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맛들이기: 노년기 기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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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10 ㅣ No.1678

[기도 맛들이기] 노년기 기도생활

 

 

형제들과 둘러앉아 조만간 다가올 노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노인이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몇 가지 큰 가닥을 잡고, 같이 노력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첫째, ‘아직 나는 젊으니, 좀 더 나이 들면 준비하지.’가 아니라, ‘오늘부터’ 노년기를 준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편안하고 잘 웃는 노인이 참 보기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전혀 웃지 않고 울적한 얼굴인데, 나이 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겠지요.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오늘부터 좀 더 너그러워지고, 좀 더 편안한 얼굴로 살아가야겠습니다.

 

둘째,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기도하는 존재로 탈바꿈해 나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들수록 우리는 점점 세상 사람들로부터 잊히고, 소외감은 커져만 가겠지요? 그때 분노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좀 더 자주 성체 앞에 앉고, 좀 더 자주 주님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영적인 존재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에게보다 주님께 투자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야겠습니다.

 

셋째, 나이 들어갈수록 유머 감각을 좀 더 키워나가야겠습니다. ‘난 체질상 유머와는 무관한 사람이야.’라고 포기하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깔깔 유머 백과’ 한 권씩 사서 들고 다니면서, 이웃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술사로 변신해야겠습니다. 단 너무 지나쳐서는 안되겠습니다. 괜히 이곳저곳 참견하다가 웃기는 상황 연출하지 말고,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를 잘 하는 노년이 되어야겠습니다.

 

기도하는 노인 하니 즉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한나라는 여성 예언자입니다. 루카 복음사가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생애는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6-37).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나 예언자는 13세에 혼인해서 7년간 결혼생활을 했으니, 20살에 남편과 사별한 것입니다. 그리고 84세가 되기까지 64년간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온 것입니다.

 

이런 한나 예언자의 깊은 신앙과 충실성에 하느님께서도 크게 응답하셨습니다. 그녀에게 당시로서는 놀랄 정도의 장수(長壽)를 허락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뵙는 은총,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다들 꿈꾸실 것입니다. 영적이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노년기! 그렇다면 한나 예언자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충만한 기도생활을 추구했고, 그 맛에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살아생전 구세주 하느님을 직접 눈으로 뵙는 평생소원을 이루었습니다.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수원주보 3면,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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