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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 프란조1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 카롤 주교, 신자들과 줄 서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해성사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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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23 ㅣ No.683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1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②


카롤 주교, 신자들과 줄 서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해성사 보다

 

 

1963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한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 주교(가운데)가 공의회에 함께한 주교, 사제와 함께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 서 있다. [CNS 자료 사진]

 

 

비서로 39년 함께 한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스타니스와프 지비시(Stanisław Dziwisz) 신부(훗날 추기경) : “1966년 10월 8일! 나는 그날을 운명의 날로 기억합니다. 나는 26살이었습니다. 그가 나를 응시하며 ‘나와 함께 하십시다.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물었지요. ‘언제요?’ 그가 내게 대답하길 ‘오늘부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얼핏 창문을 바라보다가 이미 어스름 저녁임을 깨달았습니다. ‘아, 일단 서기관에게 가세요. 머물 곳이 어딘지 보여 줄 것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일 오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당황하며 나갔습니다. 그가 나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음을,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음을 나는 알아차렸습니다. 그날 저녁, 그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사라센(메밀) 파스타를 먹은 기억은 아직까지 또렷합니다.”

 

정확히 39년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함께한 스타니스와프 지비시가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크라쿠프의 대주교로 임명된 카롤 보이티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적은 책 「카롤과 함께 한 삶」(Una vita con Karol)을 읽었다. 로마 서점에서 구입한 후, 잊고 있다가 다시 펼쳐 들었다. 카롤이 교황이 되기 전 모습을 스타니스와프를 통해 알고 싶었다. 당시 사제품을 받은 지 3년 차 젊은 사제였던 스타니스와프는 카롤 보이티와의 대주교 시절 만남부터 서거까지, 입관 때 교황 얼굴에 하얀 천을 덮으며 이별의 슬픔과 함께하기까지 교황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던 사람이다. 그야말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인물이다. 이 책은 교황의 일상, 수많은 국내외 사도 방문, 교황의 끊임없는 기도,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진실되게 현실을 헤쳐나갔던 교황의 모습 등 요한 바오로 2세에 관한 증언과 교황과 얽힌 추억을 기린 책이다. 형식은 대담식으로 되어 있다.

 

1958년 크라쿠프의 보좌주교에 임명돼 주교품을 받는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 주교가 기도를 바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늘 공동체적 성격 띠는 ‘함께하는 미사’ 집전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 “나는 카롤 몬시뇰이 윤리신학 교수이고, 주교이며, 또 알려진 대로 그의 종교적 신념, 그리고 약간의 개인사 정도,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와의 만남 이후, 주교의 비서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 그의 사목적 직관력과 함께 그가 교회를 위한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진정으로 교회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도 사제이지만, 미사를 집전하는 그의 깊은 영성이 놀라웠습니다. 그는 미사 전 절대적인 ‘침묵’(Silentium)을 지켰으며, 사목 방문 중 차량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명상과 기도로 좀더 자신의 내면의 성성을 지키고 키워 나가려 노력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우선적으로 15분간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하였죠. 그의 미사는 항상 공동체적 성격을 띠는 ‘함께하는’ 미사였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per Cristo e con Cristo)’, 하느님 백성인 신자들과 함께하기를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도는 ‘고해성사’였는데, 죄를 고백하는 것만으로 다가 아닌 하느님의 죄의 사함과 용서였습니다. 즉 고해성사를 통해 받은 하느님 은총으로 각자의 삶의 진실과 성덕으로 향하는 힘을 기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 스스로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봤으며, 주교임에도 신자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고요. 그는 대가족인 가정과 병환 중인 가정을 방문하고, 혼인한 부부에게는 혼인 갱신을 통해 굳건한 혼인의 삶을 다지는 기회를 가지도록, 또 혼인을 앞둔 젊은 커플들과도 함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당시 조국 폴란드는 공산화되었고 ‘하느님’을 공개적으로 부를 수 없었기에 용기있게 학교가 아닌 성당으로 달려온 젊은이들, 어린 아이들을 카롤 대주교는 기쁘게 만나며 그들과 함께 교리교육을 통해 교회가 늘 함께하고 있음을 각인하는 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의 각별한 친분과 함께 철학적, 문학적 결이 같았던 나의 철학 노교수께서는 폴란드에서의 교황과의 에피소드를 강의 중 가끔씩 해주던 기억이 난다.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는 얼마나 아름답고 웃기는지 아직도 그들의 겨울을 떠올리자면 부럽고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어느 추운 겨울날, 철학교수였던 스타니스와프 그리기엘(Stanisław Grygiel)은 카롤 추기경과 함께 시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들은 즉시 문학에 대해, 철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걸었다. 토론에 정신을 뺏긴 두 사람은 서서히 내리던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깊은 밤이 되어 공원 문들은 닫혀 꼼짝없이 공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공원의 담을 뛰어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한 교수님은 어쩔 줄 몰라하며 추기경을 바라보았는데, 카롤은 “뭐가 문제죠? 나만 따라오세요!”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추기경의 뒤를 따라 다다른 곳은 공원의 어느 한 구석이었다. 엎드려 쌓인 눈을 헤쳐보니 개나 고양이가 드나드는 구멍이 나왔다. 카롤은 능숙하게 그 구멍으로 공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밤하늘 별을 헤다가, 시를 읊다가, 소리내어 하느님과 대화하다가 공원문이 닫히면, 그 비밀의 구멍은 엄연한 카롤 보이티와의 전용 출입구가 됐던 것이다.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탄생에 중요 역할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 ‘보편 교회에 카롤 보이티와의 이름이 알려진 건 1962년 10월 11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였습니다. 보좌주교로 참석한 그는 처음 회기엔 공의회 회의장 말석에 앉아서 경청하고 배워 나갔습니다. 젊은 주교 카롤은 교회 일치, 전례 쇄신, 평신도의 교회 참여 등 공의회 주제에 열정적 관심으로 일관했으며, 위대한 교회의 신학자들(앙리 드 뤼박, 요제프 라칭거, 한스 큉, 이브 콩가르, 프란츠 퀘니히 등)과의 만남으로 크라쿠프에서 온 보좌주교 카롤은 공의회 일원으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1965년 12월 7일, 나머지 회기에서 카롤은 그 위대한 ‘대헌장’(Magna Charta) 격인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요. 전 세계 교부 2800여 명이 참가한 공의회에서 폴란드 출신 젊은 주교의 성교회에 대한 확신과 지성이 드러났고, 아마 여기서부터 성령은 ‘시대의 징표’를 읽는 그가 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사람으로 함께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아, 그 다음 해에 카롤은 바오로 6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서임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그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입니다. 39년 동안!

 

 

레시피 : 적양배추 졸임을 곁들인 폴란드식 인볼티니(Involtini alla polacca con contorno di crauti rossi)

 

▲ 준비물 : 쇠고기 부채살(한 장당 70~80g), 채수 100g, 파프리카 1개, 식초에 절인 오이 4개(작은 오이), 겨자 조금, 햄 조금, 버터 30g(올리브유 24g), 판나(panna, 생크림) 30g, 감자 전분 조금, 약간의 밀가루, 소금, 후추, 이쑤시개.

 

적양배추 졸임(crauti rossi) : 적양배추 1/2개, 양파 1개, 마늘 한쪽, 사과 2개, 물 60ml, 적포도주 30㎖, 유채기름 2스푼, 꿀 1티스푼, 소금, 후추.

 

→ 고기를 더 얇게 방망이로 두드려 편다. 갠 겨자를 고기 양쪽 면에 살짝 펴 바르고,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린다.

→ 파프리카, 햄, 오이를 길게 자르고, 고기를 펼쳐서 재료를 넣고 김밥처럼 둥글게 싼 다음 이쑤시개로 고정시킨다.

→ 인볼티니(고기를 동그랗게 만두처럼 빚은 것)를 밀가루에 살짝 굴린다.

→ 팬에 버터를 녹이고, 인볼티니를 굴려가며 노랗게 구운 다음, 채수를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정도 익힌다. 익은 인볼티니는 꺼내고, 팬에 남은 소스에 판나(panna, 생크림)를 넣고 끓인 뒤 물에 갠 감자 전분을 풀어 걸쭉하게 졸이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 적양배추 졸임(crauti rossi) : 적양배추는 잘게 썰고, 사과는 씨를 빼고 깍두기처럼 썬다. 양파와 마늘은 잘게 다진다. 팬에 마늘과 양파를 노랗게 익힌 뒤 적양배추와 사과, 물과 꿀을 넣고 끓인다. 이어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20분간 익힌다. 중불에 적포도주를 넣고 15분간 익힌다.

 

▲ 모니카의 팁

 

버터와 유채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써도 좋다. 채수는 양파와 샐러리, 당근을 같은 양을 넣고 끓인다. 생크림 대신 우유를 넣어도 좋다. 인볼티니 안에는 가지와 애호박, 당근 등 여러 채소를 넣어도 좋다. 구운 바게트와 함께 먹어도 좋고, 뇨끼(Gnocchi)를 곁들여도 좋다.

 

*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병 다비드 가이저(David Geisser)가 2015년에 낸 책 「부온 아페티토(Buon appetito)」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좋아하는 폴란드식 고기 요리를 참고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8월 21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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