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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간추린 사회교리: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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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4

[복음살이]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역대 교황들의 회칙과 연설 등을 포함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사회적 가르침을 모아 주제별로 정리한 <간추린 사회교리>를 발표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간추린 사회교리>의 제1장인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사회교리의 핵심이 현대 세계에서 어떻게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라면, 우리는 먼저 우리 인간을 사랑의 계명을 통해 구원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이해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세우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제1장은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해방 활동에 대한 체험을 고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며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무상으로 주셨습니다. 이러한 무상성을 체험한 인간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자신이 받은 은총을 이웃과 나누게 됩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하느님의 은총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특히 이집트에서의 해방 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하느님의 무상의 행위에 대해 ‘계약’으로, 즉 ‘십계명’으로 응답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은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 대한 정의와 연대라는 사회적 의무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구약의 안식년 법(7년 마다)과 희년(50년 마다)의 규정 역시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를 해방하고 땅을 돌려주는 규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무상의 행위와 정의로운 나눔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줍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인간은 이처럼 하느님의 무상 행위를 보여주는 표지이자 효과적인 도구로 부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이런 사랑에 등지고 자신의 삶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는 인간의 불복종은 인간 내면의 일치, 남녀의 친교, 인간과 다른 피조물의 조화를 파괴했습니다. 파괴된 친교를 회복하려는 하느님 사랑의 계획은 이제 성자의 파견으로 이어집니다.


“서로 사랑하라”하느님 백성의 삶의 법칙

둘째로,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성자 그리스도는 인간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역사를 결정적으로 드러내십시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예수님은 아버지와의 긴밀한 친교를 이루시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해방과 자비, 그리고 하느님의 무상성의 사랑을 펼치십니다. 성령께서도 우리 마음에서 새로운 결실을 맺는 사랑을 부어주십니다.

요한 사도는 하느님의 무상의 은총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11).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하느님 백성의 삶의 법칙입니다. 이 계명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모든 인간관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이 관계를 정화하고 들어 높였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인격체이기에 인격 상호 간의 친교로 부름 받았습니다. 인류 가족은 이 계명에 따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긴밀히 유대를 형성하고 의존하면서 ‘친교’를 이루어야 합니다.

셋째 부분은 하느님 사랑의 계획안에 있는 인간에 대해 가르칩니다. 사랑의 친교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인간은 자기 존재의 기원과 목표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목헌장 24항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삼위일체와 인간의) 이 유사성은 지상에서 그 자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바라신 유일한 피조물인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지 않으면 자신을 완전히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루카 17,33 참조).” 즉 하느님을 닮은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사랑과 정의와 연대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을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남녀의 상호보완성은 세상 안에서 삼위일체적 사랑의 표상이 됩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과 인간 전체(全人)를 위한 보편적이고 완전한 구원을 전해주셨습니다. 인간은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성령의 기쁨을 누리며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고 성부와 영원한 생명의 친교를 이루도록 부름 받습니다. 이 구원의 부르심은 하느님 자녀들의 아낌없는 응답과 수용을 요구합니다. 바로 이것이 믿음입니다. 인간은 이런 믿음을 통해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기며, 흔들리지 않는 희망으로 하느님 사랑에 응답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은 보편적인 것이며 완전합니다. 이 구원은 인간의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 확고한 유대를 요청합니다. 예수님은 첫째가는 계명은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며, 둘째 계명은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마르 12,29-31 참조).

사랑의 계명을 받은 인간의 내면에는 정의와 연대에 대한 의무와 하느님 계획에 부합하는 사회 경제 정치 생활을 성장시킬 의무가 뿌리 박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 제자들은 먼저 그리스도와 동화됨으로써 내적 변화와 회개를 겪고 나서  이웃에 대한 책임과 지속적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활동은 오만과 지나친 자기애로 날마다 위기에 봉착하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정화되고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하셔

마지막 부분은 하느님 계획에 대한 교회의 사명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따르게 하신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인간 초월성의 표지이며 보루”입니다(사목헌장 76항). 교회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선포하고, 하느님과의 친교, 인간들 사이에 친교를 이루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현세적 차원은 온 인류가 복음적 가치들을 삶에 구현하고, 성령의 활동에 열려 있는 것이지만, 종말론적 완성을 지향하므로 교회는 현세의 정치공동체와 구별되고, 어떤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교회는 인간의 궁극적인 소명을 드러냄으로써 인류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데 관심을 가집니다.

하느님께서는 개별 인간 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의 요구에 맞게 사회관계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맡겨진 과제로서 복음의 영감을 받아 성찰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 세상과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진리와 자유의 씨앗을 함께 추구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완성과 세계를 개혁하는 근본 법칙은 사랑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이 사랑의 길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며, 인간관계를 움직이는 모든 힘의 궁극적인 규범이 됩니다. 교도권은 시대의 징표가 요구하는 해답을 제시하면서 무엇보다 세상의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도구인 인간들 사이의 상호 사랑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인류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그런데 교회의 죽음을 넘어서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확고한 종말론적 희망은 현세의 삶에 필요한 활동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더욱 강화시킵니다. 인간의 존엄, 형제애, 자유 등 그분의 명령에 따라 이 지상에 널리 퍼져 있는 좋은 것들은 더욱 광채가 더해져서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인간의 완전한 실현은 역사 안에서 전개되고, 다른 사람들과 맺는 인격적인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그 관계는 정의와 평화 안에서 세상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 덕분에 완전하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언제나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물이지만,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은 그 자체로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궁극적으로 이바지 하는 의의와 효력을” 지니기 때문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8항).

이런 활동은 약속된 나라를 우리 시대에 미리 맛보게 해 줍니다. 이처럼 하느님 사랑의 계획은 구세주 그리스도와 닮음으로써 은총과 영광으로 불림 받은 인간이 사랑의 계명 안에서 완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제2장 ‘교회의 사명과 사회 교리’는 사회교리가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세부적으로 고찰합니다. 제2장은 다음 호에 소개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8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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