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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불안한 현대사회 - 청년에게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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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24 ㅣ No.76

[도서칼럼] 도서 ‘불안한 현대사회’


청년에게 다가가기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많은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보람 있는 시간도 많았고 안타까운 시간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안타까움 중 하나는 청년들과 교회의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의미를 찾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에 지혜의 보물이 있는데, 양자 간의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은 교회에서 지혜를 배우고, 교회는 청년에게서 생기와 열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청년과 교회 사이 다리놓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걷는 예수님! 두 제자는 실망에 차 엠마오로 가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판단하지 않고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이야기에 먼저 경청을 합니다. 그처럼 교회도 청년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희망과 기쁨, 실망과 두려움을 듣는 데서, 교회와 청년의 만남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청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찰스 테일러라는 철학자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개인주의와 세속에 대한 감수성이 청년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고, 테일러는 이에 좋은 통찰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자아의 원천』, 『근대의 사회적 상상』, 『불안한 현대사회』라는 책과 아직 한글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세속의 시대(A Secular Age)』라는 책으로 한국의 인문학 지식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철학자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교회는 테일러에게 2019년 라칭거상(‘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재단’이 신학적 분야에서 탁월한 공헌을 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여함으로써 그의 철학적 작업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수여 연설을 통해 테일러의 지적 작업이 “피상적이거나 운명론적 낙심에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서구의 세속화를 다룰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치하했습니다. 그리고 “현대 문화를 성찰하는 데 뿐만 아니라 깊은 대화와 식별을 하려면 이런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 시대 안에서 신앙을 살고 증거하며 표현하고 선포할 수 있는 영적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라고 그 작업의 의의를 짚었습니다.

 

테일러의 저서 중 『불안한 현대사회』는 개인주의를 이해하는 데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청년들과의 대화에 도움을 줍니다. 그는 서구 역사에서 개인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깊이 있게 통찰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개인주의로 인한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현대사회의 ‘질병’이 되어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현대인, 특히 청년들에게서 잘 보이는 진정성과 상호 존중에 대한 추구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상대주의나 무관심, 파편화, 여러 형태의 중독, 분노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연민을 갖고 경청하고 동반할 수 있는 지적인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3년 6월 18일(가해)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7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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