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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한국교회의 사목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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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6 ㅣ No.677

[경향 시평] 한국교회의 사목과제는?


새 교황님이 탄생하셨다. 세상의 시선이 새 교황님의 한마디 한마디와 한걸음 한걸음에 쏠릴 법하다. 평소 소문난 잔치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게 떠올랐던 한 가지 생각은, ‘온 교회가 - 그리고 세상 사람들도 - 교황님 한 분의 행보에 따라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부디 며칠 동안의 축제와 같은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새 교황님의 사목과제는?

때맞춰 가톨릭신문이 국내 신학자 100인에게 새 교황님의 사목과제를 물었다. 신학자들은 새 교황님께서 우선적으로 마주해야 할 사목과제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았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대응,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 빈곤과 세계화 문제, 교황청 쇄신, 생명 · 가정 윤리문제, 평신도의 소명과 역할, 생태문제, 직무사제직(사제독신제, 여성사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 지역교회의 자율성, 주교단의 합의체적 성격,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 등.

하나같이 막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과제들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적어도 한국교회의 안목이 과거에 비해 더욱 크게 확대되었고, 이제 일정 정도 세계교회와 행보를 같이하게 되었다는 증거라고 여겨져 반가운 일이다.

세계교회가 직면한 보편적인 사목과제에 대한 인식을 한국교회 역시 공유하고, 세계교회와 더불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만큼 이제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세계교회가 지닌 사목과제를 한국교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식별하고,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과연 사목적인가?

한국교회의 사목과제가 무엇인가를 언급하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과연 한국교회는 사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인가?’ 하는 성찰적 물음이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한국교회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될 것이다. 또 ‘한국교회의 신학은 인간과 사목현실과 대화하고 사목을 지지하며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신학이 한국사회의 구체적 인간의 물음과 사목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 신학의 토양은 비옥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신학의 빈곤은 곧 사목의 빈곤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인간 현실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는 사목은 낯선 이방인의 신학을 낳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람이 부수적으로 밀려난 사목, 사목과 닿아있지 못한 신학에 대한 반성은 한국교회가 인간 구원을 위한 복음선포라는 교회의 사목적인 근본 사명을 새롭게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사목과제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사목을 위한 근본 과제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제반 현실에 대한 깊은 복음적 관상이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가 참으로 위력적이었던 까닭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 한가운데서 살면서 삶의 심층을 건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고 구원하는 복음’이 ‘사람들 가운데에서’ 참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루카 4,16-21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 한가운데서 현존하셨고, 당대 주류의 완고하고 팍팍한 신학으로부터 배제되거나 밀려났던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통해 새로운 삶과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목 - 물론 신학도 - 은 오늘의 사람들 한가운데서 복음의 시대적 해석이 되어야 하며, 그 해석은 인간처지에 대한 깊은 통찰 안에서 연대와 봉사로 표현되어야 한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대처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실현도, 교황청의 쇄신도, 사제들의 내적 쇄신도, 지역교회의 자율성도, 주교단의 합의체적인 성격도 결국 인간에 대한 교회의 근본 관심사를 구현하기 위한 것과 다를 바가 없고, 교회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따뜻한 시선을 회복하지 않으면 결코 해소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아울러 복음의 진리와 교회의 정체성 수호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대결적 구도나 교회의 방어적 내지는 공격적 태도에 의하고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복음선포의 힘은 그로부터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복음의 힘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바, 인간과 그 현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연대로부터, 모든 종교적 · 민족적 · 사회적 · 성적 차이를 넘어선 인간애로부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하느님 해석을 극복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사유화된 정치와 종교권력에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참으로 인간적인 존재가 됨으로써, 죽음에 이르기까지 낮추고 비움으로써 나오기 때문이다.

* 김정용 베드로 - 광주대교구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서 경향잡지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김정용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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