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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ㅣ영화ㅣ예술

영화칼럼: 영화 리바운드 - 불완전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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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06 ㅣ No.85

[영화칼럼] 영화 ‘리바운드’ - 2023년 감독 장항준


불완전함의 가치

 

 

지난 도쿄올림픽 남자 농구 조별 예선 미국과 프랑스와 경기 중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일본의 한 자동차 회사에서 제작한 인공지능(AI) 농구 로봇 ‘큐(CUE)’가 등장해서 자유투 라인과 3점 슛 라인 그리고 센터 서클에 서서 깔끔하게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선보인 것입니다. 큐의 개발팀은 100%의 슛 성공률을 지니며 더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그렇게 실제 농구 경기에 투입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AI) 농구 로봇 개발 이야기를 접하며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 리바운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원주에서 펼쳐진 제37회 대한 농구협회장기 대회에 출전한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준우승 실화를 바탕으로 삼습니다. 당시 중앙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팀으로서 전체 엔트리 여섯 명만으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대이변의 드라마를 써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전국대회 최우수(MVP) 농구선수 출신 양현(안재홍 분)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얼떨결에 모교인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 코치로 발탁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양현은 선수들을 모으고 팀을 재정비하여 전국대회 출전을 위한 준비를 해나갑니다. 경력이 전무한 코치 양현과 무명의 여섯 선수들은 최약체 팀으로 분류되지만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 출전하여 결승 진출의 쾌거를 올립니다. 특별히 영화는 골인되지 않고 림(rim)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오른 공을 다시 낚아채는 농구 기술인 ‘리바운드’를 영화의 타이틀로 삼은 만큼,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이 재도약의 기회로 변화하는 시점을 포착하는 데 주력합니다. 영화와 현실 속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경기를 뛰는 매 순간을 인생의 재도약 기회로 삼습니다. 자신들에게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상황, 졸업 후 갈 길이 막막한 상황, 한 명의 선수가 부상을 당해 나머지 경기를 다섯 명의 선수들로만 뛰어야 하는 상황 등을 양현 코치를 비롯한 부산중앙고 농구부원들은 농구공이 림이나 백보드를 맞고 튕겨 나온 상황처럼 받아들이며 골인되지 않은 상황에 낙담하는 대신 리바운드를 위한 도약에 온 힘을 쏟습니다.

 

산에 올라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마주한 제자들에게는, 그간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겪은 온갖 고생스러웠던 순간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을 향한 서운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을 것입니다. 그래서 변모의 순간을 앞선 경험들의 보상처럼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영광된 순간을 뒤로한 채 산에서 내려가십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거룩한 변모의 상황에 안주할 수 없음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한 산 아래의 세상으로 다시 내려가 불완전함 속에서 도약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길 바라시며, 인류 구원을 위한 재도약의 최종적인 단계라 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을 향해 나아가십니다.

 

재도약의 기회가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일수록 ‘리바운드’가 품은 가치는 더욱 부각되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로봇의 능력에 기대어 리바운드가 필요 없어지는 완벽한 상황보다 인간적인 불완전함 앞에 리바운드라는 재도약의 기회가 제공되는 상황이 더 절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8월 6일(가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행당동성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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