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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학생 그리고 엄마, 청소년 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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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2 ㅣ No.1617

[알고 싶어요] 학생 그리고 엄마, 청소년 미혼모

 

 

결혼과 출산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도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비혼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한 부부와 그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직도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외국 사회에서는 당당하게 인정받는 미혼모의 삶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혼모 중에는 이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청소년들, 특별히 가정 빈곤과 폭력상황으로 밖으로 내몰린 이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실수로 임신을 하였지만 아기를 선택한 청소년 미혼모들이 있습니다. 2017년 인구 주택 총조사 통계자료에 의하면 24세 미만 청소년 미혼모는 2,101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사자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날을 마음 졸이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한 이들입니다.

 

그 선택의 결과 많은 이들은 부모, 아기 아버지와 단절, 학업 중단, 가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청소년 미혼모는 편견과 동정 속에 학업을 포기하고 아이가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살아갑니다.

 

그들 대부분은 학교 밖 청소년들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단어는 2015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된 법률용어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 학교 부적응, 비행 청소년 등 부정적인 인상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땅히 다녀야 할 학교를 다니지 않는, 기본적인 의무를 행하지 않는 청소년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과거나 현재나 늘 존재합니다. 2016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 숫자는 35만8000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며 해마다 5만~7만 명의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정규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어 학교 밖 청소년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들 중 많은 숫자는 안정적인 가정이 있었다면, 누군가 관심을 가져 주고 고민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었다면 학교 밖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한 부모님들은 본인의 삶을 추스르기에 바빠 보살핌이 필요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그들을 보살필 여유가 없습니다. 그 피해는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삶이 불안한 자녀들은 그 부모님들의 삶을 답습합니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청소년 미혼모들

 

성이 개방화된 사회에서 가정의 안정적인 환경을 벗어난 경우 다양한 위기 상황과 유혹으로 임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상대방도 삶이 불안한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아 함께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가출이 시작되어 방황하다 임신하게 되고 이후에도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면 임신과 낙태를 거듭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많은 10대 청소년 미혼모들은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퇴학이나 자퇴로 학업을 중단합니다. 헌법 제31조 규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 기본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학습권과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교육부에서는 청소년 임신부에 대하여 퇴학 등 부당행위 금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학교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될 경우 학업 중단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학교는 그만두었지만 학업은 계속하고 싶은 것이 청소년 미혼모들의 마음입니다. 그들은 ‘복학 및 전학의 어려움’, ‘학업 중단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자신감 부족’, ‘경제적 어려움’, ‘아기 양육의 문제’, ‘학교의 부정적 시각’ 등의 현실적인 제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0% 가량은 학업을 지속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 학습과 양육을 함께 해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기를 키우려고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권유와 경제적인 어려움, 양육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양육을 포기하거나 입양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정부는 학교와 미혼모 위탁 교육시설의 연계를 통해 위탁형 대안학교라는 학업 중단을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 미혼모는 많지 않습니다. 미혼모 시설 또한 운영되고는 있지만 이런 시설들에서는 연령 구분 없이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지내며 청소년들을 위한 체계적인 학습과 미래 준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동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설 입소를 거부하며 홀로 지내는 청소년 미혼모들도 있습니다.

 

 

청소년 미혼모의 아기 양육과 자립에 관심 가져야

 

어린 나이의 학력 단절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중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검정고시로 취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는 직업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학업 교육 및 진로교육과 다양한 직업 체험을 통한 미래 준비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함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청소년 미혼모에게는 더욱 절실한 과정입니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1~2년이라는 일정기간 동안 기본생활 지원시설, 공동생활 지원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 시설만을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간구되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계속해서 복지 혜택의 수혜자로 남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열악한 환경 속에 사회 복지 혜택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미혼모들이 많습니다.

 

인간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라는 의식주에서 특별히 주거문제 해결은 그들의 자립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어렵게 방을 구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신혼부부, 청년들을 위한 주택 공급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미혼모 주거지원 사업은 아직 미비한 실정입니다. 한부모 가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있긴 하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배정순위에서 불리한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에는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양육의 무게를 함께 나누어질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경제적으로 양육의 문제를 해결할 여유가 있는 경우에도 양육의 부담이 커서 아기를 낳지 않는 시대에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혼자 양육을 전담해야 하는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언제까지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옆에서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얼마간의 지원금을 건네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미혼모가 현실의 구체적 상황에서 아기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함께 돌보아 줄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낮아진 출산율을 걱정하며 더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도록 지원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태어난 아기들이 엄마와 함께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한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더 넓은 차원에까지 연결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2월호, 정수경 아가다 수녀(자오나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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