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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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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1 ㅣ No.114

[과학과 신앙]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조화


엔트로피

독일의 클라우지우스(R. Clausius, 1822-1888년)는 1865년,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entropy)’ 또는 이른바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창안하였다. 고찰 또는 취급의 대상인 ‘계(system)’가 주위와 에너지만을 교환할 수 있는 ‘닫힌 계(closed system)’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질서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였는가에 대한 ‘무질서도’를 나타낸 것이 엔트로피다.

곧 간단한 상태에서 얼마나 복잡한 상태로, 열에너지나 물질이 사용 가능한 상태에서 얼마나 사용 불가능한 쓰레기(에너지) 상태로 변하였는가에 대한 정도를 뜻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자연계의 무질서도가 높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무질서도가 낮으면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엔트로피란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내부’를 뜻하는 ‘en’과 ‘변형’을 뜻하는 ‘trope’의 합성어로서 ‘내부 변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현상, 뜨거운 물체의 열이 찬 물체로 전달되는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하고, 반대쪽 방향으로는 진행하지 않는, 비가역현상(非可逆現象)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삶을 되돌릴 수 없듯이, 인생도 비가역의 한 예이다. 이런 우리 삶을 빗대어, 시편에서도 “옷처럼 닳아 없어진다.”(시편 102,27)고 노래하고 있다.

기름을 연소시켜 달리는 자동차도 기름이 떨어지면 멈추어버린다. 기름이 탈 때 방출한 가스들과 물 그리고 에너지를 조합한다 해도 기름이 다시 합성될 수는 없는 법이다. 방출된 가스와 물 때문에 엔트로피는 증가되었으며, 방출된 에너지는 자동차에 도로 쓸 수 없는 에너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방출된 열과 가스들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계를 유지하고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때, 100% 효율을 나타내는 영구기관은 없기 때문에, 버려지는 에너지만큼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왜냐하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에서, 에너지는 그 형태만 바뀔 뿐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실제 에너지는 계속 감소해서,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열의 죽음(heat death)’이라고 부른다. 현실적으로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계속해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증가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그 속력은 알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네트로피

엔트로피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E. Schrodinger, 1887-1961년)는 1943년 그의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네트로피(netropy)’라는 용어를 네거티브 엔트로피(negative entropy)의 줄인 말로 사용하였다.

네트로피(마이너스 엔트로피)는 위에서 설명한 엔트로피의 반대 개념으로, 계의 ‘질서도’ 또는 ‘감(減)무질서도’라는 뜻이 된다. 그는 “생물이란 결국 네트로피를 먹고사는 존재”라고 하였다. ‘닫힌 계’가 아닌, ‘생체 계’는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체내에 증가되는 엔트로피를 체외로 내보내어,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것은 생태계에 국한되는 것일 뿐, 우주의 어느 한 곳에서 엔트로피가 감소하면, 다른 곳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엔트로피와 네트로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데 원용할 수 있다.

요즈음 부(富)와 삶의 질에 대한 양극화가 화두이다. 정부나 이른바 1% 부자들은, 재정이 허락하는 한 과감히 투자하여, 고용 창출을 통해 부를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투자자의 엔트로피는 증가하지만, 수혜자는 개인의 부채가 감소하여 네트로피가 증가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됨으로써, 원리적으로는 엔트로피가 감소되어 네트로피에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선진국의 도시를 제외하고,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사용을 통한 공업화를 경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사용 가능한 자원의 고갈은 물론이고, 사용 불가능한 쓰레기(에너지)가 계속 증가하여 지구촌이 황폐화되고, 엔트로피는 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것들보다 네트로피가 기대되는 태양열, 태양광 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조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와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들 가운데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경제성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태양광 발전은 산지를 훼손하고, 풍력 발전은 소음공해는 물론, 산 정상부를 파괴시키는 단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어지는, 수소와 산소가 2:1로 혼합된 기체인 이른바 ‘브라운 가스’는 무한한 자원에서 구할 수 있는, 경제성을 가진 에너지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한 뒤 산소를 버리고 수소만을 회수하여, 에너지로 사용하려는 종전 방법과는 다르다. 수소는 다루기 힘들고 압축저장 기술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브라운 가스’는 비교적 취급하기 쉽고,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자원의 낭비와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네트로피 연료라고 할 수 있다.


신앙생활을 통한 네트로피적 삶

불평불만이 많고 부정적인 사람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많은 질병이 나타난다고 한다. 노여움과 격분, 근심과 슬픔, 질투와 의심, 게으름과 포기, 짜증 등의 마음상태가 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해소하고자 그들은 과도한 음주, 단순한 말초적 쾌락, 편법과 비도덕적 행동으로 자기욕구를 만족시키려 하고, 그럼으로써 남을 불만족하게 만들게 된다. 결국 자신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성경에도 “욕망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야고 1,15)라는 말씀이 있다.

대인관계나 부부간에도 불평불만과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 자기중심(기준)적이고, 자기감정이 강한 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도 깨지면 마음이 심란하여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우리는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면 네트로피적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도 “노여움을 그치고 성을 가라앉혀라. 격분하지 마라. 악을 저지를 뿐이다.”(시편 37,8) 하지 않았는가?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목적과 동기가 확고하지 않으면, 주위가 산만하게 되어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엔트로피가 높아져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공부에 마음을 집중하여 네트로피를 높일 것을 권고해 본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밟은 뒤, 극도의 피로감을 느껴 쓰러지려고 할 때 곧 엔트로피가 증가하였을 때, 휴식을 취하거나 (피로회복제가 아닌) 원기회복제를 복용함으로써 네트로피 상태로 바뀔 수 있다.

또한 노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체의 세포와 조직단위에서 기능적, 구조적, 생화학적 기능이 저하하는 현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엔트로피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죽어가는 것이다.

노화방지 의학에서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과 같은 만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음주, 흡연, 과로를 피하고, 적당한 영양 섭취와 운동으로 면역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네트로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꽃이 피고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도 엔트로피 증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는 네트로피 웃음인 것 같다. 이 신비한 미소로부터 언젠가는 환한 웃음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모나리자가 박장대소를 하였다면 이러한 미소를 볼 수 있었을까?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조화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인생,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신앙 등에서도 상당히 밀접한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 법칙을 모든 과학의 제1법칙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조화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올바른 관점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희망해 본다.

과학이 사실의 원리를 밝히는 힘이라면, 신앙은 행복한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힘이다.

* 조원제 토마스 아퀴나스 -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고분자화학에 대한 학술적 업적으로 부산광역시 문화상, 한국고분자학회 상암고분자학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부산교구 가톨릭 문예작품 공모전에서 수필로 입선하기도 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6월호, 조원제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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