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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에너지: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그 너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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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4 ㅣ No.1575

[경향 돋보기 -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에너지]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그 너머를 향해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이제 에너지 없이는 어렵다.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는 물론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의 향유는 에너지가 바탕이다.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가 필요한데, 인류 역사에서 시대별 에너지 사용량과 종류가 달랐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높이는 데 에너지 소비 증가가 그 기반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가 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와 원자력 발전으로 공급되었다는 데 있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 시대

 

오늘날 미세 먼지 피해와 기후 변화의 진행,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환경 문제는 기존의 화석 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더불어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사회 갈등, 에너지 안보 문제 등으로 기존 에너지 체계를 이대로 지속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기존 에너지 체계의 문제점 때문에 오늘날 많은 국가가 경제성은 물론, 환경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고루 배려하는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란 ‘경성 에너지 체계’라는 기존 에너지 체계로부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개선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하 재생 에너지)의 이용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에너지원뿐만이 아닌 에너지 이용 방식, 의사 결정 방식의 변화가 따른다. 참고로 재생 에너지란 화석 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크게 태양, 풍력, 수력, 지열, 폐기물을 이용한 에너지와 생물체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바이오매스’ 등을 말한다.

 

어떤 에너지를 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양과 방법도 중요하다. 곧 안정적인 사용과 환경 비용을 도외시한 채 저렴한 에너지 공급에만 관심을 두던 데서, 에너지 이용에서 오는 환경적 영향과 윤리의 문제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간, 세대 간 형평성의 실현과 맞물려 있다. 화석 연료를 주된 에너지로 사용한 결과로 발생한 기후 변화와, 넉넉하고 안정적인 전력 사용이라는 기치 아래 갈수록 늘어나는 원자력 발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의 증가는 별다른 책임이 없는 특정 지역과 미래 세대에게 큰 위험을 떠안기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인류의 에너지 사용은 생태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여러 나라에서 생태적, 윤리적 성찰을 토대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경제성 있는 투자와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며 에너지 전환의 선두에 선 이른바 ‘에너지 선진국’들이 더욱 열심이다. 이 분야에서는 기술 혁신이 요구되며, 일자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도 만들어진다. 오늘날 에너지 전환이 사회 변화의 기초이자 핵심이 된 이유다.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대안의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소비는 10년 전보다 1.7% 늘었다. 같은 기간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는 1.6% 증가했지만, 재생 에너지의 사용은 2.3% 증가하였다. 재생 에너지의 신규 시설 용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은 2017년 기준으로 작년 대비 33% 늘어났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 곳도 태양 분야이다. 풍력의 경우 11% 증가하였고, 해상 풍력 시장은 30%나 성장했다. 재생 에너지의 확대를 위한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석탄 화력 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나라가 20개국이 넘었다. 유럽연합국 가운데 26개국의 전력회사들은 2020년 이후에는 더 이상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협약에 서명하였다. 칠레도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금지하였으며, 이스라엘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만이 아닌 휘발유와 경유도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전 세계 굴지의 137개 기업이 2025년까지 모든 전력을 재생 에너지로 사용한다고 선언하였다. 이 기업들이 협력 업체들에게도 같은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기업도 수출을 위해서 이제 에너지 변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전 부문에 걸쳐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2015년 각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냉난방이 48%, 수송이 32%, 전력이 20%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재생 에너지는 26%, 3%, 25%였다. 2017년 전기 자동차는 2016년에 비해 58%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과 아일랜드는 2030년, 스코틀랜드는 2032년, 프랑스는 2040년 이후 내연 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선언하였다. 중국도 2040년 이후 모든 내연 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금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 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전력을 총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하고 탈원전과 탈석탄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내연 기관 자동차의 판매나 생산 금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는 등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재생 에너지의 친환경성과 발생 가능한 환경 문제

 

어떤 에너지도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은 없다. 재생 에너지도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추출해서 만들며, 어딘가에 설치해야 하고, 사용한 뒤에는 재활용이나 폐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태양광 설비에 대해 유해성을 제기하는 민원도 있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예컨대 농작물 피해 등의 이유로 제기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빛 반사 문제는 실제 일반 유리보다 낮으며, 전자파로 인체나 가축에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전지판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인버터라는 장치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전자파는 일반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훨씬 낮아 우려할 대상이 아니다. 중금속 오염으로 카드뮴이 거론되는데, 우리나라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에는 이 카드뮴이 없다. 셀과 전선의 연결에 사용된 소량의 납은 회수하여 재사용한다. 폐 모듈의 유리, 실리콘, 납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충북 진천에 2021년 준공을 목표로 ‘태양광 재활용 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풍력에서 제기되는 소음 문제는 민가로부터 거리를 두고 설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해상 풍력의 경우 해양 생태계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해상 풍력 지지대가 오히려 물고기 서식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림 파괴와 경관 변화라는 문제가 남았다. 예전에는 소수의 대규모 석탄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고압 송전선로의 입지를 둘러싸고 몇몇 지역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면, 재생 에너지 설비는 그 갈등의 지평이 전국으로 퍼진 양상이다. 또 일부 언론에서 난개발로 산림 훼손과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식의 보도는 이 재생 에너지 설치를 둘러싸고 환경 파괴 논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기존 화석 연료와 원자력이 일으키는 문제와 견주어 재생 에너지 설비의 수용 가능한 수준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환경 영향이 전혀 없는 에너지 이용방식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임야에 설치한 태양광으로 산림이 훼손되는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최근 임야에 설치한 태양광 에너지의 공급 인증서 가중치를 조정하였기에, 앞으로 임야의 태양광 설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생 가능한 환경 영향을 미리 검토하고, 대상지를 선별하여 발전 사업으로 연결하는 ‘계획 입지제’를 도입한 것도 환경이 그 바탕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 갈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회 갈등은 사업에 대한 의사 결정이나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으로부터 지역 주민을 배제할 때 발생한다. 지역이 외지인들로부터 변화되고, 외지인들이 자기 지역의 공동 자원을 이용해서 얻은 이익을 가져가기만 한다면 지역 주민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푸르른 산지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태양광 설비로 뒤덮인다면, 그런 변화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이익 공유가 필요하다. 그 지역의 환경을 잘 아는 지역 주민의 지식을 활용하면 부정적인 환경 영향도 줄일 수 있다. 지역 주민에게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올바로 설명해야 하고,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신뢰와 합의를 얻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이 재생 에너지 사업에 출자해서 지분을 갖거나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가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을 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설비 설치로 다소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건설 과정에서 지역 업체가 참여하여 지역에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며, 전기 요금을 보조하거나 생태관광으로 지역에 이익 창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은 에너지 미래를 위하여

 

재생 에너지 이용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소비를 유지하거나 늘려 가면서 그 모두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 발전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직접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모든 제품의 생산과 유통, 사용과 폐기에도 에너지 투입이 있는 만큼 소비 생활 자체에서 에너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생산지가 가까운 식품, 제철 식품, 과다 포장을 하지 않은 제품, 재활용이 쉬운 제품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시민은 에너지 소비자에 머물러 있기보다 스스로 에너지 생산자로 탈바꿈해야 한다. 자신의 에너지 이용이 일으킬 비윤리성을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자신의 집에 직접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에너지 협동조합을 결성하거나 펀드 가입 등으로 재생 에너지 확대에 함께할 수 있다. 이른바 ‘에너지 농부’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법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에너지를 전환하려면 시민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의지를 보이는 국민대표를 잘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표는 정치 투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제품을 사는지의 의사 결정, 곧 화폐를 통한 경제 투표는 에너지 투입이 적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의 구매로 그런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 시장에서 발휘하는 시민 주권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질도 바꿀 수 있다. 나아가 시민들은 에너지, 환경 단체를 만들거나 기존 단체에 가입하여 후원과 자원봉사를 통해 단체의 주장을 사회 전체로 퍼뜨리는 데 함께할 수 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상위 전력 생산 대국 중 석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이 다섯 번째로 높은 국가이다. 반면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에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재생 에너지 이용을 늦추면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너무 뒤처져 있다. 재생 에너지 이용에 대해 부정적인 환경 영향과 사회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우려가 화석,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논리로 활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동시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도 설계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줄이면서 재생 에너지 이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 윤순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이며 한국전력공사 갈등관리위원회 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심의위원회 위원,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윤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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