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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복자 124위 열전59: 아버지 송 베네딕토와 송 베드로 · 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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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09 ㅣ No.1479

[복자 124위 열전] (59) 아버지 송 베네딕토와 송 베드로 · 이 안나


박해시대 가정 공동체 이룬 일가


 

- 복자 송 베네딕토.


복음은 강물을 따라 퍼져 나갔다. 서울에서 닻을 올린 복음화의 여정은 양근, 곧 지금의 양평과 여주를 거슬러 충주에까지 이르렀다. 충주 사람들은 대부분 남한강 수운(水運)의 중심인 목계나루를 통해 뱃길로 경기도나 서울에 왕래했기에 복음 또한 이 물길을 따라 전해졌다.


충주 서촌(외서촌이라고도 불림), 지금의 충북 음성 금왕과 감곡ㆍ삼성ㆍ대소ㆍ맹동ㆍ생극 등 6개 읍면에도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복음이 흘러들었다. 1895년 양근과 여주, 감곡, 충주를 통틀어 첫 성당인 ‘감곡성당’이 충주 서촌에 속해 있던 감곡 일대에 세워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경기 남부 지역과 충주 내륙의 선교는 남한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 충주 서촌 양반 집안에서도 순교 복자가 나왔다. 송 베네딕토(1798∼1867)와 아들 송 베드로(1821∼1867), 손자며느리 이 안나(1841∼1867) 등 3위다. 일찍부터 신앙을 받아들인 송 베네딕토는 자녀들에게도 열심히 교리를 가르쳤다. 온 가족이 얼마나 열심히 교리를 실천했는지 당시에 이미 ‘가정 공동체를 이뤘다’는 기록이 약전에 전해지고 있다. 가정 생활의 모범을 나자렛 성가정에 두고 생명과 사랑의 친밀한 친교를 이루는 게 가정 공동체이니 그 가정의 신앙적 토대가 얼마나 단단했을지는 충분히 미뤄 가늠할 수 있을 터다. 손자며느리 이 안나 복자는 인천 재궁골의 신자 가정 출신으로, 일찍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송 베드로의 아들과 혼인, 남편과 시조부, 시부모를 모시며 교리 실천에 열중했다.

- 복자 송 베드로.


일가는 그러나 가정 공동체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좀더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고자 진천의 배티 교우촌으로 옮겨 갔다. 지금의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배티로 일대다. 이주 뒤 일가는 신앙적 삶의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낸다. 교우촌 신자들과 어울려 그간 어려움을 겪던 수계 생활을 마음껏 실천했다. 지금도 이 교우촌에는 백곡 공소가 남아 그 신앙의 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신앙의 기쁨을 누리던 시기도 잠시였다. 1867년 정묘년 이른 봄에 이들 일가는 모두가 잡혀간다. 배티로 몰려온 서울의 포졸들이 교우촌에 살던 송 베네딕토를 비롯해 아들, 손녀, 손자며느리와 증손자까지 모두 5명을 체포해 진천 관아로 압송한 것이다.

이들은 경기도 죽산 관아를 거쳐 서울로 압송됐고, 계속되는 문초와 형벌에도 모두 굳게 신앙을 지켜 순교의 길을 걸었다. 순교일은 남아 있지 않지만, 순교한 해는 1867년으로 기록돼 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송 베네딕토가 70세였고, 아들 송 베드로가 47세, 손자며느리 이 안나가 27세였다. 18세이던 송 베드로의 딸과 이 안나의 2세 젖먹이 아들의 순교 여부는 약전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에 ‘이들 가족이 모두 신앙을 지킨 다음 순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순교자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세례명이 남아 있지 않은 이들 두 순교자는 시복의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 복녀 이 안나.


이 안나의 자녀까지 포함하면 무려 4대가 한꺼번에 순교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은 송 베네딕토 일가의 신앙적 결속력이 얼마나 탄탄했는지를 보여준다. 가정 안에서 사랑의 친교를 통해 쌓은 신앙은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 그야말로 한국 천주교회 가정 공동체의 모범이 될 만한 가정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의 전수를 통해 가정 공동체의 역할에 충실하고, 교우촌 공동체와 함께 진정한 사랑의 친교를 이뤘으며, 신앙 속에서 기쁘게 순교의 길을 걸은 가정이 바로 송 베네딕토 복자 일가 4대였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10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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