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강론자료

2016-05-22.....삼위일체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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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6-05-21 ㅣ No.2064

 

삼위일체 대축일 (다해)

잠언 8,22-31       로마 5,1-5       요한 16,12-15

2016. 5. 22. 이태원

주제 : 하느님의 뜻을 생각함

오늘은 삼위일체대축일입니다. 요즘에는 삼위일체라는 표현을 세상의 일을 설명하는 데에서도 듣습니다만, 본래 삼위일체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속성을 사람이 알아듣기 위해서 신학에서 사용하던 어려운 표현입니다. 심오한 것이므로, 친절한 신학적인 설명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 세상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요즘 사람들이 신앙에 충실한 사람이 되었다는 소리로 생각해도 될까요?

 

삼위일체라는 하나가 셋이라거나, 셋이 하나이기도 하고, 이렇게 다르게 표현하는 대상이 힘이나 능력이나 영광 등 그 어떤 것에도 차이가 없다는 이론을 전제로 할 때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신앙에서 사용하던 이 표현을 세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내심 걱정된다는 얘기는, 세상일에는 신앙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성을 지닌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삼위일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습니까?

 

신앙의 용어인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말을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요즘의 사람들이, 옛날에 살던 사람들보다 하느님을 대하는 자세에 더 큰 존경심을 갖고 지혜와 지식이 많아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하느님이 삼위일체이시라면 우리의 삶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일까요? 또한 하느님이 삼위일체가 아니라고 하면 우리의 삶에는 어떤 것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질문한 이 두 가지는 사실 인간이 가진 오만한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의 뜻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하느님께서 세 가지 위격인 다른 모양과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사실은 한 실체라는 표현인데, 세상에서는 세상에 대한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 하느님에 관한 것을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표현들은 알아듣기가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성령은 하느님의 힘이라고 알아듣는 제3위 위격입니다. 우리가 제1위격인 성부, 2위격인 성자라는 표현과 함께 하느님에 대해서 구별하고 사용하는 표현입니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제1,2,3위격이라는 표현은 힘이나 능력의 차이가 아니고, 하느님의 힘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드러난 순서에 따라 붙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성부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이시라고 말하고, 성자는 성부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에 사람으로 나시어 목숨을 내어놓고 죽으신 하느님이었으니, 성부보다는 등급이 떨어지는 하느님이라고 말하던 과거의 이론이 있었습니다. 또한 성령이신 하느님은 성자이신 하느님께서 세상에 드러낸 역할을 마치고 하늘로 오르신 다음에 예수님보다 늦게 등장하신 분이라서 성령은 성자에게 종속돼있다거나, 세상에서는 죽음의 길을 간 성자보다는 힘이나 능력에서 더 나은 분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주장에 따라 아리우스 이단(異端)’이 나왔고, 1054년에 동방정교회와 같은 교회의 분열이 생겼습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하느님을 이렇게 나누고 구별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효과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같은 하느님이시라는 신학적인 내용을 제가 이 시간에 여러분에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것은 이미 과거에 해결된 문제이기에 제가 짧게 설명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람의 생각을 담아서 사람들이 이렇게 구별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똑같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면서도 우수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으로 구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잘못된 자세가 생겼다는 것을 안다면, 그러한 일이 더 계속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할 일입니다.

 

지난 512일에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난자(0)/체세포(X)> 배아복제연구를 다시 허용하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먼저 태어난 인간들에게 생긴 질병을 치유하겠다는 생각과 미래먹거리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차지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는 일일 텐데, 일이 이렇게 되면,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도움이 될 결과를 찾는다는 목적으로, 미래에 인간이 될 수 있는 귀중한 존재를 내가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니, 지금 당장은 아무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태도는 과학의 오만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세상에 사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제 맘대로 해석하고 도전하면, 당장은 인간의 가치가 높아지고 권리가 많아지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사람들이 모르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신중하고 특별하게 대해야 할 대상을 함부로 대하고, 하느님의 뜻을 인간의 편리에 따라 이리저리 내 맘대로 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합니다.

 

오늘 기억하는 삼위일체대축일, 하느님께서 세상에 하신 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세상이 하느님을 올바로 공경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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