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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 프란조13: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3)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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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29 ㅣ No.684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13)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③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1978년 10월 22일 주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거행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Non abbiate paura! Aprite, anzi, spalancate le porte a Cristo!)

 

1978년 10월 22일 주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공식적으로 교황직을 수행한 첫 주일에 그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외친 말이다. 광장의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뿐 아니라, 자신들의 자유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하느님을 거부하는 현대인들에게 용기를 내어 그리스도를 만나라고, 그리고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에 위축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하는 그의 영성, 생각과 사랑이 담긴 외침이었다. “여십시오”(Aprite)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Non abbiate paura!)는 그의 삶의 모토이고, 또 그의 교황직 모토인 ‘모든 것은 당신의 것’(Totus tuus)은 마리아의 외침과 같은 전적인 하느님께로의 투신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교회 전통의 교황 의전용 가마(Sedia Gestatoria)와 전임 요한 바오로 1세 교황과 마찬가지로 삼중관(Trilegno)의 즉위식(Incoronazione)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교회가 더 복음적 영성으로 나아가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맞게 더욱 ‘사목적’(Pastorale) 방향으로 나가길 원했다. 그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고 싶어했으며, 사람들을 찾아가는 보편적 사목의 소명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이날 강론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썼다. 첫 강론은 지나간 그의 개인적 기억과 역사, 부모로부터, 조국으로부터 받은 신앙의 유산, 교황좌에 앉은 그 순간까지의 그의 삶이 바탕이 된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었다.

 

 

교황의 삼위일체적 여정 드러낸 세 회칙

 

내가 정말 그에게 전율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라고 포문을 연 다음, “인간의 길과 교회의 길은 오로지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이라는 확신에 찬 외침이었다. 이어 놀라운 사실은, 곧바로 그의 세 가지 위대한 신학적 회칙들의 전개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세 가지 회칙들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삼위일체적 그리스도 중심주의 사랑에 대한 결정적 해석이 들어간, 교황의 첫 번째 회칙 「인간의 구원자」(Redemtor Hominis, 1979년 3월 4일), 두 번째 회칙인 「자비로우신 하느님」(Dives in misericordia, 1980년 11월 30일), 14개 회칙 중 다섯 번째 회칙인 「생명을 주시는 주님」(Dominum et vivificantem, 1986년 5월 18일)이다. 이 세 회칙을 통한 교황의 삼위일체적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기 때문이다!

 

26년간의 긴 재위기간 동안 그의 교황직을 이 짧은 지면에 어떻게 다 펼칠까. 요한 바오로 2세는 긴 교황직을 통해 수많은 주제와 사건을 다루고 겪으면서 기쁨과 고통을 그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 그는 하느님의 사람이었고, 기도하는 사람이었고, 위대한 선교사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사람들의 선교사’(Apostolo delle genti)였다. 동시에 진정한 폰테피체(Pontefice, 5세기부터 사용한 교황 호칭)였다. ‘ponte’는 ‘다리’, ‘fice’는 ‘fare’, 즉 ‘하다’라는 뜻으로, ‘폰테피체(Pontefice)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두려움 없이 그리스도로 건너갈 수 있게 기쁘게 다리 역할을 해준 교황이다. 그는 늘 광장(Piazza)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는데, 마치 교회를 광장으로 옮긴 듯했다. 나아가 127개국으로 사도 방문을 통해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평화의 일치를 이루도록 기꺼이 ‘다리’가 되어 주었다.

 

- 2002년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아기 예수님께 꽃을 봉헌한 화동으로 함께한 고영심(모니카)씨의 둘째 딸 김지휘(키아라)양.

 

 

동유럽 공산주의와 소련 해체에 이바지

 

사실 교회 역사상 ‘마뇨(Magno, 큰, 大)’의 ‘대 교황’ 호칭은 ‘레오 1세(45대 교황)’와 ‘그레고리오 1세(64대 교황)’뿐이다. 지난 역사의 위대한 두 교황 뒤에 우리 시대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있다. 위대한 두 교황이 훈족과 롬바르드족(랑고바르드족)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폭력적 침략을 멈추게 했다면, 성 요한 바오로 2세도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는 데 피와 무기로서가 아니라 믿음의 무기로 이바지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탄생 100주년인 2020년 5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주님께선 그의 백성에게 한 사람을 보내셨고, 그는 교회를 이끄는 로마의 주교가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가 앞으로 ‘대 교황(Papa Magno)’으로 호칭 될지는 모르겠다. 누가 나에게 ‘마뇨’라는 호칭을 그에게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충분히 그가 ‘요한 바오로 2세 대교황’으로 불리워도 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까페 에스프레소 즐겨 마신 요한 바오로 2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의 추억은 나로 시작해 딸까지 이어진다. 1985년 6월 30일, 성체 성혈 대축일에 비엔나 필하모닉의 카라얀(H. von Karajan)이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곡’(Messa dell’Incoronazione)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서 연주한다는 기사를 읽으며, “오, 하느님! 카라얀의 연주를 볼 수 있게 해주시면 얼마나 행복할까요?”라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교황청 전례 담당 부서에서 한국인을 봉헌자로 하고 싶다는 섭외가 대학에 왔고 후배와 나는, 그 역사적 미사에 곱게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영광을 안았다. 미사 중 내 머리에 강복해 주시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77세 카라얀의 지휘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설렘이 생생하다.(당시 공연을 듣고 싶으신 분은 유튜브 https://youtu.be/Tunw4ep55dc로 감상하시면 됩니다.)

 

또한, 둘째 딸 아이도 요한 바오로 2세와 인연이 있다. 2002년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아기 예수님께 꽃을 봉헌한 화동으로 함께했고, 2003년 세계 가정의 날에는 바티칸 클레멘테 궁(Sala Clemente)에 초대 받아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에 ‘교황과 아이’라는 기사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이처럼 나와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요한 바오로 2세! 이 특별한 은총에 늘 감사한다. 그래서 오늘의 레시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아침과 오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셨던 까페 에스프레소로 정했다.

 

 

레시피 : 까페 에스프레소(Caff Espresso)

 

▲ 준비물 : 모카 포트(Caffetiere, 3인용 또는 각자에게 맞는 크기), 까페 마치나토(곱게 분쇄된 커피), 물

 

→ 모카 포트는 세 조각(밑둥, 필터, 상단)으로 되어 있다. 밑둥에 일단 물을 가득 넣는다. 그 위에 중간 필터를 얹으면, 필터 안에 물이 찬다. 밑둥과 필터를 한 손으로 든 다음, 재빨리 필터에 고인 물을 버린다. 밑둥에 찬 물이 까페를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물의 양이 된다.

→ 필터에 까페 마치나토를 티스푼으로 채운다. 보통 정통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면 산처럼 쌓야 한다.

→ 중약불에 올려 끓인다. 밑에서 물이 끓으면서 중간 필터의 까페 마치나토를 통과해 위에 뜨겁고 향기로운 까페가 올라온다. 두껍고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반 정도만 붓고 아마로(Amaro, 쓰게)로 마시거나 돌체 구스토(Dolce gusto, 단 맛)를 원하면, 설탕 또는 꿀을 넣어 마시면 된다.


▲ 모니카의 팁

 

모카 포트는 너무 작은 용량보다 6인용이 합리적이다. 절대, 포트의 안쪽은 세제를 넣고 닦으면 안된다. 흐르는 물에 헹구는 정도로 해야 까페의 맛을 끝까지 유지시킬 수 있다. 물때가 껴도, 아랑곳하지 않아도 된다. 우스갯말로, 이탈리아에선 아내가 포트를 세제로 닦으면 이혼감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까페에 죽고, 까페에 사는 사람들이다.

 

내 경우에는 까페의 로스팅(토스타투라, Tostatura)은 스쿠라(Scura, 진함), 맛의 강도는 10분의 8 정도로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베네치아에서 나폴리까지의 이탈리아 카페 에스프레소(Caff Espresso)는 문화, 의식, 사회, 문학 등 다방면에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바, 현재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해 놓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8월 28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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