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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97차 세계 이민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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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2 ㅣ No.414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장의

제97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2011년 5월 1일)


“내가 너희를 서로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증가하는 이주 현상과 관련하여 2011년 제97차 세계 이민의 날의 주제를 “한 인류 가족”으로 정하셨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내가 너희를 서로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하고 말씀하신 새 계명을 실행에 옮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는 우연히 서로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서, 형제 자매로서 같은 길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2008년 제4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제6항 참조).

 

우리는 최근에 발생한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2010년 1월 12일의 아이티 강진과 2010년 9월 4일에 발생한 뉴질랜드 강진으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올해 3월 11일에는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실종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쓰나미로 파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되는 방사능 물질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자연 재해로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그곳에 살던 이들은 이웃 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1월에 이집트에서 시작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시위는 이들 국가들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계기를 만들었으나,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는 내전으로 비화되어 세계적인 문제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들은 추위, 굶주림,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수많은 난민들을 국경 인접 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 재해, 경제적인 이유, 폭정이나 내전으로 인한 정치적 이유로 큰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야 합니다. 굳이 세계화나 지구촌이라는 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면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합니다. 이 넓은 마음이 없다면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을 ”한 인류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 외에도 ‘가난을 벗어나 더 잘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풍요한 나라에 들어와 장기간 체류하거나 영구 정착하는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가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족 여성들에게 보다 나은 인권과 경제적인 혜택을 주기 위하여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차별과 제한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족 여성을 계속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들의 거주와 정착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할 때만 일정 기간 동안 체류를 허락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즉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미봉책은 이제 과감히 폐기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5개 교구에서 수백 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족의 여성들이 같은 형제와 자매가 되어 더불어 살 수 있는 다양한 사목적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이들에 대한 형제애의 실천은 전문인들의 노력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떤 차별도 없이, 동등한 이웃으로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 특히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족들의 자녀들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넘어서 다양한 봉사와 희생으로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큰 희망을 품고 들어오는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족들을 따뜻이 환대하는 것은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자세입니다. 이러한 환대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한 인류 가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만 발생하는 새터민에게서 단순한 이주민도 아니고 난민도 아닌, 모든 모습이 혼재해 있는 “불행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2만 6백 명 정도 입국하였고(2011년 3월 통계), 20만 명 이상이 난민으로서 우리나라 밖의 여러 나라들을 떠돌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이 땅에 잘 정착하여 살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는 것은 같은 동포로서뿐 아니라, 교회가 기울여야 할 당연한 노력입니다. 새터민들을 사랑하고 돕는 일은 이주민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민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의 처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주민들에 대한 환대의 정신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주민에게서 단순히 이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외양간에서 태어나 이집트로 피난 가시어 이주민의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강조하신 것처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상처를 입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베풀고 이웃이 됨으로써 민족과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누구도 외국인이 아니었습니다(루카 10,29-37 참조).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본받은 우리에게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이유로 이주해 왔던 간에 그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 자매들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로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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