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간추린 사회교리: 사회교리 문헌의 역사와 특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6

[복음살이] 사회교리 문헌의 역사와 특징



1891년 5월15일 레오 13세 교황이 산업화에 따른 사회 문제, 특히 노동자의 인권과 국가의 책임 등을 다룬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한 이후, 특정 시기의 주요 사회 문제들을 교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회교리 문헌의 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사태>는 교황의 사회회칙 또는 교회의 사회교리 문헌의 효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임금 노동자와 사용주와의 계급 갈등, 사유재산권,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와 인권 침해, 국가의 개입과 한계, 중간 단체의 기능과 교회의 역할 등을 다룬 <새로운 사태>는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사회교리 문헌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고 그리스도인의 사회 활동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새로운 사태>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5월호 참조).

1931년 비오 11세 교황은 <새로운 사태> 반포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40주년>이라는 회칙을 반포하였는데 여기에는 1914-1917년 사이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과 혼란, 그 이후 독점 자본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다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한 현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 시기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고 서유럽 전체에 사회주의 물결이 휩쓸면서 자본주의는 흔들리고, 전체주의 체제의 등장으로 결사의 자유가 위협받던 때였습니다.

<40주년>은 <새로운 사태>의 주요 가르침을 다시 확인하면서 특히 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임금 계약에서는 단체협약을 하되, 기업의 형편과 공공의 경제적 복지도 고려하도록 권고합니다. 회칙은 ‘새로운 사회 질서의 재건’을 위해 계급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정의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또 이를 위해 국가는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노동조합과 직능 단체 등 자발적인 중간 단체들을 육성하고 사회보장제도 및 빈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 다뤄

1939년에 비오 11세의 뒤를 이은 비오 12세 교황은 사회 회칙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성탄 라디오 담화’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중요한 발언을 세상에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 심각하게 흔들린 국제 질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의 법과 체제가 자연법적 도덕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재임한 요한 23세 교황은 두 개의 사회 회칙을 반포하였습니다. 당시 세계는 핵무기 증강, 제3세계의 독립 국가 건설,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 폭발적인 세계인구 증가, 도시화로 인한 농촌의 피폐, 빈부 격차의 심화 등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요한 23세 교황은 1961년 반포한 <어머니요 스승>에서 공정한 임금 개념을 확장시켜, 공정한 임금을 위해 가족의 생존뿐 아니라, 사회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완전 고용’과 ‘사회복지제도’까지 고려하도록 촉구합니다. 또한 제3세계의 빈부 격차 해소와 참된 발전을 위해 경제개발 계획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합니다. 또한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을 감소시키고 교육 및 문화 등 공공을 위한 혜택이 균등하게 전달되어야 함을 요구합니다. 회칙은 교회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선의를 지닌 모든 이와 협력하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가르칠 것을 촉구합니다.

1963년 <지상의 평화>에서 요한 23세 교황은 핵 확산 시대에 군비 축소와 평등한 국가 간의 협력 관계 등 평화 문제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삼았습니다.

또한 지상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하느님이 설정하신 질서”를 존중할 것을 촉구하고,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 및 인간의 존엄에 대해 강조하였으며, 특히 개인과 국가를 포함하여 모든 인류가 “진리, 정의, 사랑, 자유를 토대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형성”하여 세계의 공동선을 이루자고 촉구합니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무리하며 발표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은 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룹니다. 교회는 인류 역사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공동 운명체이면서, 동시에 인류 사회의 누룩으로서 복음의 빛을 비추고 진리를 밝힘으로서 세상을 구원으로 이끄는 성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혼인과 가정, 문화 발전, 경제, 정치공동체, 평화 증진, 국제 공동체 등 주요 영역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구원임을 강조합니다.

1967년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민족들의 발전>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빈곤과 빈부 격차, 인간 발전 문제를 다룹니다. 특히 진정한 발전이란 단지 경제나 기술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총체적인 완성과 전 인류의 연대적인 발전을 지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 약소국에 대한 원조 등 보편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세계적인 불균형과 빈곤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호소합니다. 교황은 결론 부분에서 ‘발전은 평화의 새 이름이다’라는 제목을 통해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빈곤, 불의한 사회구조 등을 극복하고 전인적인 자기완성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참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1971년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80주년>을 반포하여 <새로운 사태>의 가르침을 성찰하면서 현대의 우려되는 사조들을 언급하고, “도시화, 젊은이들의 처지, 여성들의 처지, 실업, 차별, 이민, 인구 증가,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영향, 환경 문제” 등 문제들을 다룹니다.  교황은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도록 권고하고 정치적 행동의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인권의 회복과 민주화 등 교회의 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사회 교리는 ‘시의에 맞는 하나의 교리적 체계’ 구축

<새로운 사태> 반포 90주년인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서 “노동의 영성과 노동 윤리의 틀”을 제시합니다. 노동은 단순히 어떤 물질을 생산해 내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되고, “인격의 표현”으로서 자기를 완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노동과 자본의 상호 보완성을 밝히면서도 노동이 자본보다 본질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자본은 생산의 도구일 뿐이고 노동은 곧 노동자,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민족들의 발전> 반포 2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1987년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 발전의 주제를 다시 다룹니다. 교황은 당시 세계의 저개발과 빈곤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지적하고, 물질과 서비스를 넘어서는 인간 존재의 충만함에 기여하는 참된 발전을 촉구합니다. 참된 발전에는 인권 존중과 신장, 회개와 공동선에 대한 투신의 개념을 담은 연대성, 그리고 자연 세계에 대한 존중에 포함됩니다. 아울러 교황은 ‘인간 문제의 전문가’로서 복음화 사명을 위한 사회교리의 중요성과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전통, 세계의 공동선을 위한 국제 체제의 개혁 등을 강조합니다.

199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새로운 사태>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세 번째 사회 회칙 <백주년>을 반포합니다. 이 시기의 사회적 배경으로는 1989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동유럽 국가의 독립,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여러 나라의 독재 정권의 몰락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교황은 회칙에서 공산주의 붕괴 원인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무신론이라는 영적 공황, 통제 경제의 비효율성 등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주의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소비주의를 비판하고 자본주의의 책임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적절한 법률적 통제의 필요성도 강조합니다.

또한 결론 부분에서 ‘인간은 교회의 길이다’라는 명제를 언급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상기시킵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진리 안의 사랑>을 반포하면서 <민족들의 발전>과 <사회적 관심>의 주제인 ‘인간 발전’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교황은 참으로 인간다운 발전을 이루기 위해 자본주의에서도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의 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인류가 정의와 평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처럼 서로 협력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교회는 이론적 동기에서가 아니라 사목적 관심에서 이러한 사회 교리를 체계화하고 가르쳐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인간이 더 나은 현세 생활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신적 발전은 걸맞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는 무수한 사람들과 인간 존엄성 자체에 미치는 사회 격변의 영향에 자극을 받는다. 이러한 연유로, 이 사회 교리는 ‘시의에 맞는 하나의 교리적 체계’를 구축하고 발전시켰다.”(<간추린 사회교리> 104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0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1,61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