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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 전면 불허 가톨릭 교회 교리서 수정 - 사형제 폐지 관련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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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1 ㅣ No.1573

교황, 사형 전면 불허로 교리서 공식 수정


“사형, 절대 허용될 수 없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일 사형제를 반대하며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개정했다. 사진은 2016년 11월 30일 오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세계 사형반대의 날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마련한 조명 공연.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형을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개정했다. 교황은 8월 2일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을 교리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한편 교회가 전 세계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을 독려했다.

 

사형에 관한 교회 입장을 담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은 이미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개정된 적이 있다. 당시 교황은 현대세계에서 사형제도 적용이 무용함을 강조하고 모든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시켰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 개정을 발표하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의 가르침에 따른 조항은 범죄에 대한 처벌로 범죄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있다”며 “그 어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될 수 없으며, 사형은 이 존엄성을 빼앗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 교리서 조항은 “오랫동안 공정한 재판을 전제로 사형이 몇몇 중대한 범죄에 대한 적합한 처벌이자 공동선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오늘날 아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굳은 의지로써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활동한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사형에 대한 교회의 교리 개정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 총무 김형태(요한) 변호사는 “중한 죄를 범한 사람일지라도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이를 부인하는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교황의 말씀을 환영한다”라며 “신자들이라면 반드시,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형수들의 어머니’ 조성애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는 그동안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쳐온 이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조 수녀는 “인간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좌절하지 않고 생명존중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교황님께서 이런 결단을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우리도 더욱 기운을 얻어서 부족한 힘이라도 보태 열심히 노력하면 더 좋은 생명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12일, 최용택 기자, 우세민 기자]

 

 

‘사형 전면 불허’ 「가톨릭 교회 교리서」 수정 - 사형제 폐지 관련 특별기고


하느님 뜻 생각하며 ‘응보에서 교화로’ 나아가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일 “사형은 인간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공격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을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포함시킨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사형제 존치 국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교회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총무 김형태(요한) 변호사의 특별기고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 가르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마련한다. 또 사형제도에 대한 전 세계 흐름과 한국교회의 그간 노력들을 정리했다.

 

 

어금니 아빠는 존엄한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중학교 다니는 딸의 친구를 집에 불러들여 성추행을 하려고 수면제를 먹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깨어나 저항을 하자 목을 졸라 죽였고, 1심 법원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오오, 하느님. 저 흉악한 살인범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래, 하느님은 결국에는 저 자를 용서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과연 나는, 우리는, 저 자를 용서할 수 있으며 용서해야 하는 걸까?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선언하는데 정말로 저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 저 ‘놈’도 존엄한가?

 

사실 신자이건 아니건 평균의 도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런 악인이 존엄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을 새로 바꾸면서 분명히 밝히셨다. 살인같이 중한 죄를 저지른 자도 존엄하고,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성을 침해하는 사형제도는 받아들여질 수 없노라고. 그러므로 교회는 전 세계 사형제도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전 교리에서는 원칙적으로 사형은 안 되지만 공동선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형을 허용했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은 안 됨을 분명히 했다.

 

신자들 중 상당수가 이 교리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으나 교회를 통해 우리를 가르치시는 하느님의 깊은 뜻을 숙고할 일이다.

 

흉악범을 죽이는 것이 우리의 응보감정에 들어맞는 일이기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다 하느님의 자녀라고 가르치셨다. 그 분 가르침대로 하느님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그 분께서는 간통죄로 끌려 온 여인을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이려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는 한동안 땅바닥에 무언가 글씨를 쓰시다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르셨다.

 

교황께서는 이번 교리 개정의 배경으로 국가 형벌의 의미를 물으셨다. 국가가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이외에도, 흉악범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악인을 교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벌제도를 발전시켜왔음을 들었다.

 

유엔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사형제도와 흉악범죄 발생 사이에는 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형을 폐지한 나라에서 흉악범이 늘었다거나, 반대로 사형을 유지하거나 재개한 나라에서 범죄가 감소했다는 사례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형이 없어지면 살인이 빈발할 거라는 일반의 예상은 실제와는 다르다.

 

그리고 죄인을 사형시켜버리는 것보다는 교화를 통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게 하는 것, 즉 ‘응보에서 교화로’가 인류 문명화 과정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사형 대체형벌을 통해 흉악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과제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 수백만 유다인을 학살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자기나라 국민들도 마구 사형에 처했다. 전후 이에 대한 반성으로 아예 우리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다가 사형제도 폐지를 명문으로 못 박았다. 그리고 흉악범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그러기를 30여 년, 절대적 종신형제도가 정착되면서 사형폐지 목적이 달성되고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게 되자,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진 죄수들에게는 가석방과 감형을 허용하는 상대적 종신형제도로 더 나아갔다.

 

사형제도가 유지되는 미국에서 한 달 전 사형수가 처형되기 불과 8시간 전에 집행이 정지되는 일이 있었다. 처형수단인 독극물을 제조하는 회사가 자신들의 약품을 사형집행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해서였다. 재작년에는 다국적기업인 ‘화이자’가 사형집행 당국에 독극물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제 미국 주정부들은 합법적 시장에서는 처형 약물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 198개 나라 중 사형이 법률적으로 폐지된 나라는 112개국이고, 우리처럼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아서 사실상 폐지된 나라가 29개국, 사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나라는 57개국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차원에서 15, 16, 17, 18, 19대 국회 20년에 걸쳐 사형폐지 법안이 발의되었고 그중에는 과반수가 넘는 의원들이 법안에 서명한 적도 있다. 그런데 법사위가 본회의 회부를 막아 법안 상정도 못하고 자동폐기를 반복했다.

 

헌법재판소도 1996년에는 재판관 7대2로 사형제도 합헌결정을 했지만 2010년 재판 때는 5대4였고, 이때 합헌 쪽에 선 5명 중에서도 2명은 신속히 국회에서 논의하라고 주문하여 사실상 3대6으로 위헌의견 다수로 역전된 셈이었다.

 

현재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새로운 헌법재판을 위해 대상사건을 물색 중이다.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협력하여 절대적 종신형을 대안으로 하는 사형폐지 법안을 새로이 제출할 예정이다.

 

그렇다. 과연 우리들 중 누가 선인이어서 하느님께서 해를 떠오르게 하실 것이며, 우리들 중 누가 의로움으로 하느님 내려주시는 비를 맞을 수 있을까.

 

그래도 당신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 하셨으니, 우리도 교황님 말씀대로, 그리고 헌법 제10조에 쓰여 있는 대로, 저 흉악한 어금니 아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할 일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12일, 김형태 요한 변호사(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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