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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 허용 불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 공식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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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16 ㅣ No.1586

세상 속의 복음 사회교리 (55) “사형 허용 불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 공식 수정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 8월,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불구하고 ‘사형 허용 불가’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의 교리 내용을 공식으로 수정했다.

 

사실 가톨릭 교회는 사형에 반대하지만, 그에 관한 교리상의 표현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말하자면 사형제를 반대하되, 일부의 예외성을 인정해 왔다. 예를 들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보복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죄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일 어떤 사람이 공동체에 유해하거나 죄 때문에 부패한 사람이라면, 전체 공동체의 공동선과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신학대전」 2a 2ae).”고 하였다. 또한 시대가 흐르면서도 1992년판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죄의 경중에 따라 가해자들을 적절히 처벌하고, 죄가 극히 중한 경우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2266항)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 조항을 가톨릭 교회의 사형 찬성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1995년) 반포 이후 교리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 조항을 “인간 생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오로지 사형뿐이라면, 사형에 의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공격자들에게서 사람들의 안전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사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2267항)로 바뀌었다. 이어 “피고를 사형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교회는 사형에 관해 서술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267항 중 ‘사형 존치의 여지를 남겨둔 문구’를 삭제하고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 수정본을 답서(Rescritto)를 통해 승인했다.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새로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공정한 절차를 거친 사법부의 권한으로 행사된 사형 구형은 몇몇 중대한 범죄에 대한 적합한 대응으로, 또한 그것이 극단적이라 하더라도 공동선의 보호를 위해 동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심각한 범죄를 범한 후에도 인간의 존엄은 침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더욱 생명력을 지닙니다. 또한, 국가로부터 행사된 형사처벌이라는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확산되어 있습니다. 결국, 효과적인 구금 제도를 명확히 적용함으로써, 시민들을 적절하게 보호하도록 보장하고, 동시에 죄인이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박탈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성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가르치며, 전 세계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결의를 통해 가르침을 살아갑니다.”

 

앞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교리서 2267항 전문의 한국어 공식 번역문을 완성한 뒤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한국어판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제 사형제도 폐지는 세계적 흐름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말한다. “창조주의 눈에 사형은 신성한 한 인간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억압하는 것이고, 그 자체로 복음과 상반된다(「신앙의 유산」 반포 25주년 연설).” 그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형에 반대하는 교회 가르침을 재천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사형제를 긍정적으로 보는데 대해서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2018년 9월 16일 연중 제2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길성환 베드로 신부(평화의 전당 실무, 사무처 문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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