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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11: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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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03 ㅣ No.509

[교부들의 사회교리] (11)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돈 욕심’을 경계하라

 

 

“매우 부유하고 율법에 충실한 부자 청년은 이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난한 동시에 부유할 수 있고, 부를 지닌 동시에 지니지 않을 수 있으며, 세상을 이용하는 동시에 이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1코린 7,29-31) 그래서 그는 우울해 하며 풀이 죽어 떠났습니다. 그는 갈망했지만 얻을 수 없었던 생명의 신분을 포기했으며, 어려운 일을 스스로 불가능한 일로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값비싼 사치품들과 화려한 유혹들에 영혼이 사로잡히지 않고 현혹되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의 감각적인 부에서 정신적인 부와 하느님께서 가르치신 부로 옮아가려 하고,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부를 올바르게 적절히 사용하며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에 접어드는 법을 배우려 한다면, 구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20,1-2. 하성수 옮김)

 

 

지성인 신앙 교육

 

클레멘스는 150년경 그리스에서 태어났으나 알렉산드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교부다. 알렉산드리아는 인구 100만 명을 헤아리는 대도시였고, 문화와 학문에서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다. 

 

당대의 유명한 선생들에게 훌륭한 인문 교육을 받은 그는 180년경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도교 철학 학교에 입학했고, 스승의 뒤를 이어 그 학교 교장이 되었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의 박해(202~203년) 시기에 카파도키아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옮겨가 교회에 봉사하며 저술 활동을 펼치다가 215년경 삶을 마감했다. 고전 문화와 복음을 조화시켜 지성인들을 교육하는 데 이바지했다.

 

 

낙타와 바늘귀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3)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부자들을 늘 근심에 빠뜨린다. 클레멘스는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라는 책에서 이 수수께끼 같은 말씀 풀이를 시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이 많다고 구원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 욕심에 빠진 인간이 스스로 하느님 나라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성경의 문자적 의미에 소홀한 지나친 영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클레멘스는 돈이란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보았다. 선하게 사용하면 선하고, 악하게 사용하면 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라 할지라도 재물을 적절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만 하면 구원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훗날 아우구스티누스는 훨씬 더 강력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 구원받기 어렵고, 재물을 사랑한다면 구원은 불가능하다.”(「서간집」 203) 부를 독점한 부자는 이미 구원받기 어렵지만, 돈 욕심에 사로잡히면 부자, 가난한 이 가릴 것 없이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말이다. 

 

재물이 우리 구원을 가로막지 않게 해 달라던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도는 언제나 유효하다. “오, 주님, 이 어려운 일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저희가 소유하고 있는 재화를 양심적으로 관리하게 해 주시고, 당신께서 저희에게 주시는 것 이상을 탐욕스레 열망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서간집」 203)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3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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