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성경자료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주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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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4 ㅣ No.6654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주님의 이름

 

 

이집트의 시나이산 아래 자리한 카타리나 수도원에는 떨기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잎이 푸르러 금방 인식하기는 어렵지만 가시나무의 일종입니다. 탈출 3,1-6에 따르면, 주님의 천사가 이 나무 사이에서 모세에게 발현하였습니다. 모세를 부르신 건 처음에는 천사였지만, 이후에는 주님으로 나옵니다. 천사가 하는 일은 모두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창세 22,1.11-18; 판관 6,11.14 등). 불에 타면서도 사그라지지 않은 떨기나무는 이집트에 내린 열 가지 초자연적 재앙(탈출 7,14—12,36)과 홍해 사건(14,15-31)과 더불어, 하느님이 천지의 창조주이심을 잘 드러내 줍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무슨 이유로 세상 만민 가운데 이스라엘을 콕 집어 종살이에서 구해 주신 걸까요?

 

그 까닭은 당신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에 있습니다. 탈출 2,24에는 “하느님께서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맺으신 당신의 계약을 기억하셨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기억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자카르]는 단순히 잊었던 것을 떠올려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깊은 의미로 ‘고려하다’ ‘주의를 기울이다’라는 뜻입니다. 곧 위 구절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체결하신 계약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셨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모종의 조치가 따르는데요, 바로 모세를 예언자로 택하시어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때 주님께서 알려주신 이름은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입니다. 히브리어로는 [에히예 아셰르 에히예]인데, 알파벳과 발음으로 보아 [야훼]와 관련되는 듯합니다. [야훼]라는 이름을 풀이하는 설은 여럿 있는데, ‘존재하게 하는 분’이라는 해석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적합해 보입니다. 모든 생명의 주관자이심을 암시해 주는 이름이지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이 계신 곳은 거룩하니 신발을 벗어야 한다.’(탈출 3,5)고 말씀하신 이유도 이와 관계있어 보입니다. 당시에 백성이 신고 다닌 샌들은 가죽, 곧 죽은 짐승의 껍질로 만들었지요. 그런데 레위 11,39에는 저절로 죽은 짐승의 사체를 만지면 안 된다는 금령이 나옵니다. 이 규정이 성소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생명의 주님이시므로 죽음과 관계된 것은 그 거룩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일 터입니다.

 

다만 주님의 이름, “나는 있는 나다”는 일인칭 주어와 동사로 되어있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임을 암시해 줍니다. 성경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해당자에 대한 지배를 상징하지만(2열왕 24,17 등),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일인칭으로 알려주시어 누구도 당신을 창조하거나 그 위에 있지 않음을 계시하셨습니다. 그분의 모습 역시 당신께서 지으신 만물 그 무엇에도 온전히 담길 수 없기에, 십계명에서는 신상 제조를 금하였습니다(탈출 20,4). 이후 예수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시어 하느님 당신을 완전하게 드러내실 때까지 말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6월 4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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