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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 프란조8: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3) 산타 마르타의 집 식구들, 교황님요? 우리 중 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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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9 ㅣ No.678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8)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③


산타 마르타의 집 식구들 “교황님요? 우리 중 한 사람이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내 직원 식당을 깜짝 방문해 교황청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며 직원들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고 활기찬 기운을 나누며 겸손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CNS 자료 사진]

 

 

과거에는 교황들의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은 성찬의 식탁이었다. 아울러 교황의 아파트는 안락함과 풍부한 음식이 차려진 특권화된 곳이었다. 도미니코 수도회 수사이자 설교자, 종교개혁가인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a, 1452~1498)에서부터 은수자회인 ‘가장 작은 이들의 수도회’ 설립자 성 프란치스코 다 파올라(Francesco da Paola, 1416~1507)에 이르기까지, “이는 복음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500년이 지난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도 음식이 ‘소수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은 프란치스칸 스타일이다. 브라만테(Donato Bramante)의 설계로 건축된 교황청 사도궁(Palazzo Apostolico)은 폐쇄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선 후, 곧바로 산타 마르타의 집(Domus Sanctae Marthae)에 거주하기로 하였다. 199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세워진 산타 마르타의 집은 교황청 고위 성직자나 교황청 업무차 방문한 사람들에게 숙박 편의를 제공해 왔고, 교황 선거 기간인 콘클라베 때는 추기경들을 위해 사용했다.

 

 

산타 마르타의 집 직원들이 말하는 교황

 

자, 그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의 교황은 어떤 분이실까? 실제로 그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의 증언을 통하여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엿보는 기회도 행복할 듯하다. 아울러 교황의 삶 안에서 건네지는 그의 메시지가 과연 우리 각자의 삶 안에 어떤 힘과 덕으로 변화될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요? 우리 중 한 사람이죠! 이 말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합창처럼 들리는 말입니다. 믿지 못할 거예요. 제가 진심으로 갖게 된 그분에 관한 두 가지 생각이 있는데요. 하나는 매일 일하면서 그분을 20㎝, 가까운 거리에서 뵐 수 있다는 기쁨이지요. 두 번째는, 우린 매일 이야기해요. 그분의 겸손에 대해서요. 어느 날, 손님의 예방을 받고 문으로 들어오는데 손님들이 다 들어온 다음 맨 나중에 들어오시더군요. 또 청소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늘 인사를 건네시죠. 아, 이제 적응될 만도 한데 제 경우는 매번 첫 감동처럼 여겨지네요.”(다림질방의 파트리치아)

 

 

청소도구와 함께 엘리베이터 타는 교황

 

“저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일하면서 교황님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정말이에요. 그분은 결코 혼자 있는 걸 원하시지 않는 듯해요. 어느 날 아침, 우리 청소팀은 청소도구를 잔뜩 싣고 엘리베이터에 모두 탔죠.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어요. 우리 앞에 누가 있었는지 아시겠어요? 네, 바로, 교황님! 본능적으로 우린 그분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하여 내리려고 하는 찰나에 ‘아녜요 아닙니다. 그냥 있으세요. 우리 좀 당겨서요. 자, 됐어요!’ 우리는 교황님, 그리고 우리 물통과 빗자루와 목적지에 다가갈 수 있었지요. 제겐 꿈 같기도 하였고, 사건 그 자체였어요.”(청소 담당 엘비라)

 

“저의 가장 큰 선물은 ‘기쁨’이에요. 산타 마르타의 집에 가득 퍼지는 그 밝고 활기찬 기운은 그분에게서 나오는 거예요. 만약 기쁨이라는 표현을 언어로 한다면 한계가 있을 거예요. ‘평온’(serenit), 네, 맞을 거예요. 그분에게서 나오는 ‘평화(pace)로운’ 기운요. 요즘 개인적인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용기를 내어 돈 알프레드(don Alred)에게 조심스레 교황님의 축복을 구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셔서 제게 오시는 게 아닙니까? 제 두 손을 꼭 잡고 강복을 주셨어요. 그 순간, 그분의 즉각적이고 절대적인 사랑 표현의 명백함을 강렬하게 느꼈죠.”(세탁 담당 삐나)

 

“처음으로 교황님을 뵙고 저는 뒤로 물러났어요. 제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요. 그분은 즉시 제게로 와서 ‘교황을 봤다고 숨지 마십시오. 아셨지요? 저도 다른 사제들과 같은 사제이니까요’라고 말씀하셨죠. 항상 그분의 겸손과 덕이 저를 감동하게 합니다. 가끔, 성 베드로 대성전이나 산타 마르타의 집에 주일 미사가 없으면 작은 경당에서 홀로 미사를 하십니다. 저는 곧바로 달려가 미사 준비를 꼼꼼히 합니다. 그분은 이런 저를 보고 벌써 몇 번이나 제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자, 보세요. 이 경당에 준비된 대로 전 미사를 합니다. 괜찮아요. 필요한 것 없어요’ 라고 하시지요. 미사 뒤, 교황님은 다시 물과 포도주를 채워 놓고 제대를 정리하고 나오시죠.”(산타 마르타 제의방 안나)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요리 가장 쉬워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한 요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일 거예요. 그분은 제철 식재료로 조리된 간단하고 단순한 요리를 좋아하시죠. 접시에 올린 그 어떤 요리도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혹, 어떤 요리를 좋아하면 가끔 말씀하시죠. 그분은 여러 종류의 주파(Zuppe, 채소나 버섯 등 여러 가지를 넣어 끓인 수프)나 채소, 달콤한 케이크도 좋아하시죠. 아, 교황님께서 몇 시에 식당에 오시냐고요? 점심은 정확하게 오후 1시이고, 저녁은 오후 8시에 오십니다. 오후에 업무가 있으시면 좀 일찍 오실 때도 있어요. 한 번쯤은 좋아하시는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 요리 아사도(Asado, 장작에 소갈비를 천천히 굽는 요리)를 요구했을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러시지 않았죠. 교황님이 되시고 나서 식당 가운데 앉아 식사하시다 많은 사람이 일어나는 걸 보시고는 출입문 왼쪽 가려진 곳으로 옮기셨죠. 식당을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편한 식사를 하라고요. 마지막으로 냅킨에 관한 것인데요. 하루 세 번 새것으로 바뀌는 걸 보시고는 ‘낭비 아닙니까? 깨끗한 냅킨을 바꿀 필요가 있나요?’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일주일에 서너 번만 바꾸고, 다른 손님들처럼 냅킨 주머니에 넣어 드렸죠. 주머니엔 ‘P. Francesco’라고 새겨드렸답니다.”(산타 마르타 요리사 가브리엘레)

 

이제 더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리하지 않는다. 8억 명이 굶주리는 불공정한 지구촌 현실에 음식의 신성함을 회복하라고 한다.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먹거리에 대한 낭비와 불필요한 식품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권고한다. 교황은 대주교 시절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 앞의 맛 난 ‘엠파나다스’(Empanadas)를 무척 좋아했는데, 이번 주 레시피는 그걸로 정했다.

 

 

레시피 : 아르헨티나식 엠파나다스(Empanadas argentine)

 

▲ 준비물 : 밀가루 200g, 버터 80g, 물 100㎖, 달걀 두 개, 달걀노른자 둘, 양파 한 개, 올리브유 네 큰술, 다진 쇠고기 140g, 건포도 한 큰술, 잣 한 작은술, 속을 뺀 검은 올리브 조금, 소금, 후추.

 

→ 밀가루와 물, 녹인 버터, 한 큰술 정도 올리브유, 소금을 넣고 반죽을 한다.

→ 반죽을 랩으로 덮은 뒤 냉장고에 넣는다.

→ 달걀을 완숙해 놓는다. 식힌 후, 깍두기 식으로 썰어 놓는다.

→ 팬에 먼저 다진 양파를 볶고 이어 고기를 넣고 같이 바싹 볶아 식힌다.

→ 익힌 모든 재료를 같이 살살 비빈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 반죽을 우리의 만두피처럼 6~7㎝로 동그랗게 만든 다음, 만들어 놓은 고기 속을 한 술 넣고 편으로 썬 달걀과 올리브 하나를 넣고 만두처럼 오므려 닫는다. 가장자리는 포크로 꼭꼭 눌러 모양을 낸다.

→ 200℃에서 대략 15분간 굽는다.

 

▲ 모니카의 팁

 

반죽이 어려우면 생지를 사서 만든다. 바삭하고 맛있다. 내 엠파나다스는 생지(인터넷으로 구매 가능)로 만들었다. 채소와 같이 먹으면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는데, 피망(빨간색, 노란색 등), 자색 양파, 방울토마토, 프레체몰로(이탈리아 파슬리) 등을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소금을 넣고 살짝 버무려서 접시에 동그랗게 펼쳐 깐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17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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