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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주교요지에 나타난 정약종의 부활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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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01 ㅣ No.27

[부활특집] 주교요지에 나타난 정약종의 부활교리 이해

 

 

"예수께서 죽으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는데 '예수의 다시 살으신 몸'은 세상에 계시던 몸과 달라, 사람의 눈으로 볼 수가 없고 당신께서 사람들에게 보게 하신 후에야 비로소 사람이 볼 수 있다" (주교요지 하편 3항). 이는 최초의 한글 교리서인 '주교요지'에서 저자 정약종(1760-1801, 아우구스티노)이 '부활 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예수 강생과 부활, 승천, 공심판 등에 관한 교리 내용을 담은 한국 가톨릭 교회 서적은 '주교요지'가 처음이다.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가톨릭 신앙을 전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에도 예수의 강생과 부활, 승천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또 정약종과 동시대 인물인 이벽(요한)이 저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교요지(聖敎要旨)'는 예수의 강생과 부활, 승천을 서술하고 있으나 학계에서 친저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어 교회 사학자들은 '주교요지'의 저자임이 분명한 정약종이 '예수 부활'을 문헌으로 고백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데 견해을 같이하고 있다.

 

정약종은 '예수의 죽음'을 가리켜 "천주가 사람의 몸과 합하여 한 위(位)가 되셨으니 그 몸이 죽으심을 보고 '천주가 죽으시다'고 한 말은 옳을 뿐 아니라 예수께서 사람을 위하여 죽기까지 하신 것 같이 사람도 천주를 위하여 죽기를 사양하지 말라는 뜻이다"(주교요지 하편 8-11항)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절정 즉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결정적 사건을 '파스카의 신비'에서 찾고 있다. "천주가 수난하여 죽으신 뜻이 지극히 선하시니, 천주께서 사람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무궁무진하시어, 다시 더할 것이 없게 하려 하심이다"(주교요지 하편 8항).

 

정약종은 십자가 수난에서 입은 예수의 다섯 상처가 바로 사람의 죄를 속하여 주신 표시를 위한 것(주교요지 하편 4항)이며 '예수의 승천'은 그분의 지상생활의 완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정약종은 '예수의 부활'을 통해 "죄의 결과로 죽음이 왔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죄벌이 끝났으니, 본디 살게 마련하신 육신이 다시 살 수밖에 없다"(주교요지 하편 7항)고 풀이했다.

 

이 같은 정약종의 예수 부활 교리에 대한 이해는 신유박해 당시 조선의 서민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처음 교리를 배우는 신입 교우들에게 큰 도움과 영향을 미쳐 많은 순교자들의 '호교론적 신앙 증거'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교회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를 반영하듯 '주교요지'는 1799년께 저술된 이후 1885년 제7대 조선교구장 블랑 백주교가 목판본을 간행하고, 1897년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민대주교가 활판본을 간행하는 등 18세기 후반부터 약 1세기 동안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필사되거나 목판, 활본으로 간행되면서 일반 신자들의 교리 이해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 정약종의 주교요지는 교리내용과 표현양식, 언어 사용 등을 볼 때 정하상의 '상재상서'와 훗날 '천주가사'나 한글본 '천주교 요리문답'에도 영향을 끼쳤다. 정약종의 주교요지를 연구한 하창호 신부(대구대교구 오스트리아 교포사목)는 "주요요지는 정약종의 학문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열렬한 신앙심의 표현이라고 해야 마땅하다"며 "그의 예수 부활에 대한 교리 이해는 당시 신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표징들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적응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석균 신부(서울 천호동 본당)는 "정약종의 '주교요지'는 초기 한국 그리스도인의 사상과 신앙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교리서"라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01년 4월 1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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