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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새로운 복음화 세미나: 현대 세계의 문화상황과 신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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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25 ㅣ No.295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현대 세계의 문화상황과 신앙교육’ 세미나


“현대 세속문화 비판 앞서 교회의 성찰 · 쇄신이 먼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15일 마련한 제2회 새로운 복음화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세속주의 · 상대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제대로 전수하기 위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신앙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그 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 인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 이하 주교회의 사목연구소)는 15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현대 세계의 문화상황과 신앙교육’ 주제로 제2회 새로운 복음화 세미나를 열었다.

 

주교회의 사목연구소가 ‘새로운 복음화’라는 큰 틀 안에서 두 번째로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현대의 문화사조와 문화 현상을 다각적으로 분석 진단하는 가운데 첫영성체 교육, 청소년 교육, 예비신자 교리교육 등 한국교회 신앙교육의 장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이 준비돼야 할지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었다.

 

특히 ‘외화내빈’(겉은 화려하나 속은 부실) 현상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 직면하여 ‘신앙교육’이 질적 성숙 및 신앙 쇄신과 더불어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중요한 열쇳말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대사회의 특별한 현상 속 종교와 신앙 현실은 무엇인지, 또 신앙교육의 비전과 과제는 무엇인지 실마리를 마련하고 그 이론과 실제의 접점을 찾아보는 시간으로 의미가 컸다. 

 

심포지엄에서 제1발제는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교의신학)가 ‘현대 세계의 문화 상황과 새로운 복음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제2발제는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기초신학)가 ‘세속주의 시대를 위한 신앙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다. 논평은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와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교리교육)가 각각 맡았다.

 

 

■ 세속화 · 세속주의 · 그리스도교 - 세속주의 문화와 새로운 복음화 / 정희완 신부 

 

“세속주의, 신앙 걸림돌이자 현대인 삶의 자리” 

 

제1주제를 맡은 정희완 신부는 세속주의 문화로 지칭되는 현대 종교와 문화 전반을 조명하면서 그리스도교와 문화의 관계를 살피는 한편, 세속화 논쟁과 세속화 과정에서의 종교 환경 및 종교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새로운 복음화에 도전하는 문화 현상들을 고찰하면서 자본주의 삶 안에서의 여러 징후들과 탈종교적인 세속주의 문화, 과학의 도전 문제들을 짚었다. 

 

정 신부는 교회와 신앙인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 시대의 문화사조를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좁은 의미의) 세속주의 문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과학적 사유체계’로 지적하면서 자본주의 삶 안에서의 여러 징후들은 ‘인지 자본주의와 주체의 재구성’, ‘우울증과 자살, 피로사회와 힐링 문화’, ‘권력과 문화의 결합’ 등의 특성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탈종교적인 세속주의 문화 부분에서는 ‘탈종교적 사회 또는 무신론 사회’, ‘기능적인 종교와 이기적인 신앙’을 짚었고, ‘종교와 신앙에 대한 기능주의적 접근’. ‘도전받는 창조주와 인간’의 특징으로 ‘과학의 도전’을 설명했다.

 

정 신부는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에 가장 큰 걸림돌과 위험 요소가 바로 세속주의 임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현대인들의 삶의 자리이고 삶의 표현이기도 한 세속주의 문화에 대해 교회는 그저 적대적으로 대하고 비판만 해야 할 것인지” 반문하면서 “역설적으로 현대문화는 사람들에게 물질의 중요성과 거룩함을 깨닫게 해 줄 수도 있으며 지금 자리하고 있는 현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줄 수도 있으며 자연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의 세속문화는 그저 그리스도교 혹은 그리스도교 문화와 대척점에 서 있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가 현대문화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볼때 현대문화를 그저 대상화해서 세속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 신부의 의견이었다. 

 

정 신부는 “교회 안의 세속주의가 더 문제인지 모른다”고 지목하면서 “신앙이 세속주의 문화 안에서 어떻게 고백되고 재현되는지, 신앙이 세속주의 문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없다면 세속주의에 대한 교회의 비판은 공허하거나 위선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정 신부는 “예수님의 방식이 새로운 복음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세상의 문화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먼저 자신을 쇄신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쇄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논평에 나선 박문수 박사는 “여러 위기 징후에도 불구하고 종교·그리스도교·가톨릭이 존속하고 또 그러면서도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함을 확신하지만, 이러한 기회는 ‘교회의 쇄신’을 우선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이제까지와 같은 안일한 태로로는 거대한 세속주의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 현대 ‘피로사회’ 속에서 가톨릭 신앙 감각의 회복 / 송용민 신부 

 

“보편성 재발견하는 포용적 교육으로 확대해야” 

 

송용민 신부는 제2발제에서 최근 독일 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피로사회’란 용어로 현대사회를 진단하면서, 현대세계 세속주의 문화 속에서의 가톨릭 신앙 현주소를 파악하는 한편 참된 가톨릭 신앙 감각의 회복을 통한 신앙의 기초들과 사목적 원리들을 제안했다.

 

송 신부는 ‘피로사회’ 속의 종교와 신앙 현실을 고찰하면서, “오늘날 신앙세계는 보편성의 강조와 더불어 나타난 긍정성의 과잉으로 신앙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제2의 신앙위기를 겪고 있다”며 “신앙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을 절대 권위를 지닌 교회의 가르침에 맹종하는 것으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송 신부는 “그 결과 전통적으로 수용해온 신앙 교리들에 대한 해석의 혼란이 나타나고, 신자들은 교회의 윤리 규범과 세속적 상황 윤리의 당위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계명 준수의 난해함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교리교육은 소통과 이해 부족으로 왜곡되거나 소외되고, 해석되고 공감되지 않은 전례는 의무나 형식으로 전락했으며, 신앙의 중심인 기도생활이나 이웃사랑의 실천은 이기적 축복논리나 자기애의 형태로 변질돼 갔다는 것이다.

 

성과와 은사 중심의 신앙에 따른 피로감의 증대 현상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송 신부는 “신앙 은사활동의 과잉은 곧바로 오늘날 현대인이 겪고있는 우울증과 비슷한 냉담이나 냉소적 신앙에로 전락할 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면서 “외적 성장에 매달려 영세 신자수를 늘리기 위한 선교 정책에도 문제가 있고, 성직자들에게 본당 사목 현실도 과거처럼 녹녹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송 신부는 “21세기가 과거 무신론적 사조들에 의한 ‘신앙의 위기와 부재’나 교회가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 중심의 복음 증거만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신앙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더 이상 전통적인 ‘면역사회’의 틀에서가 아닌 현대의 ‘피로사회’ 안에서 찾아보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신부는 피로사회에서 겪는 신앙생활의 부담감과 피로감을 극복키 위해서는 먼저 “지성적 회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또한 보편성을 재발견하는 포용적 교육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있어서는 “일방적 주입식 교육보다는 신앙생활의 체험들을 편하게 나누어 주는 동반자적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청소년 경우는 그들만이 겪는 내적 위기를 교회에서 치유받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진로상담과 같은 전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고, 청년들에게는 행사 중심 사목보다 이들에 대한 양성과 신앙 재교육의 기회 제공 및 신앙 체험의 기회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목자들의 올바른 신앙 감각 회복 필요성도 덧붙인 송 신부는 “사제 스스로 자신의 신원에 대한 의식을 회복하는 노력과 함께 성직자로서의 수행 정신을 배우는 열린 사목과 영적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사제들의 피로감과 영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사제들을 사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논평을 통해 송 신부의 사목적 대안들에 대한 신학적 숙고 필요성을 밝힌 곽진상 신부는 “제시된 여러 제안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적 특성, 인격적이며 초월적 특성이 보존되는가? 혹 내재주의적 위험은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교회는 신앙을 심리적 위안을 주는 것으로, 곧 무위를 통해 심리적 평온을 되찾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기도 또한 인간학적 심리치료적 수단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의 장이고, 이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24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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