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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 성체성사 - 주님을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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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13 ㅣ No.140

[전례] 성체성사 (1) - 주님을 기억함

 

 

이 글에서는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훈령”(예부성성, 1967. 5. 25.)을 중심으로 성체성사 신학을 해설하고자 한다.

 

이 훈령은 그 이전에 반포한 여러 문헌들, 곧 회칙, “하느님의 중개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 전례 개혁에 따른 후속 조처들에 나타난 일반 원칙들을 신자들과 성직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규범들을 담고 있다.

 

이 훈령은 성체 신비를 대하는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훈령을 “성체성사에 관한 사목지침”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 훈령은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교의(敎義)를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신자들이 거룩한 표징들의 뜻을 이해하여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전례를 통하여 양성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 성체성사에 관한 교의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훈령”은 미사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비오 12세의 “하느님의 중개자” 회칙에서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헌들을 인용하였다. 이 훈령은 여러 문헌들을 인용하되 성체 신비를 가르치는 교의적인 원칙들 가운데서도 특히 성체 신비에 관하여 그리스도 백성이 가져야 할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제3항 참조). 그러면서 이 훈령은 교의와 삶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성체성사가 하느님 백성을 이루게 하고 그들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성체 신비 공경 훈령” 제3항은 그 이전의 문헌들이 가르치는 주요 교의를 일곱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 첫째, 셋째, 다섯째의 세 가지 기본적인 교의로 모아진다. 그 교의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ㄱ)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께서는 죽음과 부활로 죽음을 이기시고 사람을 구원하시어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시키셨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영을 주시어 온 민족 가운데서 불러내신 당신의 형제들을 신비롭게 당신 몸이 되게 하셨다 이 몸 안에서 믿는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이 퍼져나가고, 믿는 이들은 성사를 통하여, 고통을 받으시고 영광스럽게 되신 그리스도께 결합된다. 이 결합은 신비롭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실제적인 결합이다.

 

구세주께서는 넘겨지시던 날 밤에 마지막 만찬을 드시면서 당신의 살과 피로 이루어지는 성찬의 제사를 세우셨다. 이는 구세주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십자가의 제사를 영속하게 하고, 당신의 배필인 교회에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 이 제사는 예배의 신비요 일치의 표징이며 사랑의 고리요 파스카 잔치이다. 이 잔치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받고 은총으로 가득 차, 미래에 누릴 영광의 보증을 받는다(전례헌장, 47항 참조). 그러므로 미사와 주님의 만찬은 같은 것으로 따로 뗄 수 없는 것이다. 미사는 십자가의 제사를 계속하는 제사이며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가 22,19) 하고 말씀하신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다. 또한 미사는 거룩한 잔치이니, 이 잔치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모시며 파스카 제사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피로써 “한 번에 영원히” 하느님과 사람이 맺은 새로운 계약이 계속 효과를 갖게 한다. 이로써 하느님의 백성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며 아버지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마지막 날의 잔치를 미리 보여주고 참여한다.

 

ㄴ) 우리가 미사라고 부르는 성체성사의 거행은 그리스도의 행위일 뿐 아니라 교회의 행위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 피를 흘리시지 않고 십자가에서 이룩하신 제사가 세세에 계속되게 하시며 사제들의 직무를 통하여 아버지께 세상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다. 그리스도의 배필로서 그분의 직무를 수행하는 교회는 그분과 함께 사제요 제물이 되어 그분을 아버지께 바치며 그분과 함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다.이처럼 교회는, 감사기도(prex eucharistica)를 바치며 특히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그리스도와 함께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감사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간청한다.

 

ㄷ) 미사 성제로 거행하는 성체성사는 미사를 거행하지 않을 때 하는 성체조배의 원천이며 목표이다. 성체는 미사를 통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신자들에게 성체를 모셔가 그들이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사에 합치되게 하려고 보존한다.

 

그러므로 성찬의 제사는 교회의 모든 예배와 그리스도 신자생활의 샘이며 정점이다. 신자들은 사제와 하나되고 마음을 다하여 아버지께 거룩한 제물을 봉헌하며 같은 제물을 성찬례 안에서 받음으로써 감사와 속죄, 기원과 찬미의 이 제사에 온전히 참여한다.

 

1) 미사는 제사요 기념제이며 잔치이다

 

미사는 십자가 제사를 영속화하는 제사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여 거행하는 기념제이며 거룩한 잔치이다. 이 세 가지 의미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미사를 단순히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로만 생각한다. 그들은 미사의 참 뜻을 총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성찬례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을 기념하고 거행하면서 그 구원의 신비를 성사로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성찬례의 거행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역사를 구원의 역사가 되게 한다. 여기에서 교회의 신비가 드러난다.

 

교회가 거행하는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재현하고 그것이 지닌 초자연적인 은총을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성서에서 그토록 자주 말한 “때가 차서”를 현실화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구원의 ‘때가 참’이 미사 안에서 실현된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이다. 이렇게 말할 때에는 미사가 지나간 역사를 재현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인다. 미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구원역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미사는 그리스도께서 세상에서 이룩하신 구원의 신비를 ‘지금 여기에’ 그대로 다시 실현하는 것이기에 과거의 사건이 미사의 거행을 통하여 현재의 사건이 된다. 그래서 구원의 사건은 우리 조상들의 사건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사건이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계약의 백성임을 확인하고, 종말론적인 구원의 싹을 미리 본다. 마침내 우리는 미사가 지닌 또 다른 차원, 곧 종말론적인 차원을 이해하게 된다. [경향잡지, 1996년 11월호, 김종수 요한 신부(주교회의 사무총장)]

 

 

[전례] 성체성사 (2) - 주님을 기억함

 

 

미사가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할 뿐 아니라 부활도 기념한다는 사실이 특별히 강조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지 죄를 용서하고 은총을 주는 샘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구원이 전인적(全人的)임을 알려주고 인간도 같은 영광에 이르게 됨을 보증하는 신비이다. 그래서 성 토마스는 성체성사를 “미래 영광의 보증(pignus futurae gloriae)”이라고 했다. 또한 부활은 하느님과 인간의 완전한 만남을 미리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부활은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자비롭고 거룩하게 하시는 은총을 입게 할 뿐만 아니라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완전한 감사의 제사에 참여하게 한다. 이로써 하느님 백성은 ‘기도하는 공동체’가 된다. 미사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한다는 것은 성체성사가 지닌 예배의 차원과 공동체적이고 종말론적인 차원을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 성체성사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그리스도인은 죄와 옛 사람에 대해 죽을 뿐만 아니라 이 시간 안에서 종말을 미리 체험하며 사는 새로운 사람임을 드러낸다.

 

미사는 제사이며 잔치라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사를 온전히 잔치라는 관점에서만 보아서도 안되고, 또 잔치라는 측면을 영성체에 국한해서 생각해서도 안된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하는 성사요 제사이며,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로 축성되어 음식과 음료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고, 그리스도인들은 같은 식탁에서 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하나가 된다는 뜻에서 잔치이기도 하다.

 

“성체 신비 공경 훈령”은 미사가 제사요 잔치라는 두 가지 측면의 밀접한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주님께서는 미사 성제 안에서 신자들의 영적 양식으로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성사적으로 현존하기 시작하실 때 실제로 희생되신다”(3b항). 그러므로 영성체를 제사의 관점에서 분리시킨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영성체는 다만 그리스도의 실제적인 몸을 받는 것만도 아니고 십자가 제사의 효과만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영성체는 잔치의 형식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공동체가 구체적으로 제사에 참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사실 제사의 참여 없는 영성체는 없고, 또한 그리스도와 통교 없는 제사 참여도 없다. 이 점에 대해서 “성체 신비 공경 훈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님의 만찬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아버지께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와 언제나 실제로 통교를 나눈다는 것이다”(3b항).

 

그리스도와 나누는 통교는 영성체로써 실제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와 신자들의 통교는 성사적인 영성체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와 친교를 나누는 신자들 모두를 믿음과 사랑 안에 하나 되게 한다. 따라서 미사는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모든 이들을 일치시키는 사랑을 나누는 표징이 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제사를 성사적으로 재현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 그리스도의 제사를 기념하며 그리스도와 함께 아버지께 예배를 드리고 형제들과 한 식탁에서 친교를 나눈다.

 

2) 미사는 그리스도 신비체의 제사이다

 

위에서 말한 성체성사 거행이 지닌 잔치의 특성은 미사가 공동체의 행위라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제사일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제사이다. 미사는 사제가 설령 혼자 드리는 일이 있게 되더라도 교회의 행위이고 공동체의 거행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때 어떤 형태의 미사를 드리더라도 미사는 사제이시며 제물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가 드리는 제사이다. 이때 교회는 그리스도처럼 사제가 되고 제물이 된다. 그런데 이 교회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이들과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사제들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강조된다.

 

미사는 직무 사제들에게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몫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 신자들도 그들이 지닌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며 직무 사제들과 함께 공동체의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3) 미사는 그리스도인의 예배이며 삶이다

 

“성체 신비 공경 훈령”은 미사가 교회의 예배이며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중심임을 말하고 있다(3e항).

 

ㄱ) 미사성제로 이루어지는 성체성사의 거행은 미사 밖에서 성체께 드리는 예배의 기원이며 목표이다.

 

ㄴ) 미사가 끝난 뒤에도 남아있는 거룩한 성체는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신자들이 성체를 받아모심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미사에서 바쳐진 제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존된다.

 

ㄷ) 성찬의 제사는 교회의 모든 예배와 모든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원천이며 절정이다.

 

신자들 가운데에는 열심히 성체조배를 하면서도 그 성체를 이루는 미사에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성체는 미사에서 축성된 것이며 성체조배보다도 마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줄 필요가 있다. 모든 성체 공경 예배는 미사에서 절정에 이른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미사와 연결되지 않은 성체조배는 자칫 주술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미사는 미사 밖에서 이루어지는 성체조배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며 그것의 목표임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미사는 모든 성체조배의 목표이며 교회의 모든 예배와 신심활동의 첫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성체현시나 성체강복 그리고 성체거동과 같은 여러 형태의 성체 공경 행위가 이루어질 때 그것들과 미사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사목자를 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미사보다도 그러한 성체 공경을 더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더 많다.

 

그리스도 신자 생활은 모두 성체성사의 거행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준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미사는 구원을 이루는 제사요, 교회의 친교를 드러내는 잔치이며 종말론적인 파스카이다. 이러한 세 가지 뜻과 관련을 맺지 못하는 등의 성체조배 공경 행위는 주님의 은총만을 비는 기복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도 신자 생활은 그리스도와 온전히 하나 되어 그리스도처럼 날마다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 신자는 미사를 거행하며 봉헌의 삶을 배우고 미사에서 그렇게 살 수 있는 힘을 받는다. 미사는 바로 이러한 봉헌생활의 원천이며 절정이다. [경향잡지, 1996년 12월호, 김종수 요한 신부(주교회의 사무총장)]

 

 

[전례] 성체성사 (3) - 주님을 기억함

 

 

2.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지켜야 할 규범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훈령”은 성체성사가 지닌 교의적인 관점뿐 아니라 신자들의 공동체에서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지켜야 할 일반적인 규범들을 제시하고 있다.

 

1) 첫째로 공동체의 일치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그 성사의 거행 안에서 그리스도 백성의 본성인 완전한 일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례를 통해서 모든 이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갈라 3,28) 없게 되었으므로, 모든 인종과 연령과 신분의 신자들의 집회는 성체성사 안에서 교회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야 한다”(16항).

 

이 훈령은 또 전례헌장 41항과 교회헌장 26항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일치의 뛰어난 표본은 탁덕들과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주교가 주례하는 같은 성체성사와 같은 기도와 같은 제대에 모든 하느님 백성이 완전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이다”(16항). 교회 공동체의 일치는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주교와 탁덕들과 함께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성체성사는 온 인류를 ‘불러모은’ 십자가 제사를 ‘지금 여기에’ 실현하는 신비이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 온 인류의 표징이다. “미사 성제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다. 그러므로 회중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 인류의 표본(typus)이며 표징(signum)이다”(18항). 각 지역 교회는 이렇게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온 백성이 같은 주님 안에 한 백성임을 깨닫고 확인한다. 그리스도께서 여러 개로 쪼개진 성체 조각 안에도 온전히 현존하시듯이, 하느님 백성 전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거행하려고 모인 각 지역 교회의 회중 안에도 온전히 현존하신다.

 

2) “성체 신비 공경 훈령”은 성체성사 안에서 백성의 하나 됨을 강조하여 한 성당 안에서 두 가지 전례를 동시에 집전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한 성당에서 같은 시간에 여러 미사를 거행하거나 성무일도를 바치거나 설교를 하거나 세례를 주거나 혼인성사를 집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17항). 이것은 회중의 주의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고 분심이 들지 않게 하려는 배려이지만 더 깊은 뜻은 단일한 공동체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데에 있다. 한 성당에서 동시에 여러 미사나 또 다른 성사를 거행한다면 성체성사 거행 안에서 온 백성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누구나 제각기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집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범은 고해성사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할 것이다. 미사가 거행되고 있는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보려고 많은 신자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은 미사를 거행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분심을 줄 뿐 아니라, 미사 성제의 가치가 무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3) 미사 성제 안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그리스도 백성의 일치를 강조하고자 이 훈령은 언어를 달리 하는 여행자들도 그 지역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목자들에게 권고하고 있으며(19항), 성직자가 아닌 수도자들의 작은 단체나 그와 비슷한 다른 단체들은, 특히 주일과 축일에 본당 사목구의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여하도록 권고한다(26항). 또 어떤 특정한 단체의 회원들을 위한 미사를 주일에 거행하여 공동체의 일치를 드러내는 데에 장애를 주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주일에 그러한 단체를 위한 특별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거행하더라도 “본당 신자공동체의 단일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27항)고 말한다.

 

4) 이 밖에도 “성체 신비 공경 훈령”은 보조 봉사자들의 태도, 미사중계나 촬영 때의 주의사항, 성당 내부의 장식 등에 대해서도 지침을 주고 있다. 보조 봉사자들의 태도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보면 “거룩한 전례를 올바로 거행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은 전례규범에 따라 정확하게 그들의 소임을 다할 뿐 아니라 그들의 태도로써 거룩한 것의 뜻을 깨우쳐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신자들은 미사 때에 하느님 말씀의 선포와 해설로 양육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정한 때나 필요한 때에 강론을 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나 다른 봉사자들이 맡은 직무에 따라 큰소리로 말하거나 선포하거나 노래하여 신자들이 예식을 분명하게 깨닫거나 그 뜻을 깨우칠 수 있게 하여 그때그때 화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봉사자들은 특별히 신학교와 수도원에서 적절히 연습하여 이러한 전례봉사를 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18항)고 말한다.

 

또 미사중계와 촬영할 때에 “교구 직권자들은 미사중계로 말미암아 신자들의 기도와 참여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보살피고, 전례개혁의 원칙에 따라 거룩한 신비를 잘 거행하도록 배려해야 한다”(22항). “전례거행 특히 미사가 촬영 때문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크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촬영을 할 때에는 교구 직권자가 정한 규범에 따라 크게 신중을 기해야 한다”(23항).

 

성당 내부의 장식이 지닌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조항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성체를 보존하며 신자들이 모이고 우리를 위해 제대 위에서 봉헌되신 하느님의 아들 우리 구세주께서 현존하시는 기도의 집은 신자들의 유지와 보살핌으로 존경을 받고 기도와 거룩한 예식을 거행하기에 맞갖고 깨끗해야 한다(사제직무교령, 5항).

 

목자들은 거룩한 장소의 적합한 배치가 전례를 올바로 거행하게 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크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개혁된 전례에 맞게 성당을 건축하고 제대를 만들고 장식하며 주례와 보조 봉사자들의 자리를 마련하고 성서봉독을 위한 자리와 회중석 그리고 성가대의 자리를 정할 때에 목자는 ‘전례헌장 실행 규정’(Inter Oecumenici) 90-99항에 정한 원칙과 규범을 따라야 한다. 특히 주 제대는 언제나 그리스도 자신의 ‘표징’임이 드러나도록 자리를 정하고 만들어야 한다. 제대는 구원의 신비가 이루어지는 자리이고 회중의 중심으로 가장 크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

 

또한 성당을 보수할 때에는 귀중한 성미술품들이 파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전례쇄신에 따라 (내부를 변경해야 할 때에는) 교구 직권자의 판단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귀중한 미술품들을 현재 보존하고 있는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새 장소에서도 작품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세심한 지혜와 주의를 기울여 적절하고 합당하게 안치해야 한다. 목자들은 제의의 재료와 모양이 전례거행을 품위있게 하는 데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제의의 재료와 모양은 ‘화려하기만 한 것보다는 고상한 아름다움을 지니도록’(전례헌장, 124항) 해야 한다”(24항). [경향잡지, 1997년 1월호, 김종수 요한 신부(주교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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