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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57: 장 르클레르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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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8-30 ㅣ No.413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57) 장 르클레르크 (하)

성경 중심으로 교회와 함께 고백하는 기도 생활 강조



르클레르크는 성경 말씀 중심으로 교회와 함게 고백하는 기도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영민 기자


중세 연구 통해 밝혀진 역사

장 르클레르크가 질송의 권유를 받아 중세 수도원운동(Monasticism)을 연구하면서 이론적 측면에서 수도신학을 집대성할 수 있었다면, 다른 한편으로 그는 신비체험(Mysticism)에 관한 슈톨츠의 연구에 영향을 받으며 연구하면서 실천적인 측면에서 그리스도인의 기도생활에 대한 고유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르클레르크가 특히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였던 중세는 신비 생활과 수덕 생활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리스도교에서 수덕 생활은 초세기부터 영성 생활을 살아가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였지만,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덕 생활이 과도한 고신극기의 모습을 바뀌면서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실천하기 점점 어려워졌다. 따라서 같은 시기에 평신도 그리스도인 및 또 다른 성직자, 수도자들은 기도 생활 안에서 체험하는 신비 생활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하지만 적절한 이론이나 외형적 틀 없이 추구한 기도 생활은 신비 생활을 왜곡시키면서 중세 후기에 신비 체험과 관련된 영성적 이단을 만들기도 하였다. 르클레르크는 중세를 연구하면서 이러한 역사를 분명히 목격하였다.


기도 생활의 어려움

한편, 르클레르크가 신학자로서 연구를 시작하던 20세기 직전까지 교회는 다시 한 번 수덕 생활과 신비 생활의 부조화를 경험하였다. 즉, 17세기에 신비 체험과 관련된 이단이 출현하여 악영향을 끼치고 난 후 200여 년간 교회 안에서 신비 생활은 자취를 감추고 이단의 찌꺼기를 척결하고자 수덕 생활만 강조되는 영성 생활이 실천되었다. 그런데 다행히 19세기 말엽부터 교회는 다시 올바른 신비체험을 경험하면서 신비 생활에 대한 반감이 줄고 공개적으로 관심도 갖고 연구도 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를 몸소 체험한 르클레르크는 그리스도인이 영성 생활을 위해 기도 생활을 실천할 때, 아무 틀도 없이 신비 생활만 추종하는 것보다 적당한 틀 안에서 수덕 생활과 함께 접근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까닭에, 르클레르크는 현대 영성신학자답게 현대인의 입장에서 기도 생활의 어려움과 그에 대한 극복 요령을 수덕 생활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설명하였다. 르클레르크에 따르면, 현대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대부분 시간은 생산과 소비에 사용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도하기 위하여 보내 시간은 겉보기로는 소비된 시간이요 결실 없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기도에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외적인 성취를 거부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는 외적인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

르클레르크에 따르면, 물론 “우리가 무엇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을 기도로 바친다는 것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얼마간의 재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무엇인가를 포기하면서 기도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기도의 가치에 대하여 확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르클레르크는 말한다. “즉 기도에 대한 확신을 했을 때만이 이와 같은 포기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르클레르크는 기도 생활을 수덕 생활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시도하였다. 즉, “현대의 소용돌이치는 삶 안에서 기도의 수덕은 노력을 의미”하는데, 특히 “시간에 대한 수덕은 희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 안에 의식적으로 있으려 하는 우리의 기도 활동에서 우리 자신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르클레르크는 지적한다. 사실 르클레르크가 생각하는 피조물인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을 향하려는 우리의 지향을 끊임없이 감소시키고, 얽매어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간 경향에서 탈피하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신비에 접하고자 하는 하나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르클레르크가 생각하는 기도 생활은 단지 일정한 시간 동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하느님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못하게 하는 많은 장애물을 의도적으로 극복하여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은총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수덕 생활과 연계된 기도 생활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발성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서 “우리의 자유를 교육”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우리의 기도 생활은 새로운 활기를 가지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도 생활에서 유의점

한편 르클레르크는 기도 생활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도 지적하였다. 즉, “주관적인 경향의 기도를 열심히 한다면 그 결과 나의 체험은 아주 깊게 느끼게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주관적인 체험은 진정한 의미에서는 너무도 빈약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취향에 맞는 개인적인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에서 탈피”하며, “자신에게서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르클레크는 말한다.

르클레르크는 우리가 주관적인 경향을 극복하기 위하여 교회에서 마련하여 함께 바치던 공식 기도문을 사용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본다. 즉, “이러한 교회의 기도는 어떠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든 문제 되지 않으며 또한 이 교회의 기도를 혼자서 했을 때라도 교류는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가 확인하고 제시하고 반복하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양분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게 듣지 않는 위험에 빠지게 되며 그 결과 우리 자신에게만 말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정반대로 만약 “우리가 교회가 제시하는 영감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생명 없이 될 수 있는 빈약한 주관주의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런데 르클레르크에 따르면, 우리는 교회의 공식 기도문을 능가하는 원천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성경 말씀이다. 사실 “하느님은 성경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셨다. 성경은 하느님이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알려주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일차적으로 그분과 맺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에 의하여 영감을 받은 기도는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입시킨다.”

그리고 르클레르크에 따르면, 우리는 성경 말씀 안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예수님께 좋은 가르침과 인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때, 우리의 기도 생활은 원만하게 실천된다. 특히 르클레르크는 “우리들이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님과의 깊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예수님께 대한 인간적인 사랑을 기초로 두고 인간적이고 내적인 일치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관장하여 잘 사용하여야 하며”, 이것이 수덕 생활의 관점에서 다가가 실천하는 기도 생활이라고 강조하였다.


영성생활에 큰 도움 준 영성신학자

결국, 르클레르크는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은 신비 생활과 수덕 생활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성령의 역사하심과 은총의 이끄심에 따라 기도 생활을 실천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하면서 교회와 함께 고백하는 기도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가톨릭 교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영성 생활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던 현대 영성신학자 르클레르크에 대해 불행하게도 한국 가톨릭 교회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르클레르크의 중요 저서들이 번역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편적인 가르침조차 간단하게 소개된 적도 없었다. 이번 기회가 그를 아는 좋은 기회였길 생각하면서 훗날 또 다른 기회를 간절히 바란다.

[평화신문, 2014년 8월 31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영성신학 교수,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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