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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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겸손] 떡갈나무와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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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274

떡갈나무와 갈대

 

 

연못가에 서 있는 갈대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이러저리 나부끼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떡갈나무가 이 갈대를 보며 동정하였습니다. "이봐요 갈대, 자네의 가냘픈 몸집이 자네 자신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되겠는걸."하며 떡갈나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내 건강한 머리를 좀 보게. 햇빛을 멈추게도 하고 강한 폭풍까지도 힘차게 맞설 수 있지. 삭풍이 자네에게는 폭풍이지만 나에겐 미풍만도 못하네. 자네가 내 몸 밑에 태어났던들 나의 그늘을 은신처로 삼고 고생이 없을 텐데. 내 생각으로는 자연은 불공평한 것 같네."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한 동안 말없이 듣고 있던 갈대는 "나를 동정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다지 걱정은 마시오. 모든 바람은 나보다 당신에게 위험스럽소. 바람이 불면 나는 굽히기는 하지만 꺾이지는 않는다오."라고 말하자 떡갈나무는 괘씸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지평선 저쪽에서 폭풍이 휘몰아쳤습니다. 그러나 떡갈나무는 몸을 굽히지 않고 바람에 맞섰습니다.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가냘픈 갈대는 당장 쓰러질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갈대는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기울일 뿐 아무 괴로움도 없었습니다. 한편 떡갈나무는 강한 바람에 힘을 다하여 맞섰습니다. 바람은 무척 세게 불었습니다. 떡갈나무는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발을 땅에 붙이고 서있었습니다. 그러다 끝내 뿌리째 뽑히고 말았습니다.

 

[사목, 199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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