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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 생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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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22 ㅣ No.117

[과학과 신앙] 생명수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4대 기본요소는 공기, 물, 햇빛, 흙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네 가지가 없으면 우리의 주요 영양원인 육류, 곡물, 야채 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5분만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생명을 잃고, 물 없이는 일주일도 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식물의 생명유지에 필수물질이다. 물 그 자체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생명수’라고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상인인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년경-546년경)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말을 하여 ‘자연철학’의 아버지로 전해지고 있다.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스의 의사이며 철학자인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490년경-430년경)는 우주의 만물이 공기, 물, 불, 흙 등의 4원소가 조합하여 이루어진다는 ‘4원소설’을 주장하였다.

지금은 이 설이 폐기되고, 1803년 영국 돌턴(Dalton, 1766-1844년)의 원자설로 대체되었다. 원자설이란 모든 물질은 화학적 방법으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물리적 방법으로는 쪼갤 수 있지만)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 - 화학적 해석

생명유지에 중요한 물은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은 연령에 따라 물 함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약 70%, 어류는 약 80%, 그리고 미생물은 약 95%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마신 물은 30초 안에 혈관에, 1분이면 뇌까지 도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30분이면 인체의 모든 세포에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 수증기, 물의 분자식은 공통으로 H2O이다.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 - 산소 - 수소의 결합각은 104.5도이며, 물은 정사면체(삼각뿔)구조를 하고 있다. 파도를 막기 위해서 방파제나 등대에 설치하는 시멘트로 만든 네 발 조형물이 정사면체의 예이다.

물의 두 수소원자는 부분 양전하(δ+)를 그리고 산소원자는 부분 음전하(δ-)를 띠고 있는 극성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극성 물질은 극성 용매에 잘 녹고, 비극성 물질은 극성 용매에는 잘 녹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구상의 약 90% 물질이 물에 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물이 오염되기 쉬운 원인이 된다.

물의 극성은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들을 녹일 수 있는 용매이다. 물은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해준다. 영양분을 흡수하고 운반해서 세포에 공급해 주고, 체내 노폐물을 체외로 배설시켜 준다.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을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유지시킨다. 체온조절과 생리기능을 유지하도록 하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해 준다.


물 - 심리적 해석

물은 정화력을 가지는데, 깨끗한 물을 사용하면 병균의 60%가량이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은 사람이나 동물의 육체뿐만 아니라 지구와 전 우주를 정화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성경에도 정결의식에서 옷이나 몸에 물을 뿌리거나, 물로 희생제물의 부분 또는 전체를 씻는다고 기록되어 있다(시편 51,1-21; 민수 19,1-12).

옛날 우리 어머님들은 정갈한 몸으로, 장독대나 뒤뜰 조용한 곳에 정화수(井華水)를 놓고, 집안의 화평과 가족들의 건강과 자녀들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교리를 배우고, 세례예식에서 물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 세례는 죄악과 인간의 헛된 욕망을 씻어버리고, 영혼과 양심 그 자체를 깨끗하게 하여,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구원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얼음은 물위에 떠서 이불 같은 역할을 한다. 얼음 밑에 있는 수중 생물들이 얼어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와 봉사를 해주는 것 같다. 양초가 주위를 밝히려고 자신을 태우는 것과 다름 아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것을 겸손에 비유하곤 한다.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처럼, 물은 출신 성분을 따지거나 구별하지 않고 잘 융화하여 포용한다.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며, 포용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은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심금을 울려줄 수 있는 촉매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하였다. 물은 지혜의 상징으로도 표현된다. 공자는 지자요수(智者樂水 :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라고 하였다.


물 - 의학적 해석

중수(重水, heavy water) 또는 산화듀테륨(산화중수소)의 분자식은 D2O 또는 2H2O이다. 보통 물(경수, H2O)에서 수소(H)와 산소 사이의 결합 에너지와 D2O에서 중수소(D)와 산소 사이의 결합에너지가 약간 다르기 때문에, H2O와 D2O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도 약간 다르다. 수소와 중수소를 하나씩 가지는 혼합중수(HDO)도 있다. 중산소 수(H2O18)가 생명에 끼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우리가 매일 마시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인 H2O에도 D2O가 약 150ppm 정도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장수촌의 물에는 D2O 농도가 약 130ppm으로 일반적인 물보다 낮다.

D2O 농도가 적절히 낮은 물은 세포분열을 느리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래서 젊어 보이고, 건강하고,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D2O 농도가 낮은 물을 항노화 물(Anti-aging water)이라고도 한다. 해발고도가 3,000m 이상인 장수촌에서 채취한 물은 중수의 함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H2O에서 경제성 있는 중수 제거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종양억제 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중수소 감소수(Deuterium-depleted water)는 중수소(D)의 농도를 감소시킨 것이다. 중수소 감소수가 종양세포의 물질대사 차이에 의해서 종양성장을 억제하고, 종양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종양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헝가리 분자생물학자 가보르 솜라이(Somlyai, Gabor)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연발생적 중수소의 세포 내 작용과정을 밝힘으로써 종양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난치병이 치료되고, 생명이 길어지며, 생활이 편리해지고, 풍요롭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물 - 신앙적 해석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들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체의 부피는 액체의 부피보다 작고, 고체의 밀도는 액체의 밀도보다 크다. 그러나 얼음의 부피는 물보다 크고, 얼음의 밀도는 물보다 작다. 물은 열에 안정적이라 1기압 2,000。C에서 2% 정도만이 수소와 산소로 해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끓는점은 1기압에서 100。C이고, 어는점은 0。C이다. 이는 물의 분자량(18)에 비해서 아주 높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강강술래에서 여러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물은 분자들 간에 수소 결합을 해서 분자량이 큰 분자로 거동하기 때문이다. 물이 모여 큰물이 되면, 큰 둑이나 집을 파괴할 수 있고, 산사태를 일으켜 생활터전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육신의 생명을 살리는 뜻으로 명명된 ‘생명수’와, 비유의 말씀으로써 우리 영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하느님의 진리의 말씀인 ‘생명수’가 같은 단어로 표현된다. 이것은 육체와 영이 잘 조화되어 훌륭한 인격을 갖추어야 참생명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환경에 따라서 물은 얼음인 고체, 물인 액체, 수증기인 기체로 변신을 하기도 한다. 왜 하필 물은 그 온도에서 얼고, 그 온도에서 끓는 것일까? 생명체들을 살리고, 물을 자연 정화하고, 물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이름은 얼음, 물, 수증기 등 세 개지만, 이들을 함께 나타낸 화학적 이름은 산화수소(H2O) 한 개다.

성경에도 세 이름인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이면서, 한 분이신 삼위일체가 계신다. 한 몸이면서 이들 이름의 개수가 똑같이 세 개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게다가 액체상태의 물은 수증기가 되어 기체 상태로 되었다가 다시 비나 눈이 되어 지구상에 물로 되돌아오는 순환을 한다. 마치 부활을 보는 듯하다.

‘과학은 창조주의 뜻을 푸는 수단과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창조주의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오늘 내게 머무르는 생각이다.

* 조원제 토마스 아퀴나스 -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고분자화학에 대한 학술적 업적으로 부산광역시 문화상, 한국고분자학회 상암고분자학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부산교구 가톨릭 문예작품 공모전에서 수필로 입선하기도 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7월호, 조원제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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