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예화ㅣ우화

[사랑] 신부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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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291

신부의 유언

 

 

1936년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였다. 수도 마드리드에는 '마사데캄포'라는 사형장이 있었는데 주로 내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형시키는 곳으로 악명을 떨쳤다.

 

어느 날 한 무리의 군인들이 늙은 신부를 사형장에 데려왔다. 신부의 죄목은 내란군을 보호해 주고 도와주었다는 것이었다. 신부는 재판을 거쳐 사형이 확정되었고 바로 그 날 총살에 처해지기로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 신부가 남을 잘 돕고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돌봐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부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처형장으로 몰려들었다.

 

신부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담담하게 보이는 신부의 얼굴에 화가 난 군인들이 신부를 사형대에 난폭하게 묶으려고 했다. 그러자 신부가 이들을 저지하며 말했다.

 

"여보시오,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이 있습니다. 제발 소원을 말하게 해주십시오."

 

신부가 간절히 말하자 지휘관이 마지막 유언을 하도록 허락했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것을 팔아 내란으로 부모를 잃고 갈 데 없는 고아들을 돌보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신부는 시계를 풀어 군인에게 건네 주었다. 신부는 다시 사형대에 눈을 가린 채 묶였다.

 

"사격 준비"

 

지휘관이 소리 높여 외쳤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의 '발사' 소리를 한참 기다린 군인들이 뒤돌아서서 지휘관을 쳐다보았다.

 

지휘관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신부에게 걸어갔다.

 

"신부님, 신부님 같이 훌륭한 분을 죽이는 것은 나라의 손해입니다. 나는 아무런 재량권이 없으나 신부님을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휘관은 신부의 눈과 손을 풀어준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월간 좋은생각, 199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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