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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에너지: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방식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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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4 ㅣ No.1574

[경향 돋보기 -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에너지]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방식의 문제점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항). “우리가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자리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기지 맙시다”(「복음의 기쁨」, 215항).

 

 

에너지 생산과 소비 현황

 

우리나라 정부가 작성한 에너지 통계는 1981년부터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4,570만 석유환산톤(TOE, ton of oil equivalent, 1TOE는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 해당한다.)이었다. 35년이 지난 2016년에는 1981년 대비 6.5배 증가했다(2억 9,470만TOE).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4.9배 증가했다(1.18TOE → 5.75TOE). 또한 같은 기간 에너지 수입액은 10.4배 증가하였다(77억 6,200만 달러 → 809억 4,200만 달러).

 

한편, 다음 <표1>과 같이 지난 35년간 1차 에너지 공급은 6.4배 정도 증가하였다. 1981년에는 석탄과 석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2016년에 이르러 원자력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력 부문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1년 7.2%에서 2016년 30%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에너지 소비량을 따라잡느라 발전 설비 같은 에너지 공급 시설도 빠르게 늘어났다. 1981년 대비 2016년 발전 설비는 11.2배 증가했다(9,835MW → 109,789MW).

 

아래 <표2>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국내 총생산(GDP)이 많은 독일, 영국과 비교해 보면 에너지원별 수급의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GDP 규모보다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게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비효율적인 에너지 체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핵심 원인인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 소비량이 지나치게 많으며, 셋째, 인류에게 파국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원자력 의존도가 매우 높다. 넷째,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 구조도 비슷하고, GDP가 월등히 높은 독일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시스템은 낭비가 심하고, 환경적 부담이 큰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사례로 들어 보면, 2016년의 석유 소비량은 9억 2,000만 배럴에 달했다.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약 1,462억 리터로 200리터 드럼통 7억 3,000만 개에 달하는 양이다. 이는 63빌딩 높이(274m)로 240만 개를 쌓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또 이를 소주병에 담으면 4,061억 병인데, 일렬로 연결하면 지구와 달 사이를 약 150번 왕복할 수 있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을 ‘석유 쓰듯 한다.’고 고쳐야 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석유에 중독되어 있다.

 

 

에너지 생산 방식과 문제점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특징은 아래 <그림1>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7%에 달하고, 둘째, 1차 에너지의 비중은 석유(40.1%), 유연탄(25.7%), 액화 천연 가스(15.4%), 원자력(11.6%)순이었다. 셋째, 전환 손실이 23.4%에 달하며, 넷째, 최종 에너지 소비는 산업(61.4%), 수송(18.9%), 가정 상업(17%), 공공(2.8%)순이었다.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방식의 핵심 문제는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고,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긴다는 점이다. 먼저, 값싼 에너지 공급으로 수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낡은 발전주의 패러다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가 심각하다.

 

둘째, 주지하다시피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인류와 지구를 파국적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핵심적인 원인은 ‘화석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있고, 그 상당수는 발전과 수송, 산업 등에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데 있다.

 

셋째, 왼쪽 <표3>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곧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건강, 재산상의 피해와 그 편익을 누리는 지역이 불균등하다.

 

 

핵 발전 이익 공동체와 피해자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특히 핵 발전 정책은 견제받지 않는 독과점 시장에서 산업, 학계, 관료, 정치, 언론 등 소수 이해 관계자가 각종 담합과 비리를 통해, 현재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까지 미리 결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핵 발전 이익 공동체의 확장 과정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 생산과 송전, 소비 과정에서의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환경 파괴와 시민 안전이 더욱 훼손되는 과정이다.

 

지난 2015년도 국내 핵 발전 산업 분야 총매출액은 26조 6,324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원자력 발전 사업자’는 19조 9,948억 원(75.1%), ‘원자력 공급 산업체’는 5조 3,555억 원(20.1%), ‘연구 · 공공 기관’은 1조 2,821억 원(4.8%)이었다(원자력 산업 회의, 2017년).

 

한편, 지난 2013년 현재 핵 발전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① 건설업의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② 제조업의 두산중공업, 한전원자력연료, 효성, ③ 서비스업의 한전KPS㈜, ④ 설계업의 한국전력기술, ⑤ 공공 기관의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연구재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12개였다. 또 100억-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업체로는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코센, 현대엔지니어링㈜, 한전KDN㈜,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등 33개 업체 또는 기관이었다(원자력 산업 회의, 2015년). 핵 발전소의 신규 건설 계획은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소수의 핵 발전 산업체의 이익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핵 발전을 통해 피해를 보는 집단은 누구인가?

 

먼저, 핵 발전은 노동자들의 안전과 기본권을 담보로 한다. 핵 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채굴 광산의 노동자는 방사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핵 발전소 건설과 운영, 정비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들 핵 발전소 외주와 하청 노동자의 평균 방사선 피폭량은 한국수력원자력(주) 정규직 노동자의 최대 15.4배에 달했다.

 

둘째, 핵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부실한 이주 정책과 방사능 위험, 사고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고리 핵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가족 가운데 암 환자가 없는 집이 없다고 증언한다.

 

셋째, 핵 발전소에서 대도시로 송전하려는 가로 30미터, 높이 100미터의 송전탑으로 말미암아 밀양과 청도의 할머니들은 생계 위협 속에서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넷째, 방사능 아스팔트, 방사능 농수산물, 방사능 인조 잔디 등 대도시의 생활 방사능도 심각한 상태이다.

 

다섯째,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핵 발전 쓰레기(방사성 폐기물)는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해결할 수 없는 골칫덩어리다.

 

정부와 핵 산업계는 핵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으며, 수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핵 발전 정책을 이익과 피해의 구조로 단순화시켜 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소수의 핵 발전 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와 주변 주민, 송전선로 주민,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는 미래 세대가 살 만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첫 세대입니다.”(160항)라고 설파하였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영국인의 1.7배에 달한다고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효율성을 높여 낭비를 없애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울러 공급 중심의 중앙 집중형 화석·핵에너지 체제를 분산형 지역 자립 에너지 체제로 바꿔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과 산업 구조의 개편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갖출 필요가 있다. 먼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둘째 환경적 부하가 큰 화석 에너지 사용을 자제한다. 대중교통 이용이나 플라스틱 등 석유 제품 사용을 자제한다. 셋째 태양광의 설치나 에너지 협동조합 가입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하고, 환경적 부하가 거의 없는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에 참여한다.

 

내가 사용하는 화석과 핵에너지가 누군가의 고통을 수반하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적 부담을 가중하며,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에너지 전환은 시작된다.

 

* 이강준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사)시민 운영위원장이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로 시민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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