는 일체 참여시키지 않고 공부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녀에게 공동체 생활과 사회 생활의 기초를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회성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불행합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서 자신의 책임과 권한의 몫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할지라도 손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에 대해서 책임과 권한의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만일 가족 모두에게 선하지 않다면, 인격주의, 보조성, 연대성의 원리들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만 합니다.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원리들에 기초해 부모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사회적 문제들을 인격적이고 보조적이고 연대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공동선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권감수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각자가 하느님을 닮은 존엄한 영적 존재로서 서로를 하느님처럼 대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인권감수성은 얼마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에서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비인간적 대접을 받는 이들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자비와 함께 그러한 상황을 도출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정의로 하느님 나라의 선을 함께 누리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복음의 계명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나 홀로, 우리 가정만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인권의식과 그 감수성은 함께 행복한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실천적 삶입니다.

 

[외침, 2018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조한영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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