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강론자료

사순 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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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3-29 ㅣ No.311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

 

 

 

 작년에 저에게는 2가지의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4월 1일에는 성당 바로 앞에 사시는 형제님의 집에 화재가 났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타버렸습니다. 몇십 년을 살아온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쓰린 가슴을 달래던 형제님을 보았습니다.  

 

 바로 성당 앞에 사셨고, 성당의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시고 봉사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그때 그 형제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하느님께서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지으라고 하시는가 봅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새로운 용기와 힘을 내시는 그 형제님은 저에게 신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는 작고 아담한 집이 새로이 지어졌고, 지난주에는 새집에서 반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에 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셨던 분이 또 계셨습니다. 그분이 참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 잘못된 것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 그분이 며칠 전에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길 하셨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 비판하고 비난하는 가운데 저는 늘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모든 것을 잊고 성당에 와서 함께 지내도 되겠습니까?"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참 기뻤고  미움과 분노가 이해와 용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영어공부를 할 때 동사변화라는 것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사는 현재에서 과거를 만들 때 동사의 끝에 영어 ed를 붙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불규칙 변화 동사였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원칙도 없이 과거의 형태가 변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는 이런 말에 익숙해 있습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 2 + 2 = 4,"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일정한 규칙과 원칙을 정하고 그것에 벗어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죄에는 벌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우리를 불규칙의 세계로 초대하는 분이 계십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황하기도 하지만 묘한 감정을 지니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예수님이 그와 같은 불규칙의 주인공이십니다. 그분은  간음하다 현장을 들킨 여인을 용서해주십니다. 분명 예수님은 유대인이었고, 유대인은 유대인의 율법을 지켜야 하고 유대인의 율법에 따르면 간음하다 걸린 여인 게다가 현행범은 돌로 쳐죽이게 되어 있는데 예수님은 그것을 어기고 그 여인을 용서하십니다. 지금 그 여인에게는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이 죽음에서 삶을 경험했던 것처럼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던 이스라엘 백성 또한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우리들의 잘못과 죄를 용서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는 흘려보내자, 과거는 묻지 않겠다.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라서 우리도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럴 때라도 우리는 그런 원수를 용서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용서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손에 들었던 돌을 말없이 떨구고 되돌아갔듯이 우리도 분노의 마음을 복수의 마음을 저주의 마음을 조용히 버리고 사랑으로 용서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분노와 복수와 저주의 마음을 버리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용서받은 여인이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 주님께서 십자가 아래에서 숨을 거두실 때 그 죽음을 지켜보고 주님에 대한 신앙을 간직했듯이,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듯이 우리들 또한 우리의 믿음을 항구이 지켜나가겠다는 결심을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용서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분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믿음의 뿌리 위에 용서의 줄기가 생길 수 있고 용서의 줄기 위에 사랑의 열매는 맺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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