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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38: 생명은 자기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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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25 ㅣ No.1581

[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38) 생명은 자기 길을 간다


책임의 성교육 피임 교육보다 선행돼야

 

 

통제될 수 없는 생명과 대자연

 

“새끼들은 처음 본 생물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날 쉽게 믿죠. 난 이 섬의 모든 생물이 태어나는 걸 지켜봤소.”, “야생에서 부화한 놈들도요?”, “쥬라기 공원에서는 야생에서 번식한 새끼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우리 공원에는 암컷만 있거든요. 인위적으로 조절했죠.”, “하지만 모두 암컷인지 치마라도 들춰보셨나요?”, “염색체를 조절하면 간단합니다. 모든 척추동물의 태아는 본래가 암컷이지만 적정 성장단계에서 호르몬이 주입돼 수컷이 됩니다. 우린 그걸 봉쇄한 것뿐입니다.”, “봉쇄해요?”, “그런 종류의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진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생명이란 가둘 수 없는 것이며 끊임없이 자유를 갈구한다는 겁니다. 고통스럽고 위험한 장애라도 뛰어넘죠. 그런데 말리기엔 너무 늦었군요!”, “암컷만 있는 동물 무리도 번식할 거란 말씀인가요?”, “아뇨. 다만 생명이 번식 방법을 찾을 거란 말입니다(Life finds a way).”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육식 공룡의 부화를 보면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다. 사업가와 엔지니어는 생명을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고수익 상품을 만들었다. 수학자는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생명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가볍게 무시당한다. 이후 영화는 인간의 오만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들인다는 진리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기술 만능 시대를 사는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인데,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은 자연과 생명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돈과 쾌락에 이끌려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동을 하고 큰 해를 입는다. 영화는 생명공학의 문제를 보여주지만, 일상에서는 핵산업이 그 극명한 예다. 치명적 폐기물이 나오고, 위험성이 관리되기 어려운 핵발전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친환경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미디어가 ‘안전한 핵발전’이라는 신화를 퍼뜨렸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그 실체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피임으로 통제되지 않는 인간 생명

 

피임산업도 매체를 활용해 ‘안전한 피임’을 외친다. ‘콘돔과 피임약을 사용하면 안전하게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선전도 사람의 뜻대로 자연과 생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욕망에 기울어진 환상이다. 이미 피임 실패와 낙태, 여성 착취라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우리는 그 실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피임이 성교육의 대안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20대 초반 여성을 위한 실전 페미 성교육. 어떻게 하면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자위하는 나는 이상한 여자일까? 나의 질, 클리토리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진짜 알아야 할 피임법. 젊은 여성에게 금지된 것들에 대하여. 다양한 피임 도구 알아보기.”

 

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신입생들에게 나눠준 성교육 안내문이다. 대학에 가면 성관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전제한 후, 피임과 자위를 강조한다. 이런 성교육은 낙태 합법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는데, 놀이화 된 성관계에는 책임과 신뢰가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완벽한 피임이 존재할 수 없어서 임신이 확인되면 ‘히트 앤드 런(hit and run)’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낙태 중 상당수가 이 경우다. 이는 애초에 책임으로 해결할 문제지, 낙태 사유가 아니다.

 

 

젊은이에게 진정 필요한 성교육은?

 

대학교 신입생 딸을 둔 50대 아빠가 페미니스트 단체의 활동을 목격하고 필자에게 보낸 글이다.

 

“신입생들이 입학식장으로 들어오자 요란한 복장을 한 재학생들이 생기발랄한 퍼포먼스와 함께 리플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받아볼 수 없었지만, 바닥에 떨어진 한 장을 주워 호기심에 읽었다가 당혹감을 느꼈다. 성교육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인 80년대 대학에 다닌 아버지로서 내가 느낀 당혹감이란 이런 것이다.

 

첫째, 지금은 성교육의 홍수 시대다. 정보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정보도 섞여 있기 때문에 그걸 가려낼 분별력도 함께 요구된다. 둘째, 어찌 성교육의 주요 내용이 피임법과 성 해방뿐이겠는가? 원치 않는 임신은 예방이 최선이겠지만, 그 이전에 생명과 책임 그리고 순결의 가치를 먼저 가르치는 참된 성교육도 찾아보면 있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그 대상이 대학 새내기들이라면. 셋째, Train-the-Trainer, 자칭 성교육 강사라는 사람들을 가르칠 만한 강사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먼저 제대로 교육받고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야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성교육에 헌신하시는 수많은 선생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짧은 글이 누군가에게는 반성의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란다.”

 

선배가 신입생에게 사회과학 서적을 읽히고, 학생운동을 준비시켰던 80년대. 당시 대학을 다녔던 아빠의 눈에 요즘 대학교는 선배가 신입생에게 섹스와 피임을 권하고, 낙태 합법화 운동을 준비시키는 장소였다. 이 아빠는 이런 광경에 충격을 느꼈다. 신입생들에게 이런 성교육을 시행한 단체는 낙태 합법화 운동의 전면에 섰고 지난 6월에는 도심에서 상의탈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낙태로 직결되는 행위를 권하고 또 낙태를 지지하는 교육 단체들이 청소년과 대학생 성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이들이 피임권과 낙태권이 아니라, ‘생명은 자기 길을 간다(Life finds a way)’는 대자연의 원리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도록 생명에 대한 외경과 책임의 성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26일, 이광호 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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