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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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칼럼: 시간의 화살을 통해 이끌어주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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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03 ㅣ No.468

[과학칼럼] ‘시간의 화살’을 통해 이끌어주시는 하느님

 

 

현재까지 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138억 년 전 무한히 뜨겁고 무한히 밀집된 특이점에서 빅뱅을 통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빅뱅의 시점은 우주의 탄생 시점인 동시에 ‘시간의 시작’ 시점으로 간주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까지 물리학적으로 이해하기로는, 빅뱅 이전에는 공간이나 시간이 없었으며 시간상으로 빅뱅 이전의 때로 거슬러 갈 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고 있듯이, 시간의 가장 신비로운 점은 그것이 반드시 특정한 방향을 향하여 흐른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반드시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향해 흐릅니다. 이러한 ‘시간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방향성’을 일컬어 물리학자들은 특별히 ‘시간의 화살’(the arrow of time)이라고 부릅니다. 이렇듯이 시간은 공간이나 질량, 에너지 등 물리학에서 다루는 나머지 물리학적 대상들과는 달리 반드시 한쪽 방향으로만, 즉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하는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물리학 법칙들은 법칙 체계 안에서 시간의 방향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까지 알려진 물리학 법칙들은 법칙 내의 시간을 역전시켜도 법칙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학 내에서도 ‘시간의 화살’의 존재는 대단히 특이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죠.

 

그러다가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입자물리학 실험의 발전에 따라 ‘시간의 화살’이 조금씩 학계에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1964년에 있었던 기념비적인 실험은 간접적으로나마 ‘시간의 화살’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최초의 결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2012년도에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의 실험을 통해, 드디어 ‘시간의 화살’이 물리학적으로 옳은 것으로 완전히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의 화살’은 우리의 삶, 더 나아가 신앙의 문제에 근본적인 과제를 안겨줍니다. ‘시간의 화살’은 필연적으로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그래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야기합니다. 우리는 미래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곤 합니다. 신앙은 바로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삶의 과정에서 요청된 결과입니다. 만일 우리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앙을 가질 필요도, 기도를 드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신앙이라는 것은 ‘시간의 화살’을 전제로 할 때 그 의미를 가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의 화살’은 빅뱅이 우리 인간에게 안겨준 것으로서 신앙이 존재하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그래서 빅뱅을 일으킨 그분은 ‘시간의 화살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신앙’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신 것입니다.

 

[2022년 12월 4일(가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7면, 김도현 바오로 신부(예수회, 대구 동촌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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