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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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학교 교육: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의 역사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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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105

[경향 돋보기 - 가톨릭 학교 교육]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의 역사와 현황

 

 

현대 가톨릭 교육에 대한 단상

 

1960년대 이후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세계관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면서 이땅의 교육도 많은 혼란을 겪었다. 영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이 증대되면서 교육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인간내면에 대한 영성 지향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와 함께 가톨릭 교육계에 대한 관심도 대두되고 있다.

 

복음과 그 전달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톨릭 교육은 복음이 인간의 삶 속에서 신앙으로 응답하는 전 과정을 이루는 교육행위라 할 수 있다. 이에 복음이 현대 생활에 대해서 어떠한 타당성이나 상관성을 가지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톨릭 교육의 측면에서는 모든 인간이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전인적인 참인간화 교육이 부각되었다. 곧, 참된 인간성 회복이야말로 가톨릭 교육의 목적이며 사명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천주교 200년 역사 안에서 가톨릭 교육 정신이 한국인의 교육에 끼친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서구의 여러 다른 나라들이 교육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가톨릭 정신을 기본 바탕으로 사회를 이룩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의 노력이 저조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가톨릭 교육은 전통과 변화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연결하여 현명하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반하여 우리 교육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동안 유행했었고 지금도 자주 듣는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웰빙은 말 그대로 ‘그대로 잘 있는 상태’이다. 우리 인간에게 영성이란 인간의 영혼이나 마음 그리고 생명의 핵심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실 때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사는 인간 본질의 근원이다. 처음 모습 그대로 잘 유지하는 상태!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간 본질에 대한 교육이다.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새로운 정보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적 제도가 소용돌이치는 이 글로벌 시대에, 저마다 엄청난 감정의 차이를 가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인간과 인간이 관계되어야 하는 미묘한 감정의 교육 영역에 생명을 불어넣는 무언가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 공간이 바로 신앙이다.

 

또한 단일민족임을 우리의 브랜드처럼 세계 각국에 선언하듯 외쳐온 한국은 앞으로 5년 뒤면 다문화 가정의 아동이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글로벌화되어 가는 이 시점에 우리 교육은 어디에 근간을 두어야 할까? 그것 역시 신앙일 것이다.

 

물론 교육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다르며 동시에 끊임없이 개선 · 진보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교육은 사회 변화에 따라다니는 기능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진보하면서 변해왔으며, 어느 시대에고 똑같은 모양의 교육이 행해진 적은 없다. ‘교육 = 학교’로 인식되는 지금의 학교가 설립된 것은 인간 생활의 역사에서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학교 교육을 받게 된 것도 불과 최근 100년 사이의 일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의 입에 한 번쯤은 오르내렸을 오늘날의 이 교육 현실, 학교 교육은 정확히 무엇의 문제일까? 문제의 근원이 무엇일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는 이 문제의 근원에 더욱 깊이 고민하며 다가가고 있었다.

 

1977년 이후 교사와 학습자 간의 내면적인 삶의 연관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신뢰성을 얻어가며 주목받았고, 실제로 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논의가 내면의 삶에 대한 문제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뜻하는 지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와 학생들이 느끼는 방식인 감성과 삶의 장엄함에 연결되려는 가슴속 동경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방식을 뜻하는 영성! 교육의 온전한 회복을 통해 현대사회와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 근원적 본질이자 인간 존재의 핵심인 영성을 온전하게 함양하도록 이끄는 영성 지향 교육을 배제하고는 이제 우리 사회는 교육 자체를 논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교육을 지성으로 축소해 버리면, 그것은 차가운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버리고 만다. 반면 감성으로만 다룬다면 나르시스적인 감상주의가 되어버린다. 또는 영성으로만 접근한다면 이 세상과의 연결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21세기 교육은 지성 · 감성 · 영성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가지 노선 중 그 어떤 것도 소홀함 없이 바람직한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의 자아, 곧 내면에 긴밀히 연결시킬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21세기는 영의 시대, 정신의 시대라고 한다. 영적 인간의 출현 없이는 21세기는 무의미하다고까지 한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다음 ‘제4의 물결’은 바로 ‘영성의 물결’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우리 가톨릭 교육조차 지성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지식 위주의 교육은 똑똑한 학생들을 길러낼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가톨릭 교육이 추구하는 근본 목표인 전인적인 인간을 길러내고, 인간의 삶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기엔 이 방법만으로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오늘날 가톨릭 교육은 지나친 지식 중심의 교육이 아닌 지성 · 감성 · 영성이 하나로 어울리는 ‘어울림의 교육’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한국 가톨릭 교육의 발전사

 

삼천년기 한국 가톨릭 교육의 방향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나라 근 · 현대 학교 교육 발전에 영향을 미친 한국 가톨릭 교육의 발전사를 살펴봄은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세대에게 필요한 작업이라 여겨진다.

 

한국 근대학교의 성립과정을 보면 사립학교에 의해 한국 교육이 이끌어져 왔고 사립학교는 국민교육과 계몽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가톨릭 학교 관련 법제의 현황과 발전 방향”,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2008년 참조). 그러기에 아래에서는 조영관 신부가 정리한 한국 가톨릭 학교의 발달과정 4단계를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한다(“한국의 가톨릭 학교 교육”, 가톨릭 문화원, 1999년 참조).

 

천주교 박해 시기(1784-1882년)

 

박해를 받던 한국 교회는 1855년 한국인 사제 양성을 목적으로 ‘배론 성 요셉 신학교’를 설립하였다. 1866년 병인대박해로 교육활동이 중단되고 폐교될 때까지 배론 성 요셉 신학교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면서 한국 최초의 근대적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였다.

 

메스트르 신부가 창설한 ‘성 요셉 신학교’는 공소회장과 두 분의 프랑스 신부에게 학생들을 맡겼고, 이곳에서 학생들은 철학의 기초과정과 교리, 한문, 라틴어, 일반상식, 수사학 등을 교육받았다. 당시 박해를 받던 시기라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었으나 두 분의 프랑스 신부로부터 학문과 문물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곧 교과 내용도 선교를 위한 교리 외에 일반 교과목을 취급하여 신학문 도입에 힘쓴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시기는 박해 시기였기에 한국 천주교회에서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교육은 우리 사회에 만민 평등의 원리 아래 신분제의 부정, 인간의 기본권과 여성의 지위 향상, 아동의 인격 강조 등 반봉건 개화의식을 싹트게 하였다.

 

선교의 자유기(1882-1910년)

 

이 시기에 서양의 여러 나라들과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개화가 추진되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갑오개혁을 계기로 한국 교육의 근대화가 진행되었다.

 

이 시기의 특징으로는 성직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설립, 본당 중심의 일반 교육기관의 등장, 선교 활동의 자유와 학교 교육사업의 성장, 여성 교육기관의 등장과 발전을 꼽을 수 있다.

 

1885년에는 한국인 신부를 양성하고자 페낭 신학교에 가있던 신학생들을 귀국하도록 하여 강원도 원주 부흥골(지금의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부평리)에서 한국인 신부를 양성하였다. 이후 두 신학당을 통합하여 지금의 서울 가톨릭 대학 신학부의 전신인 예수 성심 신학교를 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 함벽정(지금의 성심여고 자리)에 설립하였다.

 

또한 1882년 종현성당(현 명동대성당)에 세워진 인현서당은 본당 차원에서 설립된 학교로 한국 최초의 근대 학교로 불리는 원산학사보다 1년 먼저 세워진 한국 개화기 최초의 근대 학교로 볼 수 있기에 한국 천주교 초등교육의 효시를 이루는 교육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사적 의의를 지닌다. 그 뒤 수녀들의 주관 아래 여성을 위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 양적인 발전의 토대를 이루게 된다.

 

일제 강점기(1910-1945년)

 

일제가 자행한 민족교육 탄압정책 속에서도 한국 천주교회는 초등교육, 직업교육, 중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사업을 전개하였다. 이 시기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의 특징으로는 숭신사범학교의 설립과 폐교, 실업교육과 중등교육기관의 등장, 본당 학교가 정규 학교로 발전, 여성 교육과 교육 사업에서 수녀회의 활동, 복음 선포를 위한 종교교육, 일반 대중을 위한 교육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한국 가톨릭 교육은 우리나라에 근대 교육의 수용과 함께 새로운 사상을 도입하였고 일반 교육을 목적으로 한 근대 학교의 설립에 영향을 주었다.

 

해방 이후(1945년- )

 

이 시기는 광복과 더불어 새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국민적 자각과 교육적 의욕의 증가로 많은 중 · 고등학교가 설립되고 발전하는 시기였다. 한국 교회에서 교육기관 설립의 중요성을 깨달아 중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 시기에는 중등교육기관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반면 초등교육기관이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고등교육기관들과 특수교육기관들이 설립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가톨릭에서 운영하던 초등학교는 1970년대 14개교에서 현재 6개로 감소하였고, 중등학교는 66개로 증가하였다(“한국 천주교회 통계”, 2009년).

 

또한 이 시기에 중학교 무시험(1969년)과 고등학교 평준화정책(1974년)으로 가톨릭 학교의 자율성이 통제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톨릭 교육계에서는 사제 양성과 가톨릭적 가치관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소외 받은 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들을 설립 · 운영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톨릭 학교 교육의 핵심 가치 - 복음화와 전인교육

 

“가톨릭 학교의 사명은 복음화와 전인교육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한국 가톨릭 교육 헌장’은 천명한다. 복음화는 직접 세례를 받고 하느님 백성이 되는 경우뿐 아니라 하느님과 가톨릭교회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 가톨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증대하여 지지 기반의 확대를 가져오는 간접 복음화까지 포함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톨릭 중등학교의 비율은 전체 중고등학교 대비 2% 미만이다. 그 숫자도 적거니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 또한 아주 미미하다. 이제 가톨릭 학교 교육에 새로운 관심을 가질 때이다. 더 많은 학교 설립을 포함하여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인교육은 복음화와 함께 가톨릭 학교 교육의 좌우 날개로서 제시되는 목표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사교육의 팽창, 교실의 붕괴를 포함하여 교육 현장의 실망스런 표현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좁은 문(마태 7,13 참조)임을 직시하며 신체, 지성, 감성, 영성의 전인적 교육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 다른 사람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도덕적인 사람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이러한 때에 가톨릭 교육이 공헌해야 할 바이다.

 

우리 인간 각자는 분명 유일무이하고 개별적이다. ‘G(global) 세대’라 불리는 현대의 아이들은 더욱더 유일무이하며 개별적이다. 성장의 한가운데 있는, 이제 막 성숙을 향하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우리의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완전한 성숙을 지향해야 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계속되는 성장을 나타내어야만 한다. 교육은 우리 삶 내면의 지적인 성숙, 감정적인 성숙, 사회적인 성숙, 도덕적인 성숙, 영적인 성숙에서 항상 진화하는 과정을 담당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단지 자신의 사고력의 범위가 허락하는 만큼만 성숙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교육이 존재하는 한 그것을 넘어 지속적이고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가톨릭 교육의 사명이다. 이 세상의 교육이 우리 인간 안에서 발견하는 어떤 실체 또는 태도를 직시하거나 그것과 더불어 살 수가 없으면, 우리의 교육은 그 실체나 태도를 우리의 무의식 속에 묻어버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간 내면의 삶을 우리의 무의식 속에 묻는 것은 현시대가 요구하는 우리의 교육을 죽은 상태로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교육을 생매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간 성숙을 지향하는, 인간 내면에 근간을 둔 우리나라의 교육을 이제는 우리의 신앙이 함께 책임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 내면의 삶이 얼어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가톨릭 신앙이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본 동력이 된다면 교육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리라 예상한다. 교사와 학생들의 삶에 가르침과 배움의 흔적이 드러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우리 가톨릭 교육은 미리 내다보고 앞서 준비하여 성장에 필요한 물적, 지적, 영적 자원을 지원하고 돌보는 방식의 교육, 청소년들 자신이 앞을 내다보고 먼저 준비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투신, 바로 돈 보스코 성인의 ‘예방 교육 영성’을 기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한상용 티토 - 원주교구 신부. 원주 진광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0월호, 한상용 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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