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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 프란조7: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2) 저는 할머니에게 신앙의 기쁨을 유산으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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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2 ㅣ No.676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7)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②


“저는 할머니에게 신앙의 기쁨을 유산으로 받았습니다”

 

 

지난해 7월 2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첫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일반 알현 중 한 노인이 감격에 겨워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CNS 자료 사진]

 

 

2013년 3월 13일, 콘클라베의 개표 상황이 ‘위험스럽게(베르골리오 자신의 표현)’ 흐르고 있을 때 가까이에 있던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클라우디오 우메스(Claudio Hummes) 추기경은 베르골리오를 감싸 안으며 제266대 교황으로 피선되는 그에게 “가난한 사람을 잊지 말기를!” 하고 청했다. 그리하여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가난한 성인이자 평화의 사도’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으로 교황명을 정하게 되었다.(참조 : 2013년 3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 페이스북)

 

 

프란치스코에게 식탁은 화합과 나눔의 장소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는 다른 교황들에 비해 단순하고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수장이라는 인물에 덜 얽매인 교황이라 할 수 있는데 교황 피선 후, 지갑을 잃어버린 가난한 할머니의 절규에 200유로를 보냈으며, 미래의 삶에 불안해하는 청년에게 직접 전화해 인생 상담을 해줬고, 본당 사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부에게 선배 사제로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부부싸움에서 접시가 휭휭 날아다니는 걸 걱정하고, 자신을 더 가까이 보려고 온 신자들이 스위스 근위병에 제지당하는 걸 보고 흰 수단 자락을 휘날리며 베드로 광장을 뚜벅뚜벅 걸어가 그들을 감싸 안아 주는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호에는 그가 교황이 되기 전 가장 좋아한 요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가 진정으로 열정을 가진 것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이다. 아울러 식사를 하는 것은 화합의 순간이고, 나눔의 순간이며, 아울러 선을 행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 주일에 교황이 표현하는 “부온 프란조(Buon pranzo, 맛있는 점심 되세요)”는 최대 나눔의 상징으로서의 식사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며, 주님의 날은 부모와 자녀, 가족, 친구들뿐 아니라 낯선 사람과 곤경에 처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성화되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식탁은 경청과 애정, 관심, 도움, 감미로움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비스켓 ‘부지에’

 

프란치스코의 삶 안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의 한 여인은 바로 할머니 로사 마르게리타 바살로(Rosa Margherita Vassallo)이다. 2016년 10월 14일 산타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봉헌된 아침 미사 중 ‘할머니의 비스킷처럼’이란 강론 제목이 있었다. 카르네발레(Carnevale는 사순 시기 전으로, ‘고기가 제외된’이란 뜻) 때 할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부지에(Bugie, ‘거짓말’이라는 뜻 - 이번 호 레시피) 과자를 언급하며 겉은 멀쩡하나 속은 텅 빈 과자처럼 자신을 속이지 않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라는 당부를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된 것 중 하나는 로사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주님의 날의 신성함을 할머니에게서 들었고, 어렸을 적 큰 행복은 미사 후에 가족들과 긴 점심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굶주림과 전쟁의 불행으로 일용할 빵까지 부족한 19세기와 20세기, 두 세기에 걸쳐 살았던 그녀였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것을 가족 모두가 삶의 축으로 삼아 살아주기를 바랐다. 그녀는 굳은 믿음 안에서, 온전히 자신의 삶을 가족과 친밀하게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얻은 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열린 마음으로 주변의 고통받는 이들을 도왔으며, 그들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았다고 한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진정으로 선한 일을 했다고 느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그녀의 손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해 준 것은 진정으로 값진 할머니의 유산이었다. 그가 교황 피선 후, 제일 먼저 미사를 드린 곳은 다름 아닌 바티칸시국 입구의 작은 ‘산타 안나 성당’이었다. 그것은 로사 할머니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자주 조부모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이처럼 우연이 아니다. 조부모는 손자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 그 뿌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24일, 로마,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강론은 이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창한 신학적 담론도, 교부들의 말씀도 인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아주 단순하게 “저는 첫 그리스도인의 선포를 한 여인에게 받았습니다. 바로 저의 할머니입니다. 이는 아주 아름답지요. 첫 선포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듣다니요!”

 

 

할머니 손맛과 따뜻한 말로 손자녀 축복을

 

나도 할머니가 된 지 꽤 되었다. 손녀에게 맛있는 간식과 끼니를 만들어 주는 데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로사 할머니처럼 손녀에게 걷거나 운전 중에 하느님의 선포,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매사에 진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착한 아이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손녀와 하느님과의 관계는 꽤 돈독해 보인다. 로사 할머니가 손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뿌리가 되어 주었던 것처럼 젊은 할머니인 나의 손맛과 따뜻한 말은 손녀에게 든든한 뿌리가 되어 손녀의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와 더불어 우리 조부모들에게 역할론을 다시 일깨워 주는 교황의 행보는 두 해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World Day of Grandparents and the Elderly)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24일(예수의 외조부모 성 요아킴과 안나 축일인 7월 26일에 가까운 주일) 주일에 ‘제2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 로마에서 거행된다.

 

자, 누구나 조부모가 된다. 조부모의 존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이례적 존재가 아니라 굳건하게 늘 존재하는 현실이다. 오늘 저녁, 퇴근하는 자녀들과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손주들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밥은 먹었니?”하고 말을 건네보자. 아래의 레시피로 만든 속이 텅 빈 ‘부지에’를 먹으며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되지 말고, 자신에게 솔직한, 진정한 누룩이 되기를 손자녀에게 축복해 주면 어떨까?

 

 

레시피 - 부지에(Bugie, 기름에 튀긴 속이 텅 빈 과자)

 

부지에(Bugie) : 사순절 전에 기름진 음식을 먹어 두자는 의미에서 먹는 기름에 튀긴 과자인데, 겉은 통통하지만, 속이 텅 빈 과자로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키아키에레(Chiacchiere), 또는 프라페(Flappe)라고 불린다.

 

▲ 준비물 : 밀가루(글루텐 함량이 제일 낮은 밀가루인 박력분) 400g, 버터 30g, 달걀 두 개, 설탕 35g, 럼주(위스키) 두 숟가락, 레몬 한 개, 우유 50㎖, 튀김기름, 분설탕(powdered sugar, 슈가파우더).

 

→ 밀가루와 설탕, 녹인 버터, 달걀, 럼주를 넣고, 레몬은 겉면을 깨끗이 씻은 다음 껍질 부분만 채칼로 벗겨 모래알처럼 다져 넣고 반죽을 한다.

→ 랩(wrap)에 동그란 반죽을 싸서 30분간 실온에 놔둔다.

→ 4등분을 하여, 밀대로 2㎜로 민다.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얇게 민다.

→ 피자 롤러 커터기나 칼로 3×8㎝ 자른다. 모양은 자유자재로 해도 된다.

→ 150~160℃의 튀김기름에 하나씩 넣어가며 튀긴다. 얇으니 노랗게 튀겨지면, 재빨리 건진다.

→ 식으면 접시에 돌려 담고 그 위에 분설탕을 뿌려준다.

 

▲ 모니카의 팁

 

노란 레몬 껍질만 살짝 떠서 다지거나 강판에 살짝 갈아도 된다. 너무 깊게 껍질을 뜨면 쓴맛이 난다. 만약 반죽이 좀 질다 싶으면 밀가루를 뿌려가며 반죽한다. 튀김기름은 땅콩 유나 해바라기 유가 맛있게 튀겨진다. 만약 반죽이 남으면, 납작하게 하여 냉동실에 넣어 두어도 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10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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