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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지도자의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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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1177

[복음살이] 정치 지도자의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2012년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유력한 당선 가능 후보로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도덕성은 문제 있지만 ‘경제 살릴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과대평가된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한 우리나라는 5년 동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습니다.

오만하고 소통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소위 ‘고소영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출신, 영남 지역 출신) 혹은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을 구성하고 굴욕적인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을 강행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던 촛불 정국을 야기하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재벌과 특권층에 대한 특혜와 비리,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집권 후반의 키워드로 ‘공정한 사회’가 내걸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임기가 끝나가는 이 시기에 국민들은 서민 경제의 파탄과 국가부채의 급등,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 폭력적인 노동자 탄압, 권위주의 정부로의 회귀 등의 우울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5년 전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근본적인 사회 혁신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여망이 최근 상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사심 없이 사회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공헌해 온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씨에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높은 지지를 보내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정을 바라는 보수층은 여전히 현재의 여권에서 집권을 하기를 바라고 있고, 전통적인 야당 지지자들은 야당이 부족하지만 무당파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와 있습니다. 과연 누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최고 통치자로서의 충분한 능력과 올바른 가치관과 자질을 갖추고 있을지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찾아 듣고 비판적이면서도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세우며 대통령 후보들과 그 보좌진들을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존경받는 사람의 첫째 조건 ‘윤리 의식’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제 우리나라는 새로운 모습의 정치지도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오랜 군사 독재와 권력층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지속되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2010년 4월 전국경제연연합회가 한 리서치 기관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9%가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답변하였고, 우리 사회에서 법질서를 가장 안 지키는 기관·단체에 대한 물음에서 국회와 정치권이 44%, 검찰·경찰·사법부가 13%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 12월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우리 사회의 공존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을 물었을 때 조사 대상자의 41%가 지도층의 부도덕을 꼽았고, 59%가 현재 우리나라에 믿고 따를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로서는 김구 선생이 거론되는 정도이고, 역대 대통령 중에는 오히려 많은 이들이 독재와 부패, 무능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마땅히 지녀야 할 지도자로서의 정치인의 권위도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2008년 5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사회복지사(남학생의 경우 CEO가 1위)와 소방관, 이어서 교사, CEO 순이었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할 조건으로 ‘윤리 의식’을 꼽았다고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올바른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지닌 사람은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정직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모범적인 삶의 태도와 자질을 갖춘 사람들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마련이고 여기서 참다운 지도자의 권위가 생겨납니다.


정치 권위는 사회적 인간의 필수적인 요소

우리는 때때로 ‘권위’라는 말에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사실 정치 지도자는 권위가 있어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권위’는 자신을 남보다 높다고 여기며 힘으로 통제하려는 ‘권위주의’와 구분되는 것입니다. 과거 군사 독재의 권위주의 시절에 대통령은 군림하는 자로서 인권을 탄압하고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의 참된 권위는 그가 가진 지위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닌 훌륭한 인품과 능력,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봉사의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갖게 되는 존경심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톨릭 사회교리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과 정치 권위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요? 우선 권위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권위는 사회 그 자체가 그러하듯이 자연에서 나오는 요소로 간주됩니다. 정치 권위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상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문명화된 공동체를 다스리기 위해서 불가피한 요소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정치 권위 자체는 긍정적으로 인정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3항).

정치 권위는 “개인과 집단의 자유로운 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자유를 통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며, 공동선을 달성하고자... 질서 있고 올바른 공동체 생활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조정하고 지시하는 도구”이므로, 정치 권위를 통하여 개인과 단체들은 “관계와 제도, 절차들이 전체적인 인간 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게 하는 질서를 지향”하게 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4항).


도덕 질서의 궁극적 원리는 하느님

그러나 교회는 정치 권위는 또한 “언제나 도덕 질서의 한계 안에서 정당하게 제정되었거나 제정될 법질서에 따라...공동선을 위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그럴 때 국민들은 그 권위에 대해 양심에 따라 복종하여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가르칩니다(사목헌장 74항).

도덕 질서의 궁극적 원리는 하느님이시므로 마땅히 통치자는 하느님의 질서, 즉 진리와 정의, 객관적 도덕률에 바탕을 둔 보편적 가치를 따라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23세는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권위의 힘은 도덕 질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독단적인 의지나 권력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6항).

또한 정치 권위의 주체는 주권을 지닌 국민 전체이므로, 국민이 투표를 통해 자유롭게 선출한 대표들에게 그 주권의 행사를 위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만일 대표들이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국민은 대표들을 교체함으로써 자신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5항). 공정한 법에 따르지 않거나 도덕 질서를 무시한 정치 권위는 그 정당성을 잃게 되며 그 때 국민은 양심에 비추어 공권력을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정치 권위가 인간의 기본권을 반복적으로 침해한다면 정의의 질서와 양심의 요구에 따라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9-400항).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치 권위의 목적이 도덕 질서를 바탕으로 한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면 오류에 빠지고 권력을 남용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교체함으로써 정치 권위를 통제하게 됩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 돼야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 받은 선출직 공직자들은 “국민 생활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국민의 운명과 온전히 함께하며 사회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권위란 봉사의 정신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덕목들 (인내, 겸손, 온건, 애덕, 함께하려는 노력)에 따라 행사되는 권위, 명예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활동의 참된 목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행사하는 권위를 의미”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09-410).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다음의 예수님 말씀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6-28) 올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진심으로 국민을 섬길 줄 아는 정치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1월호, 박
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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