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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9: 청소년 주체의 청소년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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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15 ㅣ No.179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청소년 사목의 설계도)] (9) 청소년 주체의 청소년 사목


노동 청소년 변화시킨 ‘삶의 재조명’ 방법론



성 요한보스코를 중심으로 ‘사목적 사랑의 청소년 사목’ 흐름이 전개될 무렵, 또 하나의 청소년 사목의 움직임이 벨기에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산업화시대부터 계속된 빈부격차와 청소년의 노동 착취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교황 레오 13세가 1891년 「노동 헌장」을 반포했으나, 성직자들 내부에서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각성이나 움직임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또 사회의 노동자 단체는 무신론자인 사회주의자들이 장악해 노동자들의 반교회적 흐름은 확산돼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에 추기경이 된 벨기에의 조셉 카르딘(1882~1967)은 교회와 노동 계층의 높은 장벽을 절감하고, 어떻게 노동 계층을 신앙으로 인도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셉 카르딘은 특히 노동 청소년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졌다. 노동계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공장의 기계로 여기고 신앙생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조셉 카르딘은 기존 지식 전달식 교리교육이 청소년의 현실과 유리됨을 통찰하고 청소년의 삶과 보다 밀접한 방식으로 복음적 가치를 전할 길을 고심했다. 이를 위해 1912년 브뤼셀 라켄성당 보좌 신부로 부임한 조셉 카르딘은 먼저 노동 청소년을 모아 소그룹 연구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각자 관찰한 자신의 삶을 토론하고 반성하는 가운데 복음적 판단을 하도록 이끌고 판단한 바에 따라 자신의 삶과 주변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공동 실천’을 청소년들 스스로 정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관찰-판단-실천’이라는 ‘삶의 재조명’ 방법론의 시작이었다.

귀납적 방식의 ‘삶의 재조명’ 방법론은 청소년이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신자로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신앙의 주체로서 현실을 관찰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행동으로 옮겨 자신과 주변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적이며 주체적인 방법론이었다.

조셉 카르딘이 조직한 소그룹 연구회의 청소년들이 ‘삶의 재조명’ 방식을 통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 그들의 달라진 모습과 노력은 자연히 다른 또래 청소년에게 확산됐다. 이처럼 주체가 된 청소년이 자기 또래를 복음화하는 사목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통찰한 조셉 카르딘은 ‘가톨릭 액션’에서 영향을 받은 ‘사도직’의 개념을 청소년들에게 적용했다. 또한 조셉 카르딘은 노동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뿐 아니라 노동 계층 전체, 나아가 교회와 사회 전체를 그리스도교 가치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조셉 카르딘은 노동 청소년들을 사도로 양성하기 위한 사목 조직으로서 ‘가톨릭 청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기성 노동조합 및 교회 청년 연합회로부터 가톨릭 청년 노동조합을 분리시켰다. 이로써 가톨릭 청년 노동조합은 ‘청소년 사이에서,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진정한 청소년 사도직 운동이 됐고, 청소년들의 노력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1924년 ‘가톨릭 노동 청년회’로 개칭한 가톨릭 청년 노동조합은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공식 사도직 단체로 인준됐다. 교황 비오 11세는 가톨릭 노동 청년회를 가톨릭 운동의 모델로서 내세우면서 ‘청소년 사도직’을 적극 격려했다.

1926년 프랑스에 전해진 가톨릭 노동 청년회는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나갔으며 농촌의 청소년들은 가톨릭 농촌 청년회를,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가톨릭 중고등학생회를 조직해 자기 삶과 주변 공동체,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주체적인 사도직 운동을 펼쳤다. ‘청소년 주체의 청소년 사목’의 흐름은 가르침의 대상이었던 청소년이 주체적 사도로서 변화할 때 갖는 효과를 입증하면서 당시 교회에 확산돼가던 주체적인 평신도 사도직 운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그 맥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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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는 가톨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OL)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4년 2월 16일,
조재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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