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전례ㅣ미사

[축일] 주님 세례 축일에 알아보는 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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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1-08 ㅣ No.2384

[특집] 주님 세례 축일에 알아보는 ‘물’의 의미


원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삶 살아가라는 하느님의 은총

 

 

예수님께서는 요르단강에서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셔서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임이 계시됐다. 1월 8일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의 세례 안에 담긴 신비를 묵상하는 한편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을 통해 세례를 받는 그리스도인은 원죄에서 깨끗해지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세례는 합당한 말의 형식과 함께 물로 씻음으로써만 유효하게 수여된다’(교회법 849조)는 언급에서처럼 세례에서 물이 지니는 뜻은 지대하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물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2023년 4월 8일 미국 테네시주 올드 히커리에서 한 어린이가 세례를 받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성경에서의 물

 

성경 안에서 물은 ‘생명의 원천, 소생시키는 힘’을 뜻하며(이사 12,3; 32,2), ‘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쓰인다.(민수 19,8; 31,23; 에제 16,4) 아울러 ‘하느님의 한없는 은총의 상징’이다.(이사 55,1) 또 ‘홍수’ 등 물의 위력은 ‘심판’이나 ‘재난의 상징’으로 묘사된다.(이사 43,2; 시편 32,6) 치유하고 깨끗하게 하는 물(요한 5,7), 세례수(마태 3,11), 영적 생명수(요한 4,13-14) 등의 내용으로도 나타난다.

 

물은 ‘안식처’(시편 23,1-3)와 ‘하느님의 축복’(에제 47,8-9), ‘정화수’(에제 36,24-26), ‘영원한 생명’(묵시 22,17) 등 긍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고난’(2사무 22,16-17)과 ‘홍수’(창세 6,17), ‘하느님의 진노’(호세 5,10) 등 부정적인 의미로도 드러난다.

 

탈출기에서는 홍해가 갈라지고(14,21-22), 바위에서 물이 나왔으며(탈출 17,6),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의 모습(마태 14,25-27) 등에서는 물과 관련된 기적을 볼 수 있다.

물로 치유된 기적들로는 나아만 장군의 몸이 어린아이처럼 깨끗해진 장면(2열왕 5,14), 벳자타 연못에 들어가 병이 나은 병자(요한 5,2-4)나 실로암 연못에서 눈을 씻고 눈이 밝아져 돌아온 소경(요한 9,6-7) 등을 꼽을 수 있다.

 

 

정화와 재생

 

물이 전례나 성사 집전 때 자주 사용되는 것은 무엇보다 내적 정화와 외적 정화를 상징하는 의미와 연관된다.

 

이는 유다교의 종교 관행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나아만의 일곱 번의 목욕’ 장면을 참고할 때 요르단강에서 몸을 씻는 것이 구약성경과 유다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유배 후 유다인들은 새 삶을 청하면서 목욕 예식을 했다.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은 예수 그리스도도 씻는 상징적인 의식, 세례식을 치렀다. 「가톨릭대사전」은 이에 대해 “인류의 원죄와 실제적인 죄를 씻어 없애고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실생활에서도 물은 주로 ‘씻음’, 정화에 활용된다. 「전례사목사전」에서는 “세례수로 죄를 씻는 것은 세례(1코린 6,11)의 가장 오래된 동기”라면서 “손 씻음과 성수의 사용은 죄악의 정화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언급한다. 교회 건물과 종을 사용하기 전에 성수를 뿌리는 것은 이런 정화의 속뜻이 담겼다.

 

아울러 「천주교 용어사전」에서는 세례 때 물을 사용하는 것이 ‘세례가 재생의 성사요, 우리를 천국으로 안내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노아의 홍수는 물에 담긴 재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사례다. 이때 지상의 생명체는 모두 멸망하지만 노아의 가족은 새 땅에 새로운 인류를 세운다.(창세 9장 참조) 물은 여기서 악으로 가득한 세상이면서, 새 인류 새 생명이다. 물로 세례를 받음은 이처럼 악의 요소를 떨치고 새 삶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성수(聖水)와 세례수(洗禮水)

 

성수와 세례수는 차이가 있다. 성수는 ‘하느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성한 물로, 영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나 육체적으로 위험할 때’ 사용된다. 세례수는 세례성사 때 물로 씻는 예식에 사용되는 축복된 물을 말한다.

 

성수는 미사 거행 시 혹은 미사 밖에서 축복돼 전례의 여러 부분에서 사용되지만, 세례수는 세례성사 집전 중이나 부활 성야 예식 중에 축복된다. 이는 새 입교자들을 위한 세례용으로 사용된다.

 

세례수 축복은 정확한 언급을 찾을 수 없으나, 2세기 중엽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문헌들이 나타나는 것은 3세기 초엽이다. 아프리카의 교부 테르툴리아노는 저서 「세례에 관하여」를 통해 세례수 축복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언급했고, 치프리아노는 “세례 때에 세례자들의 죄를 씻어 없애 줄 수 있도록 물은 먼저 사제에 의해 청결하게 정화되야 한다” 고 전했다. 최초의 세례수 축복문은 4세기 중반 발행된 세라피온의 「찬미 기도문」과 「히폴리토의 법령집」에 나와 있다.

 

성수 사용은 2세기경의 외경 「베드로 행전」에서 확인된다. 「찬미 기도문」에서는 병자들을 위해 기름과 함께 사용됐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세례수와 성수를 구별해서 사용한 것은 로마 이교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에서는 거주지를 축복할 때 물을 썼다고 한다. 초대 그리스도교에서는 처음 거주지 축복을 위해 성수를 사용했으나, 점차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538년 비질리오 교황이 새로운 성당을 축복하는 데 성수를 뿌렸다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현재 성수는 전례 안에서 물건과 병자성사, 장례식, 부활 성야의 세례 서약 갱신 예식 등 축복에 쓰인다. 신자들의 가정 방문 때에도 성수가 사용될 수 있다. 특별히 신앙인들은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반에서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그으며 기도한다.

 

 

성수 예식

 

성수 예식은 주일 미사의 시작 예식에서 사제 자신은 물론 신자들과 봉사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말한다. 정화와 하느님 축복을 청하기 위해 한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 혹은 물건과 건물 등에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활 성야 때 미사 집전 사제가 세례 약속 갱신 후 세례를 상기시키며 회중에게 성수 뿌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성수 예식은 신앙인들의 최초 파스카인 세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뜻이 크다. 아울러 이미 받은 성령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2024년 1월 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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