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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땅끝까지 복음을: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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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6 ㅣ No.307

[땅끝까지 복음을]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1975년 2월 2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국외방선교회의 설립을 승인합니다. 이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상 해외선교에 대한 최초이자 공적인 결정이고 동시에 그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후로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활동은 점진적이지만 괄목상대한 성장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에 900여 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해외선교가 각 교구와 수도 · 선교회의 주요 정책의 하나가 되어 앞으로 더 많은 인적 · 물적 자원들이 해외선교로 집중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한국외방선교회의 설립자이신 고 최재선 요한 주교님께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변화하자는 해외선교의 원대한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시며 해외선교의 첫 발걸음을 놓으신 지 불과 38년이 지났는데,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많은 선교사들의 헌신적 활동들은 우리의 자랑이고 동시에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기도 합니다.


외방선교회란?

전 세계에서 해외선교에 투신하는 선교사들이 많은데 이 기회를 통해 해외선교를 위해 일생을 온전히 봉헌한 선교사들의 공동체인 ‘외방선교회’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 대략 20여 개의 외방선교회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가 교회법적 규정에 근거하여 ‘선교사도생활단(Missionary Society of Apostolic Life)’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교구와 수도회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곳에 속한 구성원들인 사제와 수도자의 정체성도 비교적 명확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선교사도생활단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할뿐더러, 수도회들의 일원으로서 해외선교를 중점적으로 하는 사제들의 공동체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래 사도생활단은 본성상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요소들을 실천합니다. 첫째, 회원들이 수도서원 없이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직무와 사명을 계승하는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고, 둘째, 초기 교회 공동체와 같은 형제적 공동생활을 하며, 셋째, 회헌의 준수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 왕국을 전 세계에 펴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하게 하며, 또한 그들을 통하여 전 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애덕의 완성을 추구합니다.

이와 같은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사도생활단이라고 정의하는데, 각 사도생활단들은 저마다 특유한 방식으로 특수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합니다. 그들 가운데 외방선교(해외선교)를 사도적 목적으로 추구하는 공동체를 선교사도생활단이라고 하며, 흔히 외방선교회라고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방선교회는 사도들이 보여주신 모범에 따라 선교라는 한 목적을 이루고자 세상 안에서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선교사(선교사제)들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방선교회는 파리외방전교회, 메리놀외방선교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과달루페외방선교회, 그리고 필리핀외방선교회입니다. 여기에 한국 천주교회의 이름으로 탄생한 한국외방선교회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사명을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곳곳에서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외방선교회는 동일한 정체성과 사명 그리고 선교영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외방선교회는 그 나름의 특성과 고유한 영성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 6개의 외방선교회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파리외방전교회

17세기에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이 아시아 특히, 중국 선교를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파리외방전교회(Paris Foreign Missions Society : M.E.P.)의 청사진이 그려졌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마침내 1660년 랑베르 드 라 모트 주교에 의해 파리외방전교회가 설립되었는데, 설립 목적은 선교지의 방인사제를 양성하여 그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파리외방전교회의 영성은 복음을 선포하며, 비신자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삶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선교지의 역경 가운데서도 선교사로서의 정신과 삶의 자세를 확고히 다지며, 온갖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1836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한국교회를 성장시키려는 일념으로 생활했으며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성직자 양성에 집중하여, 예수성심신학교와 유스티노신학교를 세웠습니다. 이 밖에도 박해시대에 순교자들(10분의 순교성인)을 배출하고, 한국교회에 대한 저술과 서신왕래 등을 통해 초기 한국교회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현재 파리외방전교회에서는 210명의 선교사들이 아시아의 여러 다른 지역과 인도양의 여러 섬나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2명의 선교사들이 있으며, 주로 신학교와 병원, 교회사연구소 등에서 일하면서, 이주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메리놀외방선교회

메리놀외방선교회(미국외방선교회, Catholic Foreign Mission Society of America : M.M.)는 1911년 미국에서 아시아 지역 선교를 위해 교구사제인 월시 신부와 프라이스 신부가 설립하였습니다. 본부 건립을 위해 마련한 작은 언덕(knoll)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면서 메리놀(Mary’s knoll)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선교를 목적으로 시작한 메리놀외방선교회는 선교지역의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데에 선교의 주안점을 두고 이를 통해 인류의 참된 복지와 일치를 증진시키고, 선교지역의 교회가 보편교회와 일치하여 한 몸을 이루게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메리놀외방선교회의 주된 영성은 설립자 월시 신부가 제안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구원 계획을 완성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지칭하며, 선교사들은 모든 사람들 안에 이 사랑을 가득 채워 그들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며 살게 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3년 평안도 지역에서 그 첫 활동을 시작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자립을 위한 방인 사제와 수도자 양성에 주목하였고, 이후 6 · 25전쟁을 함께 겪으면서 한국교회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370여 명의 선교사들이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6명의 선교사들이 북한 의료사목과 병원사목, 영성상담 분야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1918년 아일랜드의 교구사제인 갈빈 신부와 블로윅 신부가 더블린에서 설립하였습니다. 본래 중국 선교를 위해 설립된 성골롬반외방선교회(Missionary Society of St. Columban : S.S.C.)는 국경과 언어, 종족을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위한 순례’라는 모토를 가지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주된 영성입니다. 다시 말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의 결속을 통해 하느님을 증거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1933년 우리나라에 진출하여 전라도와 제주도 서쪽지역을 담당하였으며, 그 후 광주와 춘천 지역에까지 확장해 나갔고, 오늘날까지도 왕성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400명의 사제와 45명의 평신도 선교사, 다수의 지원 사제들이 세계 15개 국가에서 선교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5명의 선교사가 빈민, 병원, 이주민, 장애인 사목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한국교회 안에서 해외선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과달루페외방선교회

과달루페외방선교회(Guadalupe Missioners : M.G.)는 멕시코 성직자단에 의해 1949년에 설립되었으며, 외방선교에 대한 재속사제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선교회입니다. 과달루페외방선교회는 약동하는 아시아 지역에 큰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 교회의 씨앗을 심고 기르며, 자립 이후 다시 새로운 씨앗을 찾고 심는 역할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과달루페 성모님의 마음을 닮아,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과달루페외방선교회의 영성입니다. 1962년 부산에 첫발을 디디고, 당시 광주대교구장의 요청으로 여수와 순천 지역의 사목을 담당하였습니다. 이후 서울, 부산, 인천 지역에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지금도 여러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170여 명의 선교사들이 세계 9개 나라에서 선교사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1명의 선교사들이 본당과 학교, 병원 등지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외방선교회

필리핀외방선교회(Mission Society of the Philippines : M.S.P.)는 필리핀의 가톨릭 전래 4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1965년에 필리핀 주교회의에서 설립하였습니다. 아시아 지역과 세계 모든 지역에 자신들이 받아왔던 신앙의 선물을 나눠주고자 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으며, 그를 통해 선교지에서 필요로 하는 사목을 담당하며 활동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전해진 신앙의 선물을 세상 모든 사람과 공유하여, 하느님의 육화가 선교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사는 것이 그들의 영성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2년에 진출하였습니다.

현재 72명의 선교사들이 13개의 나라에서 선교사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3명의 선교사들이 서울과 의정부에서 이주민들을 위해 선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외방선교회

한국외방선교회(Korean Missionary Society : K.M.S.)의 설립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설립자이신 최재선 요한 주교님께서 보여주신 감사와 보은(報恩)의 정신입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세계 보편교회와 여러 외방선교회들로부터 받은 무수한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한국외방선교회의 태동으로 이어졌으며, 1975년 설립 당시에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한국외방선교회와 그 선교사들을 통해서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 8개 나라(파푸아뉴기니, 대만, 중국, 캄보디아, 모잠비크, 필리핀, 멕시코, 미국) 15개 교구와 지역에서 51명의 선교사제들이 한국인 선교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선교지역의 교회와 원주민들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 희생하는 선교의 삶 그 자체입니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선교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찾아간다는 정신으로 파견된 선교지에서 본당사목, 교육, 의료, 사회복지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외방선교회의 선교사제들은 죽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한 한국의 103위 순교성인들을 주보성인으로 공경하며, 그분들이 보여주신 순교영성을 선교지역에서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합니다.

순교는 복음의 진정한 가치를 궁극적으로 증언하며 선포하는 것입니다. 한국외방선교회의 선교사제들은 순교의 영성을 마음에 담아 그들이 선교지에서 맞는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도 이겨내고 선교지에서 죽고자 하는 굳은 믿음과 정신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외방선교회의 사제 회원은 총 66명이고 신학생 회원은 26명입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해외선교의 경험을 한국교회 안에서 이웃들과 나누고 동시에 해외선교사를 양성할 목적에서 해외선교사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교는 믿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세상 어느 곳이나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있는 곳에 교회도 존재하며, 그 교회 공동체와 구성원들은 주님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고 세상사람들과 함께 살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합니다. 이것이 곧 선교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곳곳으로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으며, 해외선교의 장에서 이웃 나라 교회들과 더불어 그 자리매김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이 오늘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습니다. 그 주역은 바로 선교사들이고 그들의 삶을 통해 주님의 복음은 살아있는 가치와 가르침으로서 세상사람들의 마음 안에 담깁니다.

선교의 사명을 실천하는 선교사의 여정에 더욱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한국교회가 더 큰 열정과 관심으로 선교사들을 양성하고 파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김용재 안드레아 - 한국외방선교회 총장 신부. 중국의 홍콩에서 선교활동을 하였고, 신학원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3년 8월호, 김용재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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