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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두를 위한 경제, 공유 경제: 공유 경제의 정의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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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20 ㅣ No.1588

[경향 돋보기 - 모두를 위한 경제, 공유 경제] 공유 경제의 정의와 현상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의 현상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공유 경제’는 직접적이면서도 동시에 간접적인 개념이다. 또 간단하게 정의할 수도, 복잡하게 정의할 수도 있다. 갈수록 ‘공유 경제’의 범위가 넓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의 정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공유 경제에 대해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공유 경제는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해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며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갈수록 공유 경제는 단순히 ‘물품’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나 경험, 정보와 같은 소프트웨어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주체에 따라 공유 경제를 상대적으로 정의를 내린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그 정의보다도 주체의 ‘목적’과 ‘목표’의 중요성이다.

 

서울특별시는 2012년 12월 31일 ‘서울특별시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하고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지정하고 있다.

 

“‘공유’란 물건, 공간, 정보 등을 함께 나누어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활동이다.

 

‘공유 단체’란 공유를 통해 경제, 복지, 문화, 환경, 교통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및 법인으로서 서울특별시장이 지정한 단체 및 법인이다.

 

‘공유 기업’이란 공유를 통해 경제, 복지, 문화, 환경, 교통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으로서 서울특별시장이 지정한 기업이다.”

 

하지만 본 조례에서 정의하는 공유나 공유 단체, 공유 기업은 그 주체가 서울특별시이므로 ‘서울시 공유 경제’, ‘서울시 공유 단체’, ‘서울시 공유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 김민창 조사관은 “서울시의 공유 촉진 조례에도 명확한 정의가 없는 만큼 앞으로 공유 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공유 경제 시장이 더욱 성장, 발전하고, 학문적인 깊이를 더하며,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그 정의 또한 바로잡힐 것이다.

 

 

공유 경제의 시초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톨릭 포콜라레 운동을 공유 경제의 시작이라고 보는 주장이 있다. 오늘날 ‘마리아 사업회’라고 불리는 포콜라레 운동은 공동체 나눔 운동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키아라 루빅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트렌토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이 공동체의 나눔 운동은 단순한 자선 활동과는 다르다. 이탈리아어로 ‘벽난로’의 뜻을 지닌 포콜라레 운동은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서로 간의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창설된 가톨릭 영성 운동이다. 어른부터 청년, 청소년, 아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평신도뿐만 아니라 주교와 사제, 수도자도 참여하고 있다.

 

주된 활동으로는 새 인류 운동, 새 가정 운동, 청소년 운동, 새 본당 운동, 사제 운동, 남녀 수도자 운동 등이 있다. 포콜라레 운동을 실천하는 국제 여성 음악 그룹 ‘젠 베르데’(Gen Verde)가 우리나라에서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포콜라레 운동은 누구나 공감하며, 순수하고 유연한 공유 경제라 할 수 있다. 애써 새롭게 생산하고 유통하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1984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틴 와이츠먼 교수가 「공유 경제: 불황을 정복하다」를 펴냄으로써 공유 경제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로렌스 레식 교수가 공유 경제의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는 사람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두레나 품앗이를 그 시초로 보는 사람도 있다.

 

 

공유 경제의 잠재력

 

그렇다면 공유 경제는 무엇이며 어떤 것들을 공유하고 있을까?

 

시대적 배경과 요구로 등장한 공유 경제는 그 역할과 문제 해결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공유 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창업 등 실질적인 목표가 갈수록 요구되고 있다.

 

공유 경제 시장의 범위와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공유 경제는 세상의 무수히 많은 것 가운데 특히 쓰지 않고 놀리는, 이른바 ‘유휴’한 인간의 재능과 경험, 공간, 시간, 정보, 물건 등을 목적에 맞게 새롭게 융합하여 그 범위와 역할을 넓혀 가고 있다.

 

최근 ‘기존 일자리나 직업에 새로운 분야를 접목하면 새로운 직업이 파생된다.’는 의미의 ‘공유 경제 창직’ 분야가 그 예이다. 예컨대 기존의 ‘항공기 조종사’와 ‘항공 정비 기능사’라는 직업에 오늘날 새롭게 나타난 ‘드론’이라는 무인 항공기 분야를 접목하면 ‘드론 조종사’와 ‘드론 정비 기능사’라는 직업이 새롭게 파생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휴한 것들을 빠짐없이 나열하고 새롭게 조합한다면 무궁무진하게 활용도를 뽑아낼 수 있으며, 또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를 논의할 수도 있다.

 

여러 전문가가 공유 경제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공유 경제가 기본적으로 남는 재화와 서비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활용 폭은 다를 수 있지만, 유휴 자원을 활용하기에 적자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를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다. 또한 공유 경제는 갑자기 나타난 개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가 함께 나누고 협력하던 생활 경제와 연계하여 그 개념을 정리한 것이다.

 

여러 경제 기관이 ‘2016년 세계 공유 경제 시장’을 96조 원 규모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공유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시장 규모가 96조 원이 아니라 960조 원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집을 공유하며 수치 파악이 가능한 기존의 전세나 월세 개념이 아닌 오늘날 여러 방면으로 파생되는 공유 주택 서비스 방식으로 시장 규모를 인식한다면, 이것만으로도 널뛰는 공유 경제 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유 경제의 사례

 

우리의 삶에 공유 경제가 아닌 것이 없다. 사회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을 말하며, 사회생활은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집단을 이루고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생활을 의미한다.

 

그 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영향력을 미치면서 행동하는데, 이렇게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누는 것을 공유라고 한다. 이처럼 ‘공유’가 있고 ‘공유 활동’, ‘공유 생활’이 있으며 ‘공유 경제’가 있다. 최근에는 ‘공유 경제’ 말고도 ‘공유 정치’, ‘공유 정책’, ‘공유 행정’, ‘공유 복지’의 개념이 퍼지고 있다.

 

경제 활동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분배하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집이나 차를 공유하는 재화 공유와 더불어 인간의 재능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용역 공유가 대표적인 공유 경제 활동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차를 공유하고 집을 공유하는 것 등은 공유 경제 모델의 수백수천만 가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어느 한 현상만으로 공유 경제를 다 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공유 경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 경제의 사례로 집이나 차를 공유하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서울시의 경우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공유 기업들을 지원함으로써 공유 경제의 성공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한정된 기간에만 사용하는 육아용품이나 커 가는 아이들의 옷과 교복을 공유하고, 또 정장을 공유하는 사례가 있다. 스마트폰 예약을 통해 방과 후 학교의 유휴 시설, 예컨대 학교 운동장, 강당, 교실 등을 사용하고, 가정집의 빈 주차장 등 공간을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 1인 가구나 노인의 생활을 개선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며, 마을 학교를 연구하는 등 지식이나 재능을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

 

빌딩과 사무실, 컴퓨터와 가전제품, 책상과 의자 등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들만 나열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 지식과 재능, 경험에 해당하는 ‘용역’ 분야의 공유 경제 모델도 무수히 많다.

 

무형의 용역에서 공유 경제는 꼭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지식과 재능, 경험이 모두 ‘용역’이므로, 공유 경제의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공유 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에어비앤비’(airbnb)가 자기 집 하나 없이 2016년 현재 전 세계에 약 54만 채의 공유 주택을 운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갈수록 넘치는 재화와 용역, 의식주와 더불어 관혼상제, 기존 산업, 신규 산업, 틈새 산업을 ‘공유’하고 ‘공유 활동’을 하며 ‘공유 경제’를 해도 수없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행정, 입법, 사법 등에도 공유 경제의 이론을 도입하여 세상의 남는 모든 것을 서로 나눈다면 일자리는 물론 오늘날의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식과 재능, 경험, 공간, 시간, 정보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재화와 용역의 공유가 각자는 물론 상호 융합하여 그 대상과 가치가 모두를 위해 더욱 확대, 확산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나눔의 대상은 내가 될 수도 있고,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공유 경제의 사례는 무척 다양하며 동시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공유 경제는 우리 삶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 삶에서 이 공유 경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경제에선 누가 먼저 시장을 발굴하고 선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모두를 위한 공유 경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콜라레 운동의 ‘EoC’(Economy of communion: 모두를 위한 경제)모임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공유 경제는 세상의 공유 경제이며, 동시에 세상의 그것과는 차별화된 공유 경제입니다. 우리의 공유 경제는 세상의 가치와 평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공유 경제는 이해와 득실을 따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공유 경제는 ‘모두를 위한 경제’이며, 우리의 공유 경제는 ‘나눔의 경제’입니다.”

 

EoC는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인 키아라 루빅 여사가 1991년 출범시킨, 복음적인 나눔과 공유의 정신에 따라 모든 경제 활동의 패러다임과 문화를 바꾸려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재화의 나눔과 인간적인 상호성,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무상성을 기본 개념으로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신을 경제 분야에서 구현하자는 취지다.

 

공유 경제의 원리와 개념을 잘 이해하고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당장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자리 창출 문제라든가 장애인, 경력 단절 여성,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고령화 등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간의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누는 것’, 공유 경제의 탄생 배경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 이근춘 - 한국공유경제연구소 소장. 부산광역시공유경제촉진위원회 위원이며 사회적경제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9월호, 이근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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