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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신앙, 믿음의 길을 찾아서3: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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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9 ㅣ No.677

[팬데믹과 신앙, 믿음의 길을 찾아서] (3)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 수석연구원


평신도 신학자가 건네는 한 마디 “젊은이들의 역할을 키워주세요”

 

 

- 그는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이며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샬롬회 회원이기도 하다. ACN 창립이사를 2004년부터 맡아 왔고,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에서 펴내는 학술지 「신학전망」 편집위원이고, 서강대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에선 방송 작가를 하기도 했고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교회 곳곳에서 평신도이자 신학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주원준 박사를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한님성서연구소에서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고 신앙생활에도 타격을 입었지만, 이것이 교회의 위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위축은 되겠지요. 장기적으로 교회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그 속도가 빨라지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평신도 신학자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박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신앙생활의 변화를 위기가 아닌 위축으로 진단했다. 교회가 당장 망할 정도가 돼야 위기일 텐데, 그 정도는 아니라는 뜻에서다.

 

“팬데믹의 원인은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뭘 잘못 해서 생긴 일은 아니었죠. 대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선방했다고 봅니다. 문제를 악화시키는 쪽이 아니라 침착하게 대응하는 쪽이었으니까요.”

 

가톨릭교회는 물론 종교 자체가 직면한 거대한 위축의 흐름 앞에서 주 박사는 한국 사회 안에서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시선은 본당 울타리를 넘어 교회 안팎을 두루 향해 있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 가톨릭 신학부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어를 전공하며 히브리어 구문론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그는 “신학을 공부하면서 교회를 안에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면, 교회의 다양한 층위에 참여하면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상이 더 이상 교회 담론을 참조하지 않아

 

주 박사는 10년 전, 20년 전 우리 사회를 떠올려 보라고 했다. 옛 속담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 했는데, 현대 사회의 속도에 비춰보면 그 사이 변화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기업들이 많이 사라졌고 새로운 기업이 나타났지요. 정치 쪽은 어떤가요. 정당은 싹 다 바뀌었잖아요. 대학별 서열, 인기 있는 과도 전과는 다르지요. 대중문화판도 몰라보게 변했어요.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를 생각해보면 크게 성장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뒤처지지도 않고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그는 “한국 사회에서 몇십 년간 이렇게 일관되게 조직을 이끄는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곧 망할 것 같은 모습이 보여야 위기인데, 가톨릭교회가 망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사회가 교회를 찾지 않는 현상에서 위축의 분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어느 때부턴가 교회에서 나오는 담론을 참조하질 않더라고요. 예를 들면, 민주화 운동 시절에는 추기경님이 어떻게 얘기하시는지, 교회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귀를 기울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교회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자는 분위기가 사라졌어요. 그만큼 사회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성직자가 없다는 거죠.”

 

세상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고 가르침을 배우고자 하는 전문가, 기업인, 지식인 반열에서 성직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실력 키우고 발언 두려워해선 안 돼

 

교회가 사회를 향해 내는 목소리에 영향력이 점점 줄고 있다. 각종 현안을 다룬 대사회 메시지들은 ‘천주교의 입장’ 정도로만 거론될 뿐 사회 안에서 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주 박사는 “사회를 선도하고자 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신학자, 성직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과 만나 토론하면서 약간의 공격을 받더라도 ‘교회 입장은 이겁니다’라고 밖에 나가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없어요. 모두 안전하게 교회 안에만 있으려는 것 같아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약간의 안일함이랄까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그는 “어느 사회나 지식인 그룹이 있고 지식인들은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데, 당장은 쓸데없어 보이기도 하고 재미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식인과 이야기를 나눌 집단이 교회 안에 없다 보니, 지식인들은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 안의 실력저하도 한 원인일 수 있겠고, 용기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땐, 공격과 잡음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지요. 스스로 소화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그런데 신부님들이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죠. 싫은 소리를 안 하려고 해요.”

 

 

젊은 층에게 책임을 맡길 수 있어야

 

사회 내 영향력 감소, 교회 어른의 부재, 거대담론의 실종 등과 같은 위축의 흐름은 주일이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단체활동을 하는 일반 신자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개인의 영성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신자 청년층 감소’와 같은 현실로 눈앞에 놓여있다.

 

그는 “20~40대 젊은 층에 책임을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들이 교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신앙을 멀리하고 있는 건 교회가 청년들과 함께 가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책임을 안 맡겨서 그래요. 청년 입장에서야 아무 책임이 없으니까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같이 길을 가게 되거든요. 시노달리타스도 함께 걷자는 것이잖아요.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이미 결정을 다 내린 상태에서 교회는 청년들에게 그저 따라오라고만 한다. 가야 할 길도, 길 위에서 찾을 답안도 다 정해 놨다. 청년들은 당연히 물을 수밖에 없다. “왜?”라고. 그게 어떤 일이고 나에게 무슨 의미냐고. 주 박사는 “교회가 과연 청년들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아마도 그런 질문에 답을 하고 청년들을 설득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임무를 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같이 가는 겁니다. 사실, 젊은 신부님들에게도 책임을 맡겨야 해요. 청년들에게 일을 안 맡기는 것과 보좌 신부님에게 일을 안 맡기는 건 같은 맥락이죠.”

 

그는 “교회가 젊은 신부님들을 너무 ‘도련님’으로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교회 안팎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원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미래세대연구자 모임 샬롬회 조직

 

그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강주석 신부와 함께 2017년 ‘살롬회’를 조직했다. 샬롬회는 청년 신자들이 신학책이나 교회사, 국제관계학, 평화학 등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신앙과 삶을 나누는 모임이다. 본당 틀을 벗어난 교구 청년회인 셈이다.

 

샬롬회 회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논의한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구소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왔다. 주 박사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판을 깔아줬다”면서 “청년들은 이러한 자리를 통해 교회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교회 인재로 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와 강주석 신부님의 역할은 회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뿐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요. 청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40~50대가 돼서 교회 안에서 발언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그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에게 교구와 교회 조직 전체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 청년들이 교회 내 든든한 협력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모하다 잡혀간 감옥에서 구약 완독

 

그도 열혈 교회 청년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지 사제가 되기를 고민했지만, 확신이 들지 않았다. 대신 사제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서강대학교에 입학했다.

 

“제가 87학번이거든요. 한창 데모하던 때였어요. 데모할 때에도 신부님들이 있으니 좋았죠. 당시 정양모 신부님께서 수업시간에 ‘평신도 신학자’가 있다는 걸 말씀해 주셨어요. 그때는 사회 문제에 참여하며 실천적인 평신도 신학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나이 차이는 좀 났지만 학교를 같이 다녔던 선배가 박문수(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ㆍ한상봉(‘가톨릭일꾼’ 편집장) 형이에요.”

 

그는 사회 참여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성경과 같은 전통 신학에 더 끌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간 감옥에서 몇 달 동안 구약성경을 완독했다. 구약성경에 담긴 이야기에 매료된 그는 평신도 신학자로 살기로 마음을 굳혔다. 대학 졸업 후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서강대 신학대학원에 다녔다.

 

“교회 잡지 이곳저곳에 글도 쓰고, 번역하고 책도 내며 ‘생계형’ 신학자로 지냈죠. 컴퓨터 한 대 필요하면 책 한 권 번역하고 그랬고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작가로 활동한 것도 이때였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일 유학길엔 정양모 신부와 정태현(한님성서연구소장) 신부가 버팀목이 돼 줬다. 유학을 마치고 나선 한님성서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다.

 

 

평신도 신학자로 산다는 건

 

그는 “한국에서 평신도 신학자로 사는 건 모든 면에서 쉽지 않다”고 했다. 자신을 평신도 신학자라고 소개하면 신부도 아닌데 어쩌다 신학을 공부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의 반응은 20년 전 유학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평신도 신학자는 정상에서 벗어나 있거나, 되게 독특한 별종으로 생각해요. 사실 평신도 신학자는 고대 교회부터 있었던 교회 구성원 중 하나거든요. 어느 시대에나 있었죠. 우리나라가 유독 평신도 신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한 거 같아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선 중고등학교 종교교사 대부분이 평신도 신학자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강의를 할 수 있지만 한국의 평신도 신학자는 학교나 대학 등에서 자신의 전공을 펼쳐 보일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강연 시장’에서 믿고 부르는 명강사로 통한다. 개념조차 생소한 고대 근동과 구약 성경의 세계, 그 안에 자리한 작은 나라 이스라엘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EBS든 유튜브든 그가 강의한 영상에는 늘 “감동 깊은 명강의”라는 댓글이 가득하다. 그는 “강의 비결이랄 건 없다”면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유튜브와 온라인에 온갖 강연이 공개되면서, 강사들의 실체가 많이 드러났지요. 서로 비교가 되고, 어느 강사가 어떤 자료를 쓰고 뭘 말하는지를 알게 됐으니까요. 밑천이 보이는 거죠. 결국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서량은 다 드러나거든요.”

 

 

교회 위축의 극복은 이주민 사목에 있어

 

그는 “평신도 신학자로서 신앙적으로나 실력으로나 인정받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면서 “평신도 신학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의 길을 하느님께서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계신다는 걸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꼭 필요한 걸 주시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더라고요. 큰 고비 없이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교회 위축의 문제로 화제가 옮겨졌다. 위축되는 교회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그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교회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지금 같은 출산율로는 우리 사회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과 잘 살아가는 게 관건이 될 거예요. 이때 가톨릭교회가 할 일이 있는 거죠. 이주민 사목에 더 적극 나서야 합니다.”

 

가톨릭교회의 보편성과 형제애는 사회통합을 이루는 모범이자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는 “의정부교구가 일반 신자들을 난민 활동가로 양성하고 있는 건 굉장히 선구적인 사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혐오 문제가 늘어나고, 우리 것을 뺏어간다는 식의 논리가 심해질 거예요. 교회는 거기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야죠. 교회 역시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러 사회 현안이 있지만 이주민 문제를 대처하는 데 있어 가톨릭교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17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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