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예화ㅣ우화

[도전] 목발 짚고 30시간 10분만에 마라톤 완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302

50세 장애女 목발 짚고 30시간 10분만에 마라톤 완주

 

 

지난 19일 오후 2시10분. 하루 전 치러진 런던 국제마라톤 골인점 몰(The Mall) 지역엔 양팔에 목발을 짚은 여성선수가 뒤늦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어렵게 발을 옮기던 그녀가 손을 번쩍 치켜드는 순간 전날 1등 선수가 골인할 때보다도 더 우렁찬 환호와 박수가 이 꼴찌에게 쏟아졌다.

 

50세의 조 코플로위츠(50세, 뉴욕 출신). 원인을 모르는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과 투병 중인 그녀는 전날 오전 8시 일반 참가자들과 똑같이 출발, 낮과 밤을 꼬박 달린 끝에 완주에 성공했다.

 

소요시간 30시간 10분. 밤중엔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런던 시내는 19일 오전 출근시간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박수를 치며 성원을 보냈다.

 

마라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그녀의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 봉사단체 회원들과 영국 왕립포병 연대 병사들이 합류해 함께 달리며 그녀를 격려해 줬다.

 

도중에 수차례 경련과 탈진을 일으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사양했다.

 

그녀에게 있어 마라톤은 다른 사람의 동정, 도움 없이 홀로 투쟁해야 하는 자신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인생도 마라톤처럼 끝까지 굴하지 않고 투쟁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또 그녀는 다른 불치병 환자나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려는 게 마라톤 완주의 목표였다며 "그래서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녀와 함께 달린 리처드 호시즌은 "경련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몇 차례나 멈추게 하고 싶었다"며 그녀의 의지력에 감탄했다.

 

코플로위츠는 이번까지 열두 차례 (뉴욕 마라톤 11회, 보스턴 마라톤 1회) 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 42.195㎞ 전구간을 모두 완주해냈다.

 

지난해 뉴욕 마라톤에서는 5주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참가, 2시간마다 피를 뽑으며 31시간10분 만에 완주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이상 질환. 감각 둔화.수족 근육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악화될 경우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력상실. 언어장애까지 겪는다.

 

[중앙일보, 1999년 4월 20일, 정현목 기자]



88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