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세계교회ㅣ기타

부온 프란조9: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4) 음식 낭비는 배고픈 사람들의 양식 훔치는 도둑질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25 ㅣ No.679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9) 프란치스코 교황과 요리 ④


교황 “음식 낭비는 배고픈 사람들의 양식 훔치는 도둑질”

 

 

- 2017년 10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로마본부를 찾아 기념 촬영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이날 연설을 통해 “음식 낭비는 배고픈 사람들의 먹을 음식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역설했다. [CNS 자료 사진]

 

 

2019년 3월 27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도 얼마나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위한 빵이 없다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요!”라고 말하였다. 또한, “굶주림으로 죽어간다는 것은 인간 존엄을 박탈하는 최악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고 하였다. ‘교황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음식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먹을 수는 없다는 이 불평등한 현실에 그 스스로가 단 하루도 대충 넘어가며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 하는 걸까? 왜 그의 식탁이 소박하고 단순한지 알겠다. 왜 그가, 바티칸의 사도궁을 뒤로하고 산타 마르타의 집에 기거하는지, 인제야 명확해졌다.

 

 

“누구든 물과 음식이 부족한 이는 없어야”

 

교황은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이 “우리는 한가족”이라고 강조한다. “그 어느 누구든 물과 음식이 부족한 이는 없어야 한다”고 애끓는 마음으로 늘 호소하고, “음식에 장난치지 마십시오”라고 항상 반복해 말한다.

 

2017년 10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로마본부를 찾은 교황은 “음식 낭비는 배고픈 사람들의 먹을 음식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이어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전쟁을 위한 무기들은 대담하고 그들의 절대적 자유 안에서 비인간적으로 행사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영양을 공급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아 자체가 전쟁의 무기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전히 8억 명이 굶주리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자연적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그 어떤 운명도 아닌, 인간의 이기심과 잘못된 자원의 분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쓰레기로 가는 음식은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도둑질과 같다”라고 전한 교황은 어린 시절에 식탁에서 빵이 떨어지면 즉시 빵을 주워 입을 맞추라고 가르침을 받았던 것을 상기하곤 했다. 어린 시절 교황은 “그때 절대 빵을 버리지 않았다”며 “빵은 우리에게 먹으라고 주는 하느님의 사랑의 상징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2017년 11월 람보르기니사에서 신형 슈퍼카 우라칸을 기증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량 후드 상단에 서명하고 소더비 경매에 넘겨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CNS 자료 사진]

 

 

가난한 이들과 빵을 나누는 삶 실천

 

코로나19 이후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기도와 영적 지지뿐 아니라 바티칸 수입이 제로가 될지언정 전 세계 최빈곤층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의료기구와 생활 지원금, 음식을 지원하라”고 당부하고 몸소 실천했다. 또 교황은 로마 근교 위태롭고 유해한 환경에서 사는 다수 어린이들을 포함해 아프리카 난민들 1000여 명에게 파스타와 쌀, 토마토, 우유 등의 식품과 비누, 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등을 지원해 주었다. 이 같은 그의 자선은 교황이 되고 나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람보르기니 슈퍼카 기증 건이다. 2017년 11월에는 폭스바겐의 슈퍼카ㆍ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사에서 바티칸시국 국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흰색에 노란 띠를 두른 신형 ‘우라칸 후륜구동’(Huracan RWD) 모델을 맞춤형 개인 한정판(Ad Personam)으로 특별 제작해 기증하자 교황은 그들의 기증에 감사를 전하며 경매에 내놓았다.

 

2018년 5월 12일 세계 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Sotheby)’ 경매에서 교황의 서명이 담긴 람보르기니 우라칸은 71만 5000유로(약 9억3000만 원)에 팔렸다. 시가의 세 배를 훌쩍 넘는 경매가였다. 추측건대, 람보르기니사의 기증은 교황을 통해 이 차를 판매한 수익금이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즉시 교황은 이 차의 경매 수익금을 곤경에 처한 네 곳의 자선 단체에 기부하였는데, 그 단체는 주로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 헌신하는 단체들이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은 여전히 소형차인 피아트의 친퀘첸토(500)를 즐겨 타고 다녔다.

 

교황은 늘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 하며 절약과 절제의 연대를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섬세한 감수성으로 가정 안에서 선(善)을 존중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가꾸어 나가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가정에서부터 어떤 것이든 남용하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 환경 보호와 어려움에 처한 가난한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시선을 두어야 한다는 것은 복음의 교회의 초석이 되는 길이고, 가난한 이들과 배고픈 이들에게 빵을 나누는 행동의 바탕이 되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고 당부한다.

 

 

“치커리아 삶은 물은 버리지 마세요”

 

산타 마르타의 식당 요리사에게 “치커리아를 삶은 물은 얼마든지 마실 수 있으니 버리지 말라”고 주문하는 게 교황이다. 벌써 올해로 제정 6주년을 맞는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이 시작된 저 심연의 작은 빛은 이러한 교황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2022년 11월 13일 주일에도 그는 예년처럼 가난한 이들을 자신의 식탁에 초대할 것이다.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2코린 8,9)라는 성경 말씀을 올해 주제로 정하였다. 그러고 나서 교황은 우리에게 소매를 걷어붙이고 이러한 실천에 직접 참여하라고 주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마지막 글을 쓰면서 내 삶 안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즉각적이고 시급한 것 중의 하나인 일회용품과의 단절은 나의 손녀와 어린 세대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미소 짓고 주변에 평화의 기운을 퍼뜨리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은 참으로 행복했다.

 

“나는 교구를 바꿨을 뿐이에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로마로요. 하하하!”

 

로마에서도 그가 좋아하는 쌀 요리는 피에몬테식 리소토(Risotto alla piemontese)이다. 오늘의 레시피다. 이 리소토는 정성스레 쌀을 저어가며 만드는 기다림의 음식이다. 어렸을 적에 어린 교황을 위해 로사 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 가슴 뛰던 기다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콘클라베 직후, 재단사는 교황에게 하얀 수단을 주며 “교황님, 양말도 흰색으로 신으셔야 합니다”란 말에 화들짝 놀란 교황은 “아닙니다. 전 아이스크림 장수가 아니거든요. 하하하!” 하고 웃었다. 아이스크림 장수의 흰 가운보다 더 하얀, 접시에 담긴 하얀 리소토를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한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부온 프란조(Buon pranzo)!”

 

 

레시피 : 피에몬테식 리소토(Risotto alla piemontese)

 

▲ 준비물: 채수(양파, 샐러리, 당근을 우린) 1ℓ, 버터 20g, 양파 2분의 1개, 쌀(이탈리아 리소토용 쌀 Carnaroli) 100g, 2분의 1컵의 화이트 와인(드라이),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치즈 가루 2큰술, 소금.

 

→ 양파, 샐러리, 당근을 넣고 채수(적당량의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를 끓인다.

→ 양파는 잘게 다져 팬에 10g 버터를 넣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하게 볶아지면 쌀을 넣고 2분간 볶는다. 화이트 와인을 붓고 완전하게 알코올이 날아가면 그때부터 끓고 있는 채수를 조금씩 넣어가며 쌀(리소 Riso)을 저어가며 익힌다. 익힘의 정도는 알덴테(Al dente, ‘치아로 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설익었다’는 뜻)가 적당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익히면 된다.

→ 대략 15분 정도 볶다가 불을 끄고, 남은 버터와 그라나 파다노를 넣고 잘 섞은 다음, 접시 한가운데에 담은 다음 리소토가 펼쳐지게 접시 밑을 탁탁 친다.

 

▲ 모니카의 팁

 

카르나롤리(Carnaroli, 이탈리아 리소토용 쌀) 대신, 씻어 말린(쌀이 젖어 있으면 죽이 되기 쉽다) 우리 쌀을 쓴다. 1인분의 리소토의 양을 내 경우에는 어른 밥숟가락으로 네다섯 숟가락 정도로 양을 맞춘다. 채수는 같은 양의 양파, 샐러리, 당근을 넣고 끓이는데, 이 베이스는 그 어떤 요리에 넣어도 좋은 나의 최고의 팁이다. 피에몬테가 이탈리아 북부이다보니 버터를 많이 쓴다. 내 경우는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쓴다. 화이트 와인은 반드시 드라이(쎄코 Secco)여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24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67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