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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66: 노르베르트 로핑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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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09 ㅣ No.426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66) 노르베르트 로핑크 (하)

성경 주석과 신학의 통합 추구한 성서학자



노르베르트 로핑크는 1999년 ‘신학으로서의 구약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고,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2001년 출판했다. 강의할 때에 71세였던 로핑크는 지금까지 자신이 ‘성서 신학의 학문적 성격’에 대해 체계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견해를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도 성서학자 중에는 로핑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호에선 그의 주장들을 요약해 보겠다. 그는 구약성경 본문 자체가 지닌 특성에서 출발해 성서학의 신학적 성격을 풀어나간다.


구약 신학에 대한 역사적 연구

구약성경은 본문 자체에 신학적 표상을 담고 있고, 또한 신학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본문을 연구하는 구약 신학은 학문적인 방식으로 그 신학을 밝히고 기술해야 한다.

성경 본문이 신학 교과서처럼 기술된 것은 아니기에 본문 안에 함축된 신학을 명시해야 하고 간접적으로 언급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연관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성서 주석의 적절한 기술들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본문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주석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물론 그러한 주석이 먼저 전제돼야 하지만, 구약성경 신학을 위해서는 전체적 전망이 필요하다. 구약성경 전체를 파악하는 시각도 분명 본문에 대한 작업에 속하며, 본문 연구는 언제나 개별적 분석과 전체적 전망의 종합으로 이뤄진다.

개별적인 연구는 신학적인 주제 하나를 중심으로 할 수도 있고, 가설적으로 재고된 본문 이전의 단계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개별적 연구들과 성경 전체의 신학 사이에는 해석학적 순환이 있게 된다. 개별 시대나 개별 본문이 아닌 구약성경(또는 신약성경) 전체의 신학을 다룰 때도 성서학은 역사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전체 본문의 형성 과정을 역사적으로 다룰 수도 있고, ‘구약성경의 하느님 나라 개념’과 같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면서 개별 본문들(책들)의 신학을 역사적 흐름 안에서 종합할 수도 있다.

구약 신학 전체를 전승사적 관점에서 기술할 때도 역사적 성격은 강하게 드러난다. G. 폰 라트의 「구약성서신학」이 대표적이다. R. 알베르츠의「이스라엘 종교사」와 같은 방식의 연구에서도 신학은 역사적 틀 안에서 제시된다. 많은 경우 신학 사전들도 각 개념의 역사적 발전을 담고 있어 역사 신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성경 입문이나 구약성경 신학에 대한 책들도 역사적인 방식으로 기술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경우, 역사적 연구는 신학과 대립하지 않는다. 신학이 역사 연구 방식 틀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핑크는 ‘구약성경 신학’이라는 유형의 책들을 별도로 고찰한다.

구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호렙(시나이)산.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곳이다. 노르베르트 로핑크는 구약성경이 본문 자체에 신학적 표상을 담고 있으므로 그러한 본문을 연구하는 구약 신학은 학문적인 방식으로 그 신학을 밝히고 기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구약성경 신학

방법론적 문제는 성경 전체의 ‘정경’을 고려할 때에 변화를 겪는다. 정경이라는 개념이 역사적 접근만으로 포괄할 수 없는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경은 다양한 신학을 지닌 다양한 책들을 포함하면서, 이들의 단일성을 주장한다.

이는 이 책들의 역사적 형성 과정과는 별개의 차원에 속하는 문제다. 또한 정경은 이 본문들 외의 다른 모든 본문들에 대해서는 정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구약성경 신학에서는 그 정경에 속한 본문만을 고찰하게 되는데, 이 또한 모든 증거 자료를 고찰하는 역사학과는 거리가 멀다.

정경과 관련해서 신학적으로 의미 있는 역사적 질문들이 제기된다. 특정한 책들이 정경으로 받아들여지거나 거부된 과정, 책들의 순서에 대한 질문 등 정경 편집에 관해선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요소는 정경이라는 맥락 안에서 개별 본문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는 점이다. 정경 안에서 다른 본문들과의 어휘적, 형식적, 주제적 연결을 통해 본문은 고립됐을 때 지니고 있지 않던 의미를 더 얻게 되는데, 이를 찾아내는 것은 본문 자체에 대한 연구다. 로핑크는 정경 문맥에 대한 이러한 연구 역시 ‘전통으로의 회귀’임을 역설한다.

로핑크는 정경 문맥에서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시도까지를 성경에 대한 역사적, 문헌적 연구에 포함한다. 성경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사료로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경 범위를 고려하는 주석도 여기에 함께 묶는 것이다. 그는 성서학 자체가 교회 공동체에서 성경으로 받아들이는 책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별 본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정경’이라는 개념을 인정함으로써 성서학은 개별적인 성경 본문들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로핑크는 세 부류의 ‘구약성경 신학’을 언급한다. 첫째는 하나의 교의신학적 체제를 따르거나 교의신학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열거하면서 그 개별 논제들에 대해 연관된 성경 본문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러 신학 주제를 성경 내용으로 풀이하는 경우다. 둘째는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 체계에 따라 성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셋째는 성경에서 하나의 개념을 핵심으로 뽑아 그에 따라 성경 전체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다.

한편 교의신학에서도, 그리스도교 교의신학은 언제나 성경 본문과 연관돼 있으며 성경의 표현과 사고들을 되살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성경적인’ 신학이라고 볼 수 있다. 교의신학과 성서학은 서로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신학으로서의 본문 연구

로핑크는 성서학자 입장에서 본문 주석과 신학의 통합을 추구한다. 매우 특징적이고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그에 따르면, 성경 본문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오래된 본문 뒤에 있는 신학을 재고하며 이 연구는 다양한 신학들을 만나게 된다. 한편 조직신학에서는 신앙 공동체의 신앙을 합리적으로 명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성경 전통의 다양한 측면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앙 공동체가 지닌 신앙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신학은 꼭 조직적 신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 공동체의 신앙의 기본이 되는 본문(성경)을 읽어가면서도 할 수 있다. 본문의 모든 부분을 신앙 전체에 그리고 성경 전체에 비춰 그 작은 부분이 전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자 할 때 바로 그런 전망이 열리는 것이다.

서두에 로핑크가 말했듯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시헌장」 반포 후 50년이 지난 지금 「주님의 말씀」에서 공의회 이후의 상황을 평가하는 것을 보면, 로핑크가 처음부터 줄곧 견지해온 입장과 매우 가까움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그의 견해는 균형을 이루고 있고 교회의 성경 해석에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적고 싶은 말이 있다. 마음에 담긴 말이다. 로핑크의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돼 짧게나마 쓰겠다. 필자의 스승은 로핑크의 제자였고, “로핑크가 나에게 해주었듯이 나도 너에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필자는 로핑크를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큰 호의를 입었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이 세 번의 글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한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안소근 수녀(대전가톨릭대 교수, 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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