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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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69: 샤를르 페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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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01 ㅣ No.431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69) 샤를르 페로 (하)

신약 연구 통해 예수 운동의 기원 · 전개 집약



샤를르 페로 신부는 평생에 걸친 신약성경 연구 결과를 3부작 시리즈에 집약해 서술했다.


3부작 중 2부 「초대 교회의…」

샤를르 페로 신부는 1부작 「예수와 역사」(1979년) 이후 2부작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백운철 옮김, 가톨릭대학교출판부)에서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마르 8,38)라는 예수의 질문에 대해 초대 교회가 저마다 표명한 그리스도론적 진술을 주석학적으로 살펴봤다.

그는 먼저 각 공동체가 처한 사목적 신학적 배경에서 유다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자신의 신원을 이해하였는지를 사회-종교적인 독서 방식으로 그려본다. 이러한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서 페로는 예수에게 부여된 각각의 호칭들을 고찰하되 예수의 이름을 찾아가는 초대 교회의 역동적 흐름 안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어록 전승은 예수를 ‘지혜의 스승’으로 보는 동시에 다니엘의 ‘종말론적 인자’(人子)와 관련된 존재로 지칭한다. 마르코는 세례와 거룩한 변모 그리고 십자가 사건을 통해 어떻게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요 ‘메시아’인지를 보여주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론’을 전개한다. 마태오는 새로운 모세 유형론 안에서 예수를 하느님 나라의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이자 끝날까지 제자들과 함께하는 ‘임마누엘’로 설명한다.

루카는 예언자 유형론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현재를 선포하고 이를 치유와 구마 그리고 식탁의 친교로 구체화하는 ‘예언자’ 예수를 그려낸다.

한편 바오로는 유다계 그리스도인의 전승을 받아들이되(로마 1,3-4) 신성의 언어들을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써 하느님 지혜(1코린 2,7)를 강조한다. 그는 신성의 언어보다는 신성의 동작으로 예수를 묘사한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러 시나이 산 위로 내려오셨듯이 예수 또한 당신의 사람들을 만나러 구름을 타고 내려와 공중에서 상봉할 것이다(1테살 4,16-17). 유다교의 일신 사상의 범위 안에서 예수의 신성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물론 요한은 직접적인 신성의 언어로 부활하신 예수의 신원을 고백한다(요한 20,28). 그러나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이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구원의 동작을 예수가 대신하는 모습으로 그려줌으로써 유일신주의의 한계 안에서 유일신주의의 범주를 넘는 ‘이야기 그리스도론’의 방식을 취한다.

“모든 이름 위의 이름을 주셨다”(필리2, 8)는 고백에서 드러나듯 예수의 면모는 언제나 다가갈 수 없는 신비라는 공통된 인식이 처음부터 존재했다. 그리하여 신약성경은 살아 계신 분에 대한 동일한 신앙을 바탕으로 저마다 그분에게 적절한 이름을 찾아 나서는 그리스도론적 고백의 다양성을 증언하고 있다.


3부 「 …초대 교회의 직무」

「예수 이후-초대 교회의 직무」(백운철 옮김, 가톨릭출판사)는 샤를르 페로 신부가 1994년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은퇴한 뒤 수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0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예수와 역사」 그리고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에 이어지는 일종의 삼부작에 해당한다. 페로 신부가 「예수와 역사」에서 역사적인 예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에서는 하나의 주석학적인 그리스도론을 전개했다면 「예수 이후-초대교회의 직무」에서는 초대 교회의 직무를 종합적으로 그려주고 있다. 그리하여 페로 신부는 평생에 걸친 신약성경 연구 결과를 ‘예수 운동의 기원과 그 전개’라고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세 권의 저작 안에 집약해 놓은 것이다.

「예수 이후-초대 교회의 직무」는 오늘날 요청되는 그리스도인 직무의 핵심을 말씀의 봉사로 보고 있다. 성사와 말씀의 선포를 대립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그릇된 시각이다.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은 말씀으로 선포되고 성사적인 동작 역시 말씀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말씀과 실천을 구별하는 것도 성경적이지 않다. 말씀은 구원을 선포하고 새로운 현실을 일으키는 창조적인 말씀이기 때문이다. 말씀과 침묵을 대립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하느님 말씀은 광야의 침묵 가운데 솟아 나오는 예언자적인 말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씀은 성사와 실천 그리고 침묵을 통해 전달되는 하느님의 자기 표현이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의 직무는 하느님을 전달하는 말씀에 봉사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전통적으로 사제들에게 주어진 삼대 직무인 예언직, 사제직, 왕직 중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예언직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다원화된 사회에서 말씀의 봉사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그리스도인 직무는 시대의 징표에 따라 말씀과 실천, 성사와 봉사를 창조적으로 전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로마서

 페로 신부는 1988년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서간에 대한 간단한 주석과 소개의 책을 펴냈다(「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백운철 옮김, 가톨릭출판사). 그는 1세기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로마서를 신학적으로만 해석하는 방식을 경계하고 종교-사회적인 관점에서 이 서간에 접근하고자 했다. 1세기의 그리스도 교회에는 율법의 해석과 실천을 둘러싸고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그리하여 사도는 모세의 율법과 무관하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구원의 새로운 원리 안에서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도모했다. 로마서의 중심적인 주제로 인식되는 의화 논쟁은 하느님 은총의 무상성이라는 신학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율법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가진 로마 교회의 구성원들을 그리스도 신앙 안에 통합하려는 바오로 사도의 교회일치운동 전망에서 이해돼야 한다.

페로 신부는 세상을 떠나는 해에도 「나자렛 마리아」(2013년)를 출간할 만큼 하느님 말씀의 참된 봉사자로 살았다. 작년 11월 11일 불현듯 세상을 떠난 페로 신부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킨”(2티모 4,7) 삶을 살았다고 평가받고 이다.

이 자리를 빌어 20세기의 위대한 가톨릭 신학자였던 페로 신부의 높은 인격과 학문에 경의를 표한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30일,
백운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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