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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53: 오도 카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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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7-26 ㅣ No.408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53) 오도 카젤 (중)

전례에서 현재화되는 그리스도 구원 신비 설명



오토 카젤 신부가 전례신비신학 연구에 몰두한 마리아 라악 베네딕도회 수도원 전경.


오도 카젤(Odo Casel, 1886-1948) - 전례에서 일어나는 구원의 신비를 깨닫게 한 선구자

추운 겨울 밤새 내린 눈으로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 모르는 새벽에 홀로 어제의 길을 기억하고 흰 눈을 치우면서 길을 찾아내 그 길로 편안하게 다닐 이웃들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 사람. 오도 카젤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중세라는 질곡의 시간을 지내면서 교회에 묻은 많은 때와 이끼들을 걷어내어 숨겨져 있던 구원의 신비를 현재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준 선구자라고 하겠다.


오도 요한네스 카젤(Odo Johannes Casel)

▲ 1886년 9월 27일: 독일 코블렌츠-뤼첼에서 출생
▲ 1905년: 마리아 라악 베네딕도 수도원 입회
▲ 1907년 2월 24일: ‘오도’(Odo)라는 이름으로 수도서원
▲ 1911년 9월 17일: 사제 수품
▲ 1912년: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성 유스티노 순교자의 성체 교의’ 논문으로 박사학위 획득
▲ 1914년: 「가톨릭」(Katholik)지 94호에 논문 게재
▲ 1918년: 「기도하는 교회」(Ecclesia orans) 시리즈에 첫 논문 「고대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주님에 대한 기억」 (Das Gedchtnis des Herrn in der altchristlichen Liturgie) 출간
▲ 1919년: 본에서 「그리스 철학에서의 신비스런 침묵에 대해」 (De philosophorum graecorum silentio mystico) 논문 발표하며 철학 연구 마쳐
▲ 1921~41년: 「전례학 연보」(Jahrbuch fr Liturgiewissenschaft) 잡지 책임자 역임
▲ 1922년: 두 번째 논문 「신비 기념으로서의 전례」(Die Liturgie als Mysterienfeier)를 「기도하는 교회」시리즈로 출간, 헤르스텔레의 베저 강 유역에 있는 성 십자가 베네딕도 여자수도원의 영성지도신부로 부임
▲ 1932년: 「신비의 그리스도교 예배」(Das christliche Kultmysterium) 출간
▲ 1941년: 논문 「그리스도교 축일 신비」(Das christliche Festmysterium), 「신앙, 영지 그리고 신비」(Glaube Gnosis und Mysterium) 출간
▲ 1948년 3월 28일: 심근경색으로 선종


마리아 라악 수도회에서 싹튼 전례신비신학

독일의 본(Bonn)과 유서 깊은 도시 코블렌츠(Koblenz) 중간에 위치한 마리아 라악(Maria Laach)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우리는 전례에 그 본연의 원리를 부여한 첫 시도들을 찾을 수 있다. 오도 카젤이 그렇게 노력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이 수도원의 보호 아래 카젤은 수도원 독방에서 지내며 연구에 전념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전통의 원전들에서 찾아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전례에 그 본연의 원리를 부여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또한 프랑스 도미니코회의 페스튀지에르(A. J. Festugire, 1898~1982)와 「전례와 본당의 문제」(Question liturgiques et paroissiales) 잡지를 제작한 벨기에 몽 세사르 베네딕도 수도회의 보뒤앵(L. Beauduin, 1873~1960)의 뒤를 이어 참된 전례 신학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것은 전례의 신학적 개념에 도달하기 위해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신비 개념을 통해 구원 사건과 이를 현재화하는 거행과의 관계를 신학적-전례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다
 
마리아 라악 연구소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보다 특징적 측면을 알려주는 옛 원전들을 연구하며 가톨릭 전례 문헌에 잠재된 형태를 재발견하고 깊이 있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그리스도교 예배는 전례의 상징들과 예식들의 베일 뒤에서 이루어지는 구원 활동의 실재를 드러낸다. 이 수도원 수도승들은 예배 행위 안에 현존하는 구원 활동을 교회 전통에 들어 있는 풍부한 내용과 영광스러운 역사의 표현인 ‘신비’(Myterium)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특별히 1921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전례학 연보」 (Jahrbuch fr Liturgiewissenschaft) 잡지를 통해 카젤은 전례를 외형적 관점에서만 이해함으로써 신비 개념을 무효화하는 위험한 경향에 맞서 이 신비 개념을 빠르게 전파했다.

그러나 카젤은 전례에서 신비라는 용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신비의 근본적인 측면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용어들, 예를 들면, 기억, 거행, 그리스도의 현존 같은 표현도 사용했다. 이런 신비 개념을 통해 카젤은 구원과 이를 현재화하는 거행의 신학적-전례적 의미를 제시한 주창자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세 주요 시기에 따른 카젤 작품들의 특징

카젤의 작품들은 세 가지 주요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기는 1912년에서 1926년까지로 연구와 탐구의 조용한 국면이었다. 둘째 시기인 1926년에서 1932년까지는 반대론자들과 생동감 넘치는 논쟁을 벌이는 시기였다. 1932년에서 1948년까지의 마지막 시기는 연구로 되돌아와서 성사적 신비와 상징의 의미라는 넓은 지평에서 교부들과 학문, 그리고 종교의 현상학의 원전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가르치는 시기였다.

1926년 이전 첫째 시기의 카젤 작품들에는 그의 신학적 성찰의 근본적 인식들이 보다 명확하게 표현돼 있다고 카스파니 교수(P. Caspani)는 평가한다. 첫째, 인간 존재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근본과 연관되며, 그리스도교 신비들은 인간의 근본적 기대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둘째, 카젤은 성체성사의 주제를 언급하면서,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 예배를 지향하는 “신비 행위”의 특징을 재확인한다. 성체성사는 구원자이신 예수를 기념하고 현재화한다. 그래서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의 상징적이고 극적인 표현이다. 셋째, 모든 참된 예배는 신비가 목적하는 바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신비들은 하느님과의 일치, 그분과의 소통, 마지막으로 늘 인간이 추구해온 지복직관 외에 다른 것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례적이고 성사적인 신학의 질료에 카젤 사고의 근본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에서 창간된 전례총서 「기도하는 교회」 표지.


둘째 시기에 카젤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반대자들과 논쟁했다. 하나는 신비적 현존이고, 다른 하나는 헬레니즘과 그리스도교 신비의 관계에 관한 물음이다. 이와 관련, 카젤은 자신의 유명한 「오늘날의 신비」(Mysteriengegenwart)를 썼는데, 이 글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원리적이고 더 완성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기에 카젤은 그리스도교 세례의 원천들에 대한 질문들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마리아 라악 수도원의 헤르베겐(I. Herwegen) 아빠스의 요청으로 1932년 레겐스부르크에서 「신비의 그리스도교 예배」를 저술했다. 이 책은 1924년과 1932년 사이에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다만 첫 장은 전체적으로 새롭게 썼는데 신비 신학에 추가되는 ‘역사적이고 영성적인’ 상황을 개괄하고 있다.

셋째 시기는 카젤 작품의 마지막 국면이다. 카젤은 1938년 「고전 그리스도교 부활 예식의 종류와 의미」(Art und Sinn der ‘ltesten christlichen Osterfeier)에서 초기 그리스도교 파스카 축제의 의미와 구조에 관해 서술하는데, 초기 그리스도교의 파스카 신비를 재발견하는 데 근본적으로 기여했다. 이 글에서 그는 신비적 예배와 그리스도교 전례의 관계에 대한 본연의 시각을 강조한다.

카젤은 또 「신앙, 영지 그리고 신비」에서 영지(gnosis)인 신학과 또한 예배의 신비와 신앙과의 관계를 재발견한다. 첫 부분은 교부들 문헌 연구를, 둘째 부분은 종교에 관한 학문과 현상학을 바탕으로 하며, 셋째 부분에서는 성사의 표징적 규범에 대한 논쟁, 곧 상징적 가치를 없애지 않은 성사적 표징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넷째 부분은 신비신학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제공한다.


카젤에게 있어서 그리스도교의 첫 요소는 바로 구원자로서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인격이다

그리스도교는 단순한 교의, 가르침, 철학, 세계관, 그리고 최소한의 윤리적 계명을 모은 법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모든 측면은 없지는 않지만, 그리스도교의 중심에 들어 있는 의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역사에서의 하느님 활동은 영원하신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행동으로,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의 현실화다. 또 하느님의 활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뤄질 뿐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늘 새로운 목적을 지니며, 그 활동의 원인은 하느님 자신이시다. 그리스도교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활동이다.

카젤은 그리스도교를 그리스도의 신비와 영광스럽게 되신 그리스도가 일치하는 종교라고 말한다. 이 종교를 구성하는 결정적인 첫 요소는 교의가 아니라 인간 역사에서 구원자로서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인격이다. 그리고 예배는 인격으로 인간에게 다가온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카젤은 우리에게 그리스도교의 기본 요소는 구원자로서 활동하시는 인격자 그리스도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이 분의 활동은 인간 조건에 맞추어 전개되는데, 그것이 바로 전례라는 것이다. 카젤은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가 전례 안에서 어떻게 현재화하고 있는지를 신비 개념으로 설명해 준다.

[평화신문, 2014년 7월 27일,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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