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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플라스틱은 사양합니다: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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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17 ㅣ No.1605

[특집 - 플라스틱은 사양합니다]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가

 

 

매주 월요일 저녁,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돈다. 플라스틱 쓰레기 분류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하는 경비 아저씨와 플라스틱 용기 안의 오물을 씻고 겉에 붙은 비닐을 떼는 데 아직 서툰 주민들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페트병은 비닐을 떼기조차 어렵다.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세제 펌프를 분리해서 버리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

 

무사히 분리수거를 마쳤지만 다음날 출근길에 마주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재활용이 잘되게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줄지 않는 플라스틱이 더 핵심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연간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세계 1위(98.2kg)라고 하는데 많이 쓰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하지 않을까?

 

보존성이 높고 편리하며, 가격이 저렴한 플라스틱이 세기의 발명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보존성이 인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썩는 데 걸리는 시간 500년. 다시 말해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지구 어딘가에 계속 쌓여온 것이다. 195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 83억 톤 중 5억 톤만 재활용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 곳곳에 스며들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바다 생물 이야기들이 최근 영상을 통해 전해지면서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빨대를 몇 시간에 걸쳐 빼주는 장면을 본 네 살 소년은 집 근처 캘리포니아 해변을 돌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바다 생물들이 아프고 죽을 수 있으니 바닷가에 플라스틱이 보이면 주저 없이 주워야 해요.”라고 말하는 소년은 확신에 차 있었다.

 

바다거북은 전 세계에 7종이 살고 있으며 성체가 되면 천적이 없어 100년까지 장수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변가에 밀려온 거북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비닐과 플라스틱이 다량 들어 있었다. 거북의 간은 나빠졌고 장에는 가스가 가득 찼다. 거북이가 먹는 해초류는 그물이나 노끈 조각을 닮았고 해파리는 비닐을 닮았으니 이유 없이 플라스틱류를 삼킨 게 아니었다. 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번식하는 앨버트로스도 플라스틱 섭식으로 수만 마리가 죽어가고 있다. 이들도 알록달록한 병뚜껑이 먹이와 착각할 정도로 닮아서 새끼에게 물어다 주었을 뿐이다.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자외선 등에 의해 잘게 쪼개지는데 바로 이 5mm 이하 미세플라스틱을 주의해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을 빨아당기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에 어떤 해악을 미칠지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인류 재앙’으로까지 불린다. 안타깝게도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발견된 데다 바다 깊은 곳에서 먹이를 구하는 해저 생물의 배 속에서도 검출되었다. 우리나라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도를 연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원준 박사는 이미 우리가 식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연간 212개로 추정된다.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보면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합성섬유, 스티로폼, 그물, 비닐을 비롯하여 PET, PVC 등 기다랗거나 둥근 다양한 합성중합체의 구조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독성 화학물질의 위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스페놀A는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데 여러 동물 실험에서 유방암, 생식기 이상, 당뇨 등을 유발했다는 미국국립보건원의 연구보고가 있다.

 

이제 우리가 생각 없이 버린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는가에 눈을 돌려보자. 서울에서만 하루에 3,500여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된다. 수거된 쓰레기는 지역 선별장으로 운반되고 여기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하는데 15% 이상이 쓰레기가 된다. 각종 장난감, 펌프식 플라스틱병 등 경제적인 이유로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일회용컵, 플라스틱 포장재 등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은 순전히 쓰레기로 남는다고 한다.

 

재활용이 거부된 이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고 소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그동안 미국,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국에서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중국 등지에 팔아넘겼다. 1992년 이후 1억6천만 톤을 수입한 중국은 세계의 골칫거리였던 플라스틱을 빨아당기는 블랙홀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2016년 중국에서 개봉한 한 다큐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무작정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던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루 종일 거의 휴일도 없이 플라스틱 분류장에서 일하는 어린 모녀를 지켜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이는 엄마를 따라 비닐이나 플라스틱 조각에 불을 붙여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냄새는 재활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쓰레기 속에서 찾아낸 주사기를 입에 물고 더러운 플라스틱 더미를 뒹굴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엄마는 등에 업힌 아기가 배고픔에 지칠 때쯤이야 겨우 젖을 물리고 한숨을 돌렸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고 나서 지난 4월, 선별업체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폐지부터 폐플라스틱까지 판매단가가 급락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진 업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재활용이 불가한 플라스틱들은 어디로 갈까. 얼마 전에는 시골의 어느 땅을 매입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매립하게 하고 돈을 받은 뒤 도주하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해양투기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 연안의 플라스틱 오염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식장에서 나오는 수많은 스티로폼 조각에다 놀러가서 무심코 버리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제 지구는 정말 급해졌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050년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는 끔찍한 미래가 닥쳐올지 모른다(맥킨지공동연구보고서). 바로 나부터 세상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관심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덜 쓰는 데 창조력을 발휘해보자.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생활성서, 2018년 11월호, 서의규(본지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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